글/이아영

 

 

 

"국가대표 출신이 통역을 한다?????”

 

 안녕하세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스포츠둥지 기자 이아영입니다. 얼마 전 저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현장에서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 영어로 VIP를 수행통역 한다는 소식을 듣고 허위 소문은 아닌지!!!! 진위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주인공은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전 라켓볼 국가대표 출신인 이영미씨입니다. 영미씨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영어 스텝 과정(중급외대 과정)을 통해 영어를 배워 통역 요원 자원봉사자 활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선수 출신이라는 점과 남들보다 다소 늦은 시작이 어쩌면 자신을 옭아매었을지도 모르는 여러 장벽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이영미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츠둥지 - 안녕하세요! 이영미씨!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영미입니다. 전 약 20여 년간 라켓볼선수로 활동하면서 국가대표선수로 활동 했습니다. 한때는 대한라켓볼 협회에서 사무국장으로도 일했었고, 2013 칼리 월드게임에는 라켓볼 한국선수단 감독으로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대한라켓볼협회 국제이사입니다. 선수 생활과 동시에 학업을 이어간 덕에 2013년도에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답니다. 학기 중에는 여러 대학에서 전공인 여가학에 관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2009 서울경제배]             [2010 세계라켓볼선수권대회 4강]                    [2008 한국선수권]

 

 

스포츠둥지 -  영어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계기는 무엇인가요?


체육 분야는 국제 교류가 빈번하므로 의사소통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생활하며, 선수생활하며, 독학으로 틈틈이 영어공부를 해봤지만 여전히 말은 나오지 않고 손짓발짓에 의존하는 그런 의사소통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 미래를 위해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영어 중급과정에 도전하게 되었죠.

 

스포츠둥지 -  영미씨의 도전이 젊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또래 분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 같은데 불안정적인 삶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는 무엇인가요?


전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죠. 다양한 직종의 회사와 대기업에서 7년간 임원을 수행하는 일도 했어요.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제가 라켓볼 선수생활을 유지하거나 체육계와는 동떨어진 일이 많아서 항상 체육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천생 운동꾼! 운동이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고, 체육관련 일을 할 때 생기가 넘치고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에요. 그게 2007년인가 그랬어요.


사실 그때 제일 많이 생각했던 말이 지금처럼 배부른 돼지로 불행히 살 것인가, 아니면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무엇인가 찾아가며 살 것 인가였죠.

 

그러다 저는 안정된 상황과 돈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조금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지겠지만 제가 행복한 일을 찾기를 바라며 두려움을 뒤로 하고 회사에 사표를 냈어요.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체육관련 공부를 하게 되면서,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같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수입은 대기업에 다닐 때 보다 훨씬 적지만, 마음은 항상 부자라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도 안 받고, '나는 행복한 부자다'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지요.

 

스포츠둥지 -  영어 공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역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영어를 공부한 목적은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함이었어요. 그러던 중 지난해 중급과정을 수강 하던 중에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경기]에서 통역요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과연 내가 제대로 된 통역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 부족한 영어실력인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책만 보는 영어는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지원했어요. 또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중급외대과정을 수료하니 영어에 자신감이 더 생겼습니다. 영어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내가 사회에서 겪었던 경험을 VIP에게 도움을 주면 될 것 아닌가’라는 운동선수 출신다운 저돌적인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당시 수행 통역을 해드렸던 책임등급분류사(*Chief Classifier)는 저와 함께하셨던 시간을 만족스러워 했어요. 위원장님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제게 부탁을 하면 뭐든 다 해결한다면서 저의 영어 이름인 “Chris” 앞에 유명하다는 뜻을 붙여 'Famous Chris'라 부르기도 했답니다.

 

*등급분류사: 신체장애 정도와(절단 혹은 마비) 실제 운동 기능(장애 정도, 근육의 사용능력 등)을 평가하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이 되는 선수들을 구분하는 직업.
신체장애를 평가 하는 사람들은 주로 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고, 기능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주로 피지컬 테라피나 물리치료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정보 제공: 前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경기기획부 조현지

 

 

[광주유니버시아드 의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영미씨의 모습]

 

 저는 이런 소중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의전통역관에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18일간의 짧지 않은 일정동안 FISU(세계대학스포츠연맹) 의무위원회의 부위원장님이신 하말 듀산 박사님(Dr. Hamar Dusan)을 수행 통역했습니다. 함께 다니게 된 운전 기사님은 광주의 평범한 주부이셨는데 하말 듀산 부위원장님은 저와 기사님의 친절 덕분에 한국에서 왕처럼 지낸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여러 번 하셨답니다.

 

 

[왼쪽부터 이영미 아타셰, FISU 의무위원회 부위원장 Hamar Dusan 그리고 나영희기사님]

 

 

여기서 잠깐!
아타셰란 무슨 뜻일까요? 불어인 Attaché라는 말은 [ataʃe]라고 발음하며 사전적 정의로는 “1.묶인, 매인  2.여며진 3.담당관, 대사관원”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출처: 네이버 프랑스어 사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활동한 영미씨의 역할인 아타셰의 가장 가까운 한국말은 “VIP 수행 통역 요원”이라고 칭할 수 있죠!

 

스포츠둥지 -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체육인이라는 점이 대회 기간 동안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순간 판단력으로 위기를 대처할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나요?

 또한 체육인이기 때문에 관계자들과 더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스토리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FISU 의무위원회 위원들은 개인 당 특정 몇 개의 종목을 담당하여 해당 경기장에서 의무 진행 상황과 도핑에 대한 전반 적인 것을 담당하는데요. 하말 듀산 부위원장님의 담당은 태권도와 골프였습니다. 의무나 도핑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분야라 걱정스럽긴 했으나 저는 맡은 일이 생기면 여러 가지 사항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는 습관이 있어 방문 장소나 시간, 유의사항을 두 번 이상 확인을 한 덕분에 위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어요.

제가 체육 여가학을 전공했기에 다양한 운동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업무에 도움이 된 경우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쿵푸, 태권도, 해동검도를 해왔기에 태권도 품새를 재미없게 느끼는 VIP에게 품새에 녹아있는 과학적 원리와 무궁무진한 무예의 정신 등을 설명했어요.

그리고 골프의 경우는 제가 선수는 아니었으나 그동안 지속적으로 운동해왔기에 복잡한 골프장의 상황이나 골프의 여러 가지 시스템이나 외국과 다른 환경 등에 대해 설명했어요. 또한 골프장 이용에 관한 것도 도움을 드린 덕에 동행했던 다른 VIP들 역시 만족해 하셔서 정말 뿌듯했답니다.

 

[이영미 아타셰, FISU 의무위원회 부위원장 Hamar Dusan, 광주 U대회 조직위 의무반도핑부 박주희 도핑팀장]

 

 

스포츠 둥지–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영어 과정 덕분에 삶에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요?


 일단 도전과 자신감이죠. 영어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 해도 나의 경험과 능력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20년 전에 했어야 할 영어공부를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었던 도전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재단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체육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떠한 나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2014년 이전과 이후의 이영미는 참으로 긍정적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체육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정말 유익한 교육 커리큘럼으로 많은 체육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저는 그 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하여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주변인들에게도 이러한 정보를 알리고 교육에 동참하고자 독려하며, 교육 후에는 우리가 우리나라 체육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고 열변을 토하곤 합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외국어 중급과정 입교식]

 

 

스포츠둥지 – 도전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새로운 도전이 막연하고 겁도 나겠지만 일단 시작하시고 그에 따르는 과정을 차근히 수행해 나가다 보면 그 과정의 끝부분에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나둘 도전하다 보면 많은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더불어 오게 되고 자신의 쓰임을 기다리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준비가 되어있으면 기회가 찾아왔을 때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죠. 사실 저는 다른 사람들 보다 이런 교육을 받기에 너무 많은 나이라는 생각에 정말 여러 번 망설였고 걱정도 했지만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염치불구하고 지원했어요. 그렇게 교육을 받고 수료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재단의 다양한 교육뿐만 아니라 일자리든 어떤 원하는 것에는 일단 도전하고 부딪히고 실패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해보지 않으면 성공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유니버시아드 태권도경기장 아타셰들과 Hamar Dusan 부위원장님]

 

 

스포츠둥지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음 달인 8월에 미국 테네시대학으로 6개월간의 체육인재육성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떠납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한 적이 없기에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지만 제게 투자한 국비가 아깝지 않게! 시간이 아깝지 않게! 영어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서 돌아오고 싶습니다. 다녀와서 이러한 경험과 경력을 살려서 제가 필요한 곳에서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영미씨의 용기 있는 도전은 체육계의 많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영미씨의 마인드가 참 멋집니다.

 

 저와의 인터뷰에서 해주신 말 중에 제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은 “지금 돈이 없는데 나중에는 생길 것 같지? 나중에도 없어~ 어차피 지금이나 미래에나 없는 건 똑같다 생각 들면 그냥 지금 네가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뛰어들어! 지금 행복해지는게 중요해”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멋진 이영미씨!

 

과감히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길을 떠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 영미씨를 스포츠 둥지가 응원합니다!

 이상 광주에서 이아영 기자였습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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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백종석

 

              흔히들 ‘통역’이라 하면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따라서 영국을 떠나기 전, 영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 기대되는 나의 영어 능력으로 통역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 정도 수준으로도 통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20대 후반에 외국에 나간데다 4년이 채 안 되는 해외 체류기간으로도 통역 일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향상된 내 영어 실력보다는 다른 쪽에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백종석

 

 

3년 전인 지난 2009년 겨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FC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셨던 국내 지도자 선생님을 도우며 한달 동안 개인 통역을 맡았던 것이 통역에 대한 공식적인 첫 경험이지만 1대 1로 통역을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인 강의를 동시통역한 것은 2010년 11월에 파주에서 열린 2010/11 1차 AFC P급 지도자 교육과정이 처음이었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영어에 대한 감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상위 축구 지도자 과정답게 수강생으로 오셨던 분들의 유명세는 나로 하여금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론강의나 실기수업 모두 마찬가지로 영국인 강사 분께서 두세 문장을 말씀하시면 내가 곧바로 치고 들어가 빠르게 풀어내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는데 그 기라성 같은 분들이 모두 내 입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내가 어떻게 통역을 하는지에 따라 이 중요한 과정의 성패가 갈린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도 했던 것 같다. 워낙 집중도가 필요한 일이라 원래 협회에서 통역을 맡고 계신 과장님과 교대로 일을 했는데 초반에는 더러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많이 조언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3주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큰 사고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현장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1년 뒤 다시 같은 선생님들 앞에서 3차 교육과정에 대한 통역을 맡았고 싱가포르에서 1년 지내다 이번 겨울, 그 다음 기수의 새로운 선생님들과 1차 교육을 함께 했다. 3년에 걸쳐 세 번의 같은 과정을 거치며 통역에 대한 능력도 더 자연스러워졌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그 분들과 같은 수업을 듣게 되는 셈이었던 터라 더할 나위 없는 공부와 경험이 되었음은 당연했다.

 

스스로 꼽는 내가 이 일을 생각보다 잘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크닉’과 ‘스킬’처럼 축구에서는 뜻이 구분되지만 한국말로는 딱히 달리 표현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영국에서의 지도자 과정을 통해 습득하고 익숙해져 있지 않았더라면 빠른 순간에 적절하게 풀어내기가 힘들었을 만큼 축구 관련 표현과 용어들은 축구에 특화된 것들이 꽤 있었다. 또한 전술적인 상황이나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한 표현, 그리고 훈련 시 사용하는 은어에 가까운 표현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영어에서의 표현을 직역하기 보다는 우리가 쓰는, 그래서 지도자 분들이 더 이해하기 쉬운 한국식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공을 가진 우리 편 선수에게 상대 수비수가 다가갈 때 경고해줄 수 있는 말, 공을 흘린다거나 슛하는 척 하면서 접는 동작, 수비 라인을 전체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상황, 수비 시 넓게 벌어져 있는 선수들을 안으로 좁힌다거나 공격수가 수비수를 상대로 등을 지는 표현, 훈련의 구성이나 방법, 성격 등에 따라 구분되는 훈련의 종류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요새는 중계를 통해서도 핸들링, 센터링, 루즈타임 등 과거 정체가 불분명하거나 의미가 통하지 않는 용어들의 사용을 지양하는 추세인데 강의 도중, 아무래도 영어식 표현을 한국말로 그대로 바꾸기 힘들다거나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 때문에 영국에서 쓰는 표현이 아니지만 이미 한국식으로 통용되거나 대체된 표현들을 유연하게 통역해야 하는 상황이 더러 생겼다. 강의 중에 강사님이 ‘백포’라고 설명하시면 내가 ‘포백’이라고 단어의 순서를 바꿔서 말한다거나, ‘헤더’라고 표현하시면 한국적 의미인 ‘헤딩’이라는 단어로, ‘코너’라고 말씀하시면 ‘킥’을 덧붙여 ‘코너킥’으로 통역했던 것은 비록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강의를 듣는 지도자 선생님들께서 더 알아듣기 쉽도록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이다.


강의를 통역하는 것은 결국 외국어를 듣고 이해한 후 한국말로 표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외국어를 말하는 것보다는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우선이고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완성된 문장으로 만들어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기에 (외국어)말하기보다는 듣기가, 듣기보다는 (한국어)말하기가 중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강의가 몇 시간에 걸쳐 이어지면 집중력이 약해지고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 때에는 듣기도 듣기지만 (한국어)말하기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순간 놓치는 부분이 있었더라도 그 단어나 표현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자연스러운 진행을 위해 강사에게 되묻지 않고 이해한 것으로부터 부드럽게 포장해 말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가끔씩 생기는 이러한 상황에서의 순발력과 위기관리(?)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사의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지, 내가 말하고 있는 문장의 완성도는 높은지, 주술관계는 들어맞는지 등 단순히 몇 문장씩 따로 떨어뜨려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며 직역이 아닌 약간의 의역으로 한국말 자체를 잘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수강생들이 듣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내가 말하는 한국말이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해석해 의역할 수 있는 융통성, 설사 놓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문장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순발력. 이 세 가지가 영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특정한 분야의 통역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전문 통역사는 아니었지만 축구 지도자 교육에 대한 통역만큼은 영어실력이 비슷하다면 다른 어떤 사람과도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무언가를 공부하고 경험했다면, 그곳에서 익혔던 언어와 지식을 나와 같은 방법으로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어를 잘 한다고 어떤 분야에서나 통역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어느 정도’라는 것이 생각보다 낮다고 말하고 싶다. 유학을 하며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까닭은 언어의 습득 그 자체보다는 해당 학문에 더 쉽고 깊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서의 기능이 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꼭 통역의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더라도 외국어를 통해 느끼고 이해하는 바를 한국어로 받아들여 제 3자에게 쉽게 전해 줄 수 있다면, 외국에서 힘들게 공부한 보람이 훨씬 크지 않을까? 지식과 경험의 전파와 공유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두 곳 사이의 학문적, 문화적 간극을 좁혀줌은 물론 그 분야를 발전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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