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공감 +1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지난 1979년 6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의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주한미군철수와 한국 인권문제를 놓고 격돌해 심기가 불편했던 카터는 김포공항에서 바로 동두천 미군부대로 날아가 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잠자리를 한국의 호텔이 아닌 미군부대로 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카터의 유별난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침에 미군들과 함께 운동복 차림으로 부대에서 조깅을 즐겼던 것이다.

 

카터가 조깅하는 모습은 국내 신문과 방송 보도로 알려졌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카터가 군부대에서 잔 것보다는 군인들과 같이 조깅을 한 것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당시의 한국 경제수준에 비추어 볼 때, 미국 대통령이 건강을 위해 공개적으로 군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모습은 매우 신선하기도 했고 상당히 부러운 것이었다.

 

 

운동은 운동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당시, 일반인들이 카터 대통령과 같이 조깅을 생각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아침 일찍 길거리에서 러닝셔츠차림으로 조깅을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던 때였으니까 말이다.

 

40여 년이 지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제 건강한 인생을 즐기기 위해 운동을 중요한 활동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말 서울 수도권의 주요 산들은 체력을 다지기 위한 등산객들로 넘쳐나고 한강변 공원과 운동장, 헬스클럽 등에서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운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은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한 수준이 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영양과다와 비만으로 인해 각종 성인병이 크게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으며 건강한 생활을 위해선 운동이 가장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 런던올림픽 등 각종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에서 대표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며 스포츠에 대한 기대와 참여의지를 갖도록 했다.

 

운동을 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현대 생활의 추세이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샐러리맨들은 주말 시간을 내 운동을 하지만 운동비용으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등산용품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으며 골프 등 레저용품 비용은 상당히 고가이다.

 

운동을 하는 데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따라서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어서, 운동에 대한 참여의지 조차가 없어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운동의 소외계층에 대해 관심과 지원 등이 모아져야 한다. 공부에만 내몰리는 학생,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 장애우, 다문화가정 등은 운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여건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 대표적인 계층들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어도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형 복지국가라고 할 수 없다. 운동을 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자 기본권으로서 민주사회의 중요한 구성요건이다.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더라도 운동을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운동권이 인간의 천부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요즘 체육계에선 점차 열기를 고조시켜가고 있는 대선에서 체육이 국민의 중요한 활동분야의 하나로 자리 잡도록 하기위해 다양한 정책 개발과 연구를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순수 체육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신뢰와 공감 포럼(체육)이 29일 ‘운동이 하고 싶다’는 주제로 공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포럼에선 ‘모든 사람이 스포츠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운동권의 중요성을 실제적인 사례와 정책 중심으로 제시했다. 운동을 통해서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인생을 영위해 나갈 때 개인과 사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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