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화석(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중국 상해에 이어,  UAE 수도 아부다비, CAS의 Hearing Center 유치

한국이 한참 맹추위속에서도 귀성과 귀경길에 오르던 지난 설연휴에 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주최하는 국제모의조정대회의 자원봉사자로 일했습니다. 이번대회의 가장 많은 재정적후원을 제공한 공식스폰서로 바레인의 BCDR (Bahrain Court of Dispute Resolution) 이 참여하였습니다.

 

 ICC 대체적분쟁해결(ADR)센터 팀장 Hannah Tuempel 과 함께

 


중동의 각국이 이미 국제상사중재의 세계적인 기관들을 등에 업고 중재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바레인의 BCDR은 미국의 AAA(국제중재협회)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이미 두바이에 설치된 DIAC 는 런던중재법원(LCIA) 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재기관 전쟁은 스포츠중재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84년 설립이후 줄곧, 뉴욕과 시드니에만 대륙별 사무소를 두고 있던 스포츠중재재판소(CAS) 가 지난 1년새 중국 상해와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각각 Hearing Center 를 설치하는 것에 합의하였습니다. 각각 국가적인 유치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물입니다.


Hearing center는 중재과정에서 중재인과 의뢰인, 그리고 상대방측이 만나 증인 출석, 증거제출등으로 집중심리를 하는 공간입니다. 대한상사중재원 안건형 차장의 말을 빌리자면, 국제중재가 가지는 단심제의 특성상 약 2주정도의 집중심리가 이루어지고, 따라서 하나의 convention사업으로서 국제적으로 인기가 있는 Hearing center 는 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대륙에서 한해 이루어지는 중재건수가 10만건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중국 중재기관인 CIETAC 에 의해 보고되고 있지만, 국제중재 분야에서는 이 숫자를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건수만을 놓고 볼 때, 단연 세계 1위이지만, 중재판정에 있어서의 신중성(prudence)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홍콩과 치열한 국제중재의 패권다툼을 하고 있는 상해는 스포츠중재의 세계최고 기관인 CAS의 Hearing Center 를 유치함으로서 홍콩과의 경쟁에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동의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쿠웨이트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본청을 자국에 건립하고 OCA가 쿠웨이트를 본부의 영구적인 소재지로 선언하는가 하면, 2022년 월드컵을 한국, 일본을 제치고 카타르가 따내기도 했고, 국제중재에 있어 한국과 같이 신생국가나 다름없는 UAE 가 국가적인 사활을 걸고 CAS의 Hearing Center 를 유치한 것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토후국인 UAE는 두바이 정부와 아부다비 정부가 서로 다른 자치권을 가지고 있어 UAE 의 발전 경쟁에 나선 대표적인 이들 두 정부가 막대한 오일달러를 쏟아 부으며 전세계의 경제와 문화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두바이가 경제와 산업으로 주목받았다면, 아부다비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분관 유치, 세계최초의 페라리월드 건립등 문화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포츠분야에서 Hearing center 설치로 화룡점정을 이룩했다고나 할까요?


중동과 중국의 스포츠중재의 패권다툼을 지켜보면서 동, 하계올림픽에서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국제대회유치에 있어, 동하계올림픽과 IAAF 세계육상,월드컵까지 유치한 세계 7번째 국가로서 소위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한국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아시아에서부터 스스로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가오는 5월 말이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시의 협력으로 서울 시청 옆에 국제중재센터가 개관합니다. 내년 아시안게임과 2018년 동계올림픽기간중 임시중재재판부를 운영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유치이후의 유산(legacy)을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스스로 배우고 얻은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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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수도권 최초의 경전철인 용인경전철이 용인에 있는 모 테마파크와 연계한 관광레저 경전철로서 올 4월부터 가까스로 개통된다는 소식입니다. 관광레저 경전철로 탈바꿈하려는 시도의 배후에는 경전철 투자자인 (주)용인경전철에게 용인시가 물어주어야 하는 약 5천억원대의 배상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전철 개통과 관련한 용인시와 운영주체와의 분쟁은 국내법원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s of Commerce, 약칭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서 단 한번의 판정으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상거래와 관련된 분쟁에서 시간이 기회비용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보니, 상거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이 분쟁이 발생할 때, 미리 법원이 아닌 중재(arbitration)로 해결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상에 넣기도 합니다. 상거래 중재의 특징중의 하나는 단 한번의 판정으로 그친다는 것입니다. 진 쪽은 더 할말이 없는 것이죠.

 

 불리한 판정이 내려진 당사자가 ‘꼼짝없이’ 중재판정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물론 실제 집행에 있어 법원절차인 중재판정이의의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중재를 하기로 미리 합의를 한데다가 심지어는 중재인을 당사자들이 직접 선택하여 추천하였기 때문입니다. ‘말을 바꾸지 말라’ 라는 법언은 고상한 말로는 금반언(estoppel)이라하는데, 스스로 보기에 가장 공정할 것 같은 중재인마저 선임한 상황에서 중재판정에 대해 법적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약속했으면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중재가 1심이라는 특징은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판승부에 모든 것을 다 걸기 때문입니다.

 

 국내 스포츠중재를 위임받아 스포츠중재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상사중재원 진흥전략팀 김성룡 과장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중재의 경우 다툼이 생기는 액수가 2억원 미만일 때 중재의 시작단계에서 한번의 심리, 최종판정까지 7개월미만, 다툼의 액수가 2억원 이상의 경우, 7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의 삼심제도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중재의 단심 소요기간에 비해서는 당사자가 불복하는 한 재판이 최종확정되기까지는 중재보다 더 오래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적인 재판 외 분쟁해결제도(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ADR’ 이라고 한다.)에 있어 상소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판정부의 구성에 있어 중재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WTO 분쟁해결패널의 경우 상설 상소기구가 있어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스포츠중재에서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존재하고 CAS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스위스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AS의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절차로서의 상설상소기구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중재에 있어 대륙별 스포츠중재기관이 있고, 이에 대한 최종 상소기구로서 로잔의 CAS 를 거치게 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중재에서도 상소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자 합니다. 아시아대륙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인천아시안게임부터 CAS가 임시중재(ad hoc arbitration)판정부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작년 대만 태권도 양수쥔 선수 파동과 관련하여 보듯이, 스포츠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종목별국제연맹, 국내연맹, 메가이벤트조직위원회(통상, 'OCOG'의 약어로 칭함) 들 중에서 누구를 상대로 중재 혹은 이의신청에 회부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적인 포럼(forum)으로서의 중재의 매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포츠중재가 활성화되고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역내중재기구를 마치 스위스 로잔 CAS 중재로 나아가는 전단계로 볼 것이 아닌, CAS 운영에 있어 과도하게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스포츠와 지역특색을 감안해서, CAS의 대안이 되거나 매력적인, CAS와 대등한 단계에서의 분쟁해결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나간다면 아시아 지역에서의 스포츠중재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를 비롯한 스포츠 관련 당사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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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일본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요요기 제
2체육관내에 있다. 요요기 제2체육관은 요요기 제1체육관과 더불어, 1964년 동경 하계올림픽의 주요 실내경기장으로 사용되었다. 이 지역은 제2차 대전 종전후 미군 주둔지로 활용되었고, 그 이전에는 메이지신궁을 참배하러 오는 배참도’(오모테산도) 지역이었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이 지역에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건축기술을 활용한 소라 형태의 은빛 지붕을 가진 현대식 체육관을 건축하였다.
(
그리고 일본 우정성은 요요기 체육관을 도안으로 한 올림픽 기념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로 앞 건물은 기시 체육회관이고, 요요기 체육관과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JR 야마노테(山手)선의 하라주쿠 역인데, 이 역에서 JR 주오(中央)선으로 한정거장만 이동하면 도쿄 올림픽 당시 주경기장으로 활용된 도쿄국립경기장이 위치하고 있다.

                                                            (요요기 제2체육관)

두 개의 경기장 모두 올림픽 이후 스포츠관련기구 혹은 기념사업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곳 요요기체육관에 스포츠중재재판소가 위치하는 것이나, 도쿄국립경기장에는 일본 스포츠박물관이 있는 점이나, 모두 대회 후 경기장 활용방안으로서 귀감을 삼을 만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요기 체육관에서 메이지신궁을 끼고 좌측으로 돌면, 동경올림픽 당시 선수촌이었던 지역이 현재는 청소년 교육센터로 바뀌어, 일본 각지의 청소년 교육을 위한 합숙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스포츠중재재판소의 사무국은 30여평의 공간에,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자리하고 있었다.
설립당시부터 와세다의 법과대학 교수님께서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ASSER 연구소 내 국제스포츠법센터의 연구사업에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일본의 스포츠중재현황을 알리는데 일조하였고, 해마다 ASSER 연구소에서 발간되는 단행본의 한 chapter 로서 일본의 스포츠중재를 쓰시기도 했다. (ASSER 연구소에서 가장 최근에 발간된 Sport, Mediation and Arbitration(2009)의 경우, 중국의 스포츠중재가 한 chapter 로 실렸다는 점에서,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싶다.)

 

                                              (일본스포츠중재기구의 사무실 내부 모습)

일본 스포츠중재기구의 설립근거는 일본 국내법상 재판외분쟁해결수단의이용및촉진에관한법률 제5조에 근거한다. 그리고 일본 법무성(우리나라의 법무부에 해당)이 법무대신 명의로 인증통지서를 발부한다. 따라서 일본법상 재판에 가지않고도 이 중재절차를 통해 판정문을 받으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게 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재법을 도입하고 있으나, 재판외분쟁해결수단을 총괄하는 기본법은 아직 마련하고 있지 않다. 재정적으로는 일본 중재기구역시 일본의 KEIRIN
(
경륜)의 지원사업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법무부장관에 해당하는 법무대신이 날인한 인증통지서 원본)

일본 중재기구의 대표적인 중재판정문으로는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수영선수와 태권도 대표선수의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판정문이었다
. 또한 일본스포츠중재기구는 연례 심포지움과 정기적인 세미나를 주최하여 관련 학자와 실무가들의 연구 및 상호 학술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구가 최근들어 스포츠인재양성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있음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이후 한국, 중국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엘리트 스포츠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스포츠입국’(立國) 방안을 위한 지속적인 세미나를 실시하였고, 올해부터 일본스포츠중재기구는 기구차원에서 1년정도의 중재인턴을 선발하여 해외중재기구에 파견하는 사업을 마련하고 이미 선발일정을 마쳤다.

                                                   (일본 스포츠중재기구 정문앞에서)

우리의 경우, 일본에 비교할 때, 스포츠중재에 있어 분명 강점이 될 만한 부분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스포츠중재위원회가 문을 닫고 그 기능이 대한상사중재원으로 이관되었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 일반 국제거래에 있어 ICC 국제중재법원에 부탁된 사건기준으로 국제중재건수와 국제중재와 관련한 사건금액이 훨씬 크고 아시아에서는 1,2위를 다투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최근 국제중재분야의 세계적인 기관인 ICCA 의 사무총장으로 한국 변호사가 선출되는 등 글로벌 경쟁력있는 국제중재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만큼, 스포츠를 이해하는 국제중재법률가들이, 국제스포츠중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일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에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중 임시중재재판소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한 저력을 품고 있는 일본스포츠중재기구의 인상을 깊이 간직하며포츠중재재판소에서  근무하는 Yoko Kushida의 배웅속에 문을 나섰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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