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화석(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중국 상해에 이어,  UAE 수도 아부다비, CAS의 Hearing Center 유치

한국이 한참 맹추위속에서도 귀성과 귀경길에 오르던 지난 설연휴에 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주최하는 국제모의조정대회의 자원봉사자로 일했습니다. 이번대회의 가장 많은 재정적후원을 제공한 공식스폰서로 바레인의 BCDR (Bahrain Court of Dispute Resolution) 이 참여하였습니다.

 

 ICC 대체적분쟁해결(ADR)센터 팀장 Hannah Tuempel 과 함께

 


중동의 각국이 이미 국제상사중재의 세계적인 기관들을 등에 업고 중재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바레인의 BCDR은 미국의 AAA(국제중재협회)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이미 두바이에 설치된 DIAC 는 런던중재법원(LCIA) 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재기관 전쟁은 스포츠중재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84년 설립이후 줄곧, 뉴욕과 시드니에만 대륙별 사무소를 두고 있던 스포츠중재재판소(CAS) 가 지난 1년새 중국 상해와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각각 Hearing Center 를 설치하는 것에 합의하였습니다. 각각 국가적인 유치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물입니다.


Hearing center는 중재과정에서 중재인과 의뢰인, 그리고 상대방측이 만나 증인 출석, 증거제출등으로 집중심리를 하는 공간입니다. 대한상사중재원 안건형 차장의 말을 빌리자면, 국제중재가 가지는 단심제의 특성상 약 2주정도의 집중심리가 이루어지고, 따라서 하나의 convention사업으로서 국제적으로 인기가 있는 Hearing center 는 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대륙에서 한해 이루어지는 중재건수가 10만건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중국 중재기관인 CIETAC 에 의해 보고되고 있지만, 국제중재 분야에서는 이 숫자를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건수만을 놓고 볼 때, 단연 세계 1위이지만, 중재판정에 있어서의 신중성(prudence)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홍콩과 치열한 국제중재의 패권다툼을 하고 있는 상해는 스포츠중재의 세계최고 기관인 CAS의 Hearing Center 를 유치함으로서 홍콩과의 경쟁에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동의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쿠웨이트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본청을 자국에 건립하고 OCA가 쿠웨이트를 본부의 영구적인 소재지로 선언하는가 하면, 2022년 월드컵을 한국, 일본을 제치고 카타르가 따내기도 했고, 국제중재에 있어 한국과 같이 신생국가나 다름없는 UAE 가 국가적인 사활을 걸고 CAS의 Hearing Center 를 유치한 것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토후국인 UAE는 두바이 정부와 아부다비 정부가 서로 다른 자치권을 가지고 있어 UAE 의 발전 경쟁에 나선 대표적인 이들 두 정부가 막대한 오일달러를 쏟아 부으며 전세계의 경제와 문화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두바이가 경제와 산업으로 주목받았다면, 아부다비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분관 유치, 세계최초의 페라리월드 건립등 문화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포츠분야에서 Hearing center 설치로 화룡점정을 이룩했다고나 할까요?


중동과 중국의 스포츠중재의 패권다툼을 지켜보면서 동, 하계올림픽에서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국제대회유치에 있어, 동하계올림픽과 IAAF 세계육상,월드컵까지 유치한 세계 7번째 국가로서 소위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한국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아시아에서부터 스스로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가오는 5월 말이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시의 협력으로 서울 시청 옆에 국제중재센터가 개관합니다. 내년 아시안게임과 2018년 동계올림픽기간중 임시중재재판부를 운영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유치이후의 유산(legacy)을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스스로 배우고 얻은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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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수도권 최초의 경전철인 용인경전철이 용인에 있는 모 테마파크와 연계한 관광레저 경전철로서 올 4월부터 가까스로 개통된다는 소식입니다. 관광레저 경전철로 탈바꿈하려는 시도의 배후에는 경전철 투자자인 (주)용인경전철에게 용인시가 물어주어야 하는 약 5천억원대의 배상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전철 개통과 관련한 용인시와 운영주체와의 분쟁은 국내법원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s of Commerce, 약칭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서 단 한번의 판정으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상거래와 관련된 분쟁에서 시간이 기회비용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보니, 상거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이 분쟁이 발생할 때, 미리 법원이 아닌 중재(arbitration)로 해결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상에 넣기도 합니다. 상거래 중재의 특징중의 하나는 단 한번의 판정으로 그친다는 것입니다. 진 쪽은 더 할말이 없는 것이죠.

 

 불리한 판정이 내려진 당사자가 ‘꼼짝없이’ 중재판정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물론 실제 집행에 있어 법원절차인 중재판정이의의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중재를 하기로 미리 합의를 한데다가 심지어는 중재인을 당사자들이 직접 선택하여 추천하였기 때문입니다. ‘말을 바꾸지 말라’ 라는 법언은 고상한 말로는 금반언(estoppel)이라하는데, 스스로 보기에 가장 공정할 것 같은 중재인마저 선임한 상황에서 중재판정에 대해 법적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약속했으면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중재가 1심이라는 특징은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판승부에 모든 것을 다 걸기 때문입니다.

 

 국내 스포츠중재를 위임받아 스포츠중재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상사중재원 진흥전략팀 김성룡 과장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중재의 경우 다툼이 생기는 액수가 2억원 미만일 때 중재의 시작단계에서 한번의 심리, 최종판정까지 7개월미만, 다툼의 액수가 2억원 이상의 경우, 7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의 삼심제도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중재의 단심 소요기간에 비해서는 당사자가 불복하는 한 재판이 최종확정되기까지는 중재보다 더 오래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적인 재판 외 분쟁해결제도(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ADR’ 이라고 한다.)에 있어 상소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판정부의 구성에 있어 중재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WTO 분쟁해결패널의 경우 상설 상소기구가 있어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스포츠중재에서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존재하고 CAS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스위스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AS의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절차로서의 상설상소기구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중재에 있어 대륙별 스포츠중재기관이 있고, 이에 대한 최종 상소기구로서 로잔의 CAS 를 거치게 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중재에서도 상소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자 합니다. 아시아대륙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인천아시안게임부터 CAS가 임시중재(ad hoc arbitration)판정부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작년 대만 태권도 양수쥔 선수 파동과 관련하여 보듯이, 스포츠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종목별국제연맹, 국내연맹, 메가이벤트조직위원회(통상, 'OCOG'의 약어로 칭함) 들 중에서 누구를 상대로 중재 혹은 이의신청에 회부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적인 포럼(forum)으로서의 중재의 매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포츠중재가 활성화되고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역내중재기구를 마치 스위스 로잔 CAS 중재로 나아가는 전단계로 볼 것이 아닌, CAS 운영에 있어 과도하게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스포츠와 지역특색을 감안해서, CAS의 대안이 되거나 매력적인, CAS와 대등한 단계에서의 분쟁해결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나간다면 아시아 지역에서의 스포츠중재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를 비롯한 스포츠 관련 당사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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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프랑스에서 대륙법 과정 여름학기를 참석할 때였다. 파리는 한창 혁명기념일(Bastille Day)의 불꽃놀이가 있을 즈음, 브뤼셀로 향할 준비를 다 마치고 단 4시간여라도 눈을 붙이려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61Gare du Nord(북역)에서 출발하는 브뤼셀 기차를 타고 한 시간여를 잠깐 졸았을까, 1시간 20분 만에 브뤼셀 중앙역에 닿았다.

1. 스포츠외교관의 산실: Billet Latour 과 현재 IOC위원장 두명을 배출한 나라

지금까지의 IOC 위원장은 1대 디미트리우스 비켈라스(그리스), 2대 피에르 드 쿠베르탱(프랑스), 3대 빌레 라투르(벨기에), 4대 지그문트 에드스트롬(스웨덴), 5대 에버리 브런디지(미국), 6대 킬라닌 경, 7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스페인) 그리고 현 8대 자크 로게(벨기에) 8명이다. 이 중 두명이 벨기에 출신이다. IOC 뿐만 아니라, 필자는 1999IOC 총회 때2002FIFA 월드컵 당시 공항영접 자원봉사를 했는데, 2002년 월드컵 당시 24명의 FIFA 집행위원 중에는 벨기에 출신의 Michel D'hooghe 위원도 있었다.

여기에, 스포츠중재분야의 상설법원격인 스위스 로잔의 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 의 이사회는 ICAS(International Council of Arbitration for Sport) 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5명의 이사회 집행임원과 16명의 위원만 위촉이 된다. 이중에도 역시 벨기에 출신 위원이 있는데 Frans Meulemans 이다. 스위스 못지않게 다수의 스포츠외교관을 배출하는 나라다.

2. 벨기에 법체계와 스포츠중재

마침 도착시간이 도시근무자의 출근시간과 겹쳐, 빠른 걸음으로 우리로 치면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이 함께 있는 'Palais de Justice' 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벨기에는 2003년 세계에서 네덜란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동성혼을 법정혼인으로 성문화할 만큼 법문화에 있어 실용적이다. 8시부터 일반 공개하는 Palais de Justice 의 모습이 실용적인 벨기에 법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데, 파기원(Cour de Cassation)에 들어서니, 프랑스 파리의 같은 이름으로 서있는 Palais de Justice 의 파기원내부에서 봤던 화려함은 이곳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벨기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이사회의 본부가 위치한 만큼 다수의 글로벌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위치하여 이곳에서의 국제중재도 활발하며, 이러한 국내에서 축적된 중재경험과 Bernard Hanotiau 와 같은 세계적인 중재인들의 뒷받침으로 벨기에 올림픽 위원회도 필자가 이전에 소개한 프랑스 올림픽 위원회와 유사하게 조정절차와 중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3. 브뤼셀 자유대학 옆에 위치한 국제대학스포츠연맹

192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안트워프(불어로는 앙베르라 읽는다)가 위치한 벨기에의 북부는 네덜란드 계의 언어를 쓰고, 벨기에 남부는 왈루니(Wallonie)라는 프랑스어계 방언을 쓴다. 벨기에 중심부에 위치한 브뤼셀은 네덜란드 계와 프랑스어 계가 공존하고 있다.

19세기에 설립된 브뤼셀 자유대학(Libre Unversité de Bruxelles)은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사용자간의 다툼으로 1960년대에 동일한 이름으로 언어에 따라 두 개의 서로다른 대학으로 분리되었다. 7월인데도 가을을 재촉하는 듯한 촉촉한 비가 브뤼셀을 적시는 아침, 캠퍼스에 도착하니 마침 9시가 다되어, 다들 강의실에, 도서관에, 행정관등 자신의 위치에 찾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마침 여름학기를 하고 있었고, 대학 안에는 프랑스어를 더욱 널리 보급하고자 미디어 도서관, 그리고 인문과학(Science Humaine) 도서관등이 이미 문을 열었다. 한국 혹은 파리의 대학도서관과 다른 점은 별도의 학생증검사를 하지 않는다. 옥스퍼드나, 파리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보는 곳이라면, 브뤼셀 자유대학 도서관은 한국과 유사하게 공부를 하는 곳이 먼저 눈에 띈다. 더욱이, 학내에 파리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무료 wifi망이 구축되어 있고, 외국인도 자신의 이름, 국적, 주소만 등록하면 사서를 만나서 거쳐야 하는 절차 없이 바로 온라인상에서 아이디, 패스워드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어계 자유대학이 위치한 Ixelles 언덕의 오른편으로 있는 숲속에 최근에 이전한 국제스포츠연맹(FISU)의 본부가 있다.

                                                 (사진 설명: 브뤼셀 자유대학에서)

4. 유럽연합 스포츠정책을 위한 유럽 올림픽위원회 브뤼셀 사무소

유럽연합의 운영에 관한 조약(유럽연합법 분야에서 약칭으로는 리스본 조약이라 통칭한다.) 512편에서는 유럽연합 스포츠진흥에 관한 기본법적 성격의 조항을 담고 있다.

1항에서는 기본원칙의 성격으로, 연합은 스포츠의 특별한 특징, 그 자발적 활동에 의거한 구조 및 그 사회적, 교육적 기능을 고려하면서 유럽적 스포츠 관심분야의 진흥에 기여한다.”

2항에서는 지향하는 가치를 열거하여, 스포츠경기의 공정 및 개방성의 촉진, 스포츠에 책임있는 단체간 협력의 추진 및 남녀스포츠선수, 특히 젊은 남녀스포츠선수의 심신의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스포츠의 유럽적 특성을 발전시킨다.” 고 천명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원칙(mandate) 로서 4항에서 본 조에 규정된 목표의 달성에 기여하기 위하여 유럽의회 및 이사회는 보통입법절차에 따라 경제사회위원회 및 지역위원회와 협의 후 회원국 법과 규정의 조화작업을 제외한 촉진조치를 채택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와 각국 정부수반 회의체인 유럽이사회 (European Council)및 회원국 장관급 회의체인 이사회’ (Council)와의 협력을 위해 본래 이태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EOC(유럽올림픽위원회)는 두 유럽연합 건물이 위치한 라운드 어바웃 길 건너편에 브뤼셀 분소를 두고 있다.

                                          (사진설명: 유럽올림픽위원회 브뤼셀 사무소)


유럽의 영세중립국으로서 다수의 국제스포츠기관을 유치한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3대강국인 프랑스-독일-영국 사이에 위치한 벨기에(브뤼셀에서 파리, 런던, 독일의 쾰른은 모두 초고속열차로 2시간 거리이면 닿는다.)는 지정학적 경험을 살려 전 세계무대로 하는 스포츠외교 인맥과 유럽연합을 아우르는 스포츠진흥정책의 메카로, 그리고 국제대학스포츠연맹 본부라는 인프라까지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경상남북도를 합한 면적에 1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벨기에가 축적한 유산은 13억의 중국과 12천의 일본 사이에서 결코 작지 않은 면적에 상당한 인구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앞으로 아시아지역, 더 나아가 세계스포츠무대에서 추진해야 할 전략적 위상을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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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스포츠중재
, 스포츠조정하면, 대부분 제일 먼저 떠올리는 국제기관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 (이하, 'CAS' 라 한다.) 일 것이다. 스포츠둥지에 게재된 글을 통해서도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이 상설중재법원은 1984년에 설립되었는데, 주로 국제경기연맹(IFs), 올림픽을 비롯한 메가 스포츠이벤트와 관련한 선수가 연루된 분쟁에 국한하여 관할을 부여하는 협정에 의거해서 분쟁을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미디어와 같은 스포츠 대회와 연관되지만, CAS가 다루지 않는 스포츠관련 분쟁에 대해서는 그 다툼의 양 당사자가 같은 국가 출신이라면 당사자가 속한 국가의 법원이나 국내 분쟁해결기관에 부탁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지금 시대에,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시대에 중계 판권이 국제적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로 거래되는 현상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스포츠분야의 국제거래의 빈도나 그 계약 액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국제분쟁해결수단으로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또 하나의 국제중재기관으로 WIPO중재조정센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WIPO 중재조정센터를 접하게 된 계기는 WIPO 가 전세계 10개국에서 매년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 2주간의 Summer School 이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WIPO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국제연합(UN)산하의 전문기관이며 1945년 출범한 UN 에 앞서 1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WIPO 중재가 특히 각광받는 분야는 인터넷 주소 분쟁해결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인터넷도메인을 개인이 미리 사들여 글로벌 기업에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 이른바 주소사냥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고자, 주소명칭에 진정한 관련성이 있는 기업과 주소를 소유한 당사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WIPO 인터넷 주소 중재제도는 공공정책상 도메인 등록 취소결정을 내린다.

스포츠 분야는 비단
Nike 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기업 뿐만 아니라, 국제경기연맹 (세계레슬링연맹, www.worldwrestlingfederation.com), 프로리그 명문구단,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www.realmadrid.org), 메가 스포츠이벤트(월드컵축구, www.worldcup2002.com, f1 레이싱, www.f1.com)에서 스포츠 스타까지 망라한다. 특정 스포츠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에 오르자, 스포츠 스타의 이름으로 도메인을 등록하였다가 스포츠스타가 WIPO 도메인 분쟁을 통해 주소를 되찾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클 오언 (www.michaelowen.com) 사건이다.

WIPO 중재조정센터가 중재와 조정을 다루는 분야를 새로 개척하면서, 특히 지적재산권 관련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WIPO 가 공동으로 주최한 WIPO 중재조정관련 세미나에서 WIPO 중재조정센터의 팀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 민은주 박사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전체 WIPO 중재에서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사진설명: WIPO 분쟁조정센터에 부탁된 분쟁의 분야별 비율, 출처: 문화체육관광부-WIPO 합동 주최 세미나)

WIPO 중재는 크게 일반중재와 신속중재(expedited arbitration) 가 있다. 일반중재에 비해 신속중재는 중재인수를 1명으로 (일반중재는 3) 하고, 명칭그대로 일반중재에 비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다른 국제중재기관과 차이가 있는 방식이다. 중재신청이 들어오면 중재신청 접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상대방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고, 중재신청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고 절차를 종결하는데 까지 3개월 이내에 실시하고 있다. 절차 종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최종중재판정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중재절차를 거치는 기간은 5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WIPO 일반중재가 규정상 약 1, 국제 상거래 분쟁이 통상 2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속성을 그 강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WIPO의 경우 특정 산업분야에 맞게 조정과 중재를 단계별로 사용하는 방식을 협정을 통해 설계를 하기도 하는데, 예컨대 엔터테인먼트분야에서의 특정 분야 협회가 WIPO와 협정을 체결하여 조정-신속중재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미디어 분야에서 WIPO를 통해 해결한 국제분쟁은 유럽의 스포츠협회와 아시아의 방송회사간의 방송판권계약 분쟁을 예로 들수 있다.

(사진설명: 유럽스포츠협회와 아시아 미디어 회사간의 WIPO 일반중재사례, 출처: 문화체육관광부-WIPO 합동 주최 세미나)

WIPO 중재조정을 소개하면서 끝으로 얼마전 전국체전에서의 불미스러운 판정시비로 모처럼 비인기종목에 모인 관심이 시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앞서 프랑스 스포츠분쟁해결제도를 소개하면서, 선수와 협회와의 분쟁해결은 조정으로 해결한다는 점, 선수와 협회의 상생을 위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는데, 지난 전국체전 판정문제를 통해 선수와 협회 분쟁에 있어, 방금 소개한 조정-신속중재방식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레 생각을 모아 보았다. 여기서 조정과 중재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고 자 하는데 조정은 조정내용이 양 당사자에게 구속력이 없지만, 중재의 경우 중재판정이 양 당사자를 구속한다. 이점을 감안할 때, 조정을 통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양 당사자가 중재에 부탁하는 대신, WIPO의 신속중재처럼 그 절차를 간소화하여 합의에 이르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에게는 자신이 지정한 중재인을 선임하여 중재과정에서 협회와 대등한 입장에서 문제를 풀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역시 자신이 지정한 조정인을 통하여 분쟁의 초기단계에서 원만한 합의 도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본다.


※ 참고문헌
1)WIPO,
중재조정센터:21세기를 위한 분쟁해결, WIPO, 4p

2)Ian Blackshaw, Sport, Mediation and Arbitration, T.M.C. Asser Press, 2009, 221-222p, 5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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