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필(아칸소대 건강과학과 교수)

 

           대한민국 국민은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국내체류 외국인 수가 120만을 훌쩍 넘었다. ‘다인종-다문화’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순혈주의 의식이 반영된 단어들은 이제 대한민국과 어울리지 않는 어휘이다. 법무부는 2040년경에는 외국인 체류자 비율이 9.2%로 늘어나 1,0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외국인의 증가로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매년 5만 건 이상의 크고 작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온 국민을 경악케한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주인공도 외국인 체류자 오원춘이었다. 갈수록 늘어가는 이주민 관련 문제점을 예방하고 그들의 국내정착 및 융화를 위해 정부 및 민간단체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그 중에서 스포츠 프로그램만큼 활용도가 높은 것은 드물 것이다.


2012년 4월 인천광역시와 SK와이번스는 피부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의 아픔을 겪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해 ‘다문화 유소년 야구단’을 만들었다. 야구 해설가 허구연과 양준혁 역시 성남시와 고양시의 협력을 얻어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 야구단을 창단했다. 3년 전 전국 최초로 ‘천안다문화가정유소년축구단 ’천다FC가 창단되었고, 박지성, 서정원 등 유명선수 출신들이 다양한 형태의 축구교실을 열었다. 그리고 인천국제교류센터가 운영하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가정 자녀를 위해 창단한 ‘리틀 비스트 농구단’도 눈에 뜨인다.

 

 

 

 

박수는 인간에게 에너지를 준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치면 박수를 받는 사람만큼 박수를 치는 사람의 정신도 건강해진다. 유명 인사들의 다문화 스포츠 프로그램 가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중장기적 비전도 없이 산발적 이벤트 수준의 행사라면 의미가 없다. 선진국의 경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스포츠관련 정책으로 이주민의 사회·문화 적응력을 높이고, 사회적 문제의 예방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다문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크게 확장시켜가야 한다. 외국인 범죄가 공단주변에 거주하는 성인 노동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유소년 프로그램과 함께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정부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프로그램이 ‘사회적 통합’(social inclusion)을 지향한 것이 아닌 ‘사회적 배제’ (social exclusion)를 지향한 것이라면 없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만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일반 사회 구성원들과 교류 기회를 축소시킴으로써 ‘사회적 배제’를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이제 배달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단어의 아우라에서 벗어나야 할 시대이다. 스포츠계에서도 우리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함께 가는 동료로 잘 안아야 하며, 관련 법령도 시대의 추이에 맞게 개정되어 가야 한다는 것은 외국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1999년 독일정부는 ‘독일인 부모에게서,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은 이주민 출신의 독일인이었다. 11명은 독일정부의 적극적인 이민자 정책아래 유소년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상징적인 선수가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주트 외칠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게르만 축구’를 버리고 ‘다문화 축구’로 변신한 독일은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당시 독일 언론은 “이제야 독일 국기에서 슈바슈티카(나치 십자문양)가 사라진 것 같다,” “사회 전반의 관용과 다문화주의를 한층 끌어올려줄 것,” “독일인들과 이민자들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크게 늘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축구의 예는 스포츠가 인종, 문화, 언어, 민족 간에 존재하는 갈등들을 해소하고 나아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중요한 문화적 기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의 문화적 기능은 다양하다.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역기능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지만 순기능적 측면이 더 많다. 19세기 세계 최초로 학교에 스포츠를 도입한 영국 명문 중등학교 교장들이 스포츠를 파괴주의의 해독제로 보았듯이 스포츠는 범죄 예방 및 사회 적응력 강화에 필수적인 문화이다. 특히 언어, 인종, 문화가 다른 구성원들 간의 정서적,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스포츠만한 게 없다. 스포츠는 만국공용어와도 같은 특성을 지닌 문화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시대의 에스페란토(Esperanto)는 스포츠(sport)”라는 것을….

 

 

 

 

 

ⓒ 스포츠둥지

 

 

 

Comment +3

                                                                          글 / 이병진(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추운 겨울이라도 공원이나 탄천(성남~분당 지역 개천)에 가면,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열심히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중간 중간에 설치된 야외 운동기구에 매달려
있는 어르신들도 많다. 저마다 건강 챙기려는 욕심들이 새삼 아름다워 보인다.





가족이 함께 운동하면 좋은 점

우리 가족들도 자주 운동을 한다. 가까운 대형 할인매장에 가더라도 20분 남짓 함께 걸어서
간다. 열심히 걸어간 후엔, 두 딸은 리듬체조와 골프강습을 받고, 아내와 나는 쇼핑을 하거나
서점에서 책을 본다. 올 때는 쇼핑 덕분에 물건들이 몇 개 더 생긴 게 흠이지만, 그것도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근력운동 삼아서 왼팔, 오른팔 번갈아가면서 들고 오면 적당하다.

우리 가족들은 인근 광교산에도 자주 오른다. 정상까지는 못가고 중간 봉우리까지는 함께 간다.
그 곳까지는 가는 데만 약 40분 걸린다. 그 정도면 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기에 적당한 거리다.
보온통에 물을 담고, 배낭에 간식도 챙겨 올라간다. 우리들의 목표 지점에 가면 운동기구와
훌라후프 등이 비치되어 있다. 허리를 눕힐 수 있는 타이어도 박혀 있다. 윗몸일으키기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한다.

 

예전엔 그곳에서“야호~”도 외쳤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초딩인 둘째 딸이 학교에서 배웠다고
하는데, 산새들과 짐승들이 놀란다고 해서 산에 가면 “야호~” 하지 말라고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하고 나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밥맛이 좋은지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모두들 건강하니까 남들이 그렇게 무시무시하다고 했던 ‘신종플루 시대’에도 우리 집에선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뭘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뒤집으면,
운동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하는 게 생활체육이지 않던가.

운동을 하고 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난 무엇보다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특히 중학교 다니는 큰 딸아이와 친구 문제며 진로에 관한 생각들을 편하게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 은근히, 어릴 적 아빠가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며, 산에 가서
토끼몰이를 한 이야기도 해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 또한 신나게 이런 저런‘뻥’을 섞어서 재미나게 답해 준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벽을 없앤다.


유럽에서는 어떻게 생활체육을 할까

생활체육을 통해 얻어지는 건강은 비단 개인의 건강과 체력을 증진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의료비 등 사회비용을 절감시키고, 기업생산성을 높여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침체된 사회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특히 이웃이 한데 어우러져 땀 흘리다 보면 서먹함이 없어지고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생활체육으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문화는 이미 서구 선진국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9만 5천개에
달하는 스포츠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스포츠클럽 회원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시설에서 운동을 한다.
이곳의 연간 회비는 우리 돈으로 한 달에 5천 원 정도다. 꼬마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들이 다 모이는 사랑방이다. 오후 6시가 넘으면 퇴근한 직장인들이 동호인들과 운동하며
가볍게 맥주도 한잔한다.

‘노인들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에서는 지역스포츠클럽이야말로 세상 사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65세 이상이면 연회비 없이 200엔에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운동 후에는 각자의
건강파일을 가지고 운동전․후의 건강기록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혈압, 맥박,
체지방 등을 확인하며 운동시간과 운동량을 조절한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유대를 돈독히 한다. 다과를 즐기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북유럽에서는 생활체육이 청소년 교육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선
정책적으로 청소년 스포츠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거나 TV 앞에서
빈둥거리면 심신이 황폐해 지며, 일탈․범죄행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체육시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포츠클럽에서 취미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세계적인 선수로 발전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클럽을 통해 이주민들을 포용하는 정책적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 정부에서는
스포츠클럽에 다문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막대한 재정후원을 하고 있다. 호주 역시, 원주민
흡인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들을 주류문화에 포함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중앙부처들이 공조하여‘다민족 청소년의 스포츠참여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5개년 프로젝트에는 1억 유로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체육참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하루빨리 정부와 국회, 체육단체 등이 공조하여 유럽
선진국처럼 스포츠클럽을 육성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국민들이 스포츠클럽에서 맘껏 운동을
즐기고, 나아가 우리사회의 막힌 곳들이 시원스레 뚫리고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스포츠 둥지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