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화석(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지난 2월 6일, 세계최대규모의 카지노, 스포츠배팅 박람회인 ICE:Totally Gaming 이 열리는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놀랄만한 뉴스를 접하였습니다. CNN뉴스보도로 유럽공동경찰의 수사에 따르면 월드컵 예선, 유럽 챔피언십등의 경기를 포함하여 약 650여건 이상의 축구경기에서 승부조작(Match Fixing)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입니다. 2년전 한국 프로축구도 선수승부조작 파문의 격랑을 겪은 터라 사건의 전모에 대한 유럽공동경찰의 발표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유럽 축구 승부조작 관련 CNN뉴스화면 캡쳐

 

승부조작-스포츠배팅-국제범죄조직의 연결고리

한국도 합법적인 승부맞추기 복표사업(스포츠토토사업)을 국민체육진흥공단 독점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영국만 해도 스포츠복권은 민간사업자간에 경쟁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무수한 경우의 수에 따라 공정한 확률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연히 조작된 승부대로 막대한 판돈을 배팅하면 예상치 못한 승률에 따라 더 큰 배당을 기록하게 됩니다. 한번의 축구경기로 국내, 온라인, 국제 복권 등 돈을 거는 장소와 판돈의 향방은 그 규모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만큼, 한 경기 한 경기의 승부결과는 그만큼 상상을 초월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Betradar 사가 제공하는 스포츠통계가운데 F1 Korea 관련 정보

 

이번 Totally Gaming 런던 박람회에서도 아이폰, 아이패드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국경을 넘나드는 스포츠배팅의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Betradar 와 같은 스포츠통계를 생산하는 B2B 정보회사는 이미 글로벌화가 완료되어, 한국의 경우, 배드민턴 선수들의 해외 오픈 경기 결과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온라인 스포츠배팅의 경우,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Isle of Man, 구 유고슬라비아 국가중의 하나인 Montenegro 와 같이 국가사업으로 세금우대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여 온라인 스포츠배팅의 해외투자자를 유치하고 법정지국으로 나서는 실정입니다. 2월말에는 영국령 Jersey 섬(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섬으로 유럽연합에 포함되지 않는 영국령입니다.)도 총독(Governor)의 수차례의 거부 끝에 가까스로 온라인 배팅관련 새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ICE:Totally Gaming 게임쇼의 Booth 광고판

 

여기에 승부조작은 투기목적으로 막대한 돈을 한쪽에 걸어 판돈을 챙기고, 이에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범죄조직의 자금이 투입되어 짭짤한 수익을 맛본 국제범죄조직이 다시 선수들을 협박하여 승부조작을 강요하는 악순환에 국제스포츠계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2012년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올해의 스포츠계의 화두는 불법스포츠도박과의 전쟁이라고 할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작년 IOC 가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처하는 국제공조를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Law Accord 의 올해주제도 역시 승부조작과 국제적 정책협력과 수사공조

매해 혹은 2년에 한번씩 개최된 Sportaccord(구 GAISF) Convention 기간을 전후하여 세계각국의 변호사와 스포츠정책 관련인사들이 모이는 Law Accord 가 열립니다. 올해는 5월 27일 스포츠어코드의 공식 개막을 이틀 앞두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 막을 열게 됩니다. 역시 올해의 핵심주제는 전세계적으로 만연된 승부조작을 규제하기 위해 국가간 정책 및 수사공조에 맞춰져 있습니다. 앞으로 스포츠 국제형사분야에 있어서는 반도핑국제규약과 같은 도핑과의 전쟁과 아울러 불법 도박과의 전쟁이 큰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ICE:Totally Gaming 런던 게임쇼 입구에서

 

 

불법 스포츠배팅은 국제공조 없이는 발본색원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힘겨운 싸움입니다. 마침 새정부는 온라인 기반의 ICT(정보기술산업)융합과 문화콘텐츠 산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고, 이미 정부인수위원회에 게임분야의 전문가들이 청년위원으로 활약할 만큼 한껏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규제개혁과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켜야 할 것에 대한 빗장이 자칫 장밋빛 청사진에 홀려 쉽게 열리지는 않을 지 사뭇 걱정이 앞섭니다. 불법 스포츠도박과의 전쟁에서 ICT 분야에서 특히 LTE 실용화와 정보고속도로 인프라에 앞선 우리나라의 경우 모바일과 온라인 스포츠배팅에서 국제적인 규제협력에 앞장서지 않으면 자칫 불법 ‘하우스’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을 정책당국자는 깊이 인식해야 할 대목입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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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세상에 한 영혼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금이야 이러한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인종차별의 역사는 가깝게는 20년 전, 구 유고 보스니아 내전 당시로만 거슬러올라가도 그 참혹함을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

 

필자가 미 연방하원의회에서 인턴을 하던 때였다. 미의회 의사당의 거대한 돔아래 중앙 지하공간은 마치 돌로 지은 지하성당(crypt)과 흡사한 석조아치 양식으로 되어 있다.  상원의회와 하원의회를 가로지르는 이 지하공간을 지나다 보면, 길 한편에 한 외국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그의 이름은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라고 했다. Raoul Wallenberg 은 스웨덴 사람인데, 미국 정치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에 외국인의 흉상이 이채롭기만 하다. 그 흉상을 도드라지게 소개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톰 랜토스 의원의 부인이다. 해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8명을 선발하여 미국 연방하원의회와 인턴 교환교류가 있는데, 톰 랜토스 의원의 부인은 항상 한국 출신 인턴들을 대동하고 연방의회 건물을 설명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아무 조건없이 맡아주고 있다. 그녀 역시 톰 랜토스 의원의 보좌관으로 연방하원의회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기도 했다.

 

라울 발렌베리를 추모하는 미국 발행우표, 사진출처: www.umich.edu

 

 

톰 랜토스 의원과 그의 부인은 모두 유태계 미국인이다. 이들은 모두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홀로코스트 박해시절, 톰 랜토스라는 청년은 한 스웨덴 외교관에 의해 목숨을 건져 미국까지 건너와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의회 외교의 수장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이 된다. (미국의 대외관계는 의회의 몫이다. 다만 미국 헌법상 국무부에 의회의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여전히 조약비준권은 상원의 고유한 권한으로 남아있는 것이 의회 외교권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 스웨덴 외교관이 바로 Raoul Wallenberg 이다. 이미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유태인 구명 기업인인 오스카 쉰들러(Oscar Schindler) 말고도 인종청소라는 폭압앞에 헌신적인 구명활동을 한 외국인이 또 한명 있었다.

 

Raoul Wallenberg 는 사실 평생을 호의호식할 수 있는 스웨덴 최고 기업집단과 관련이 있다.  스웨덴 최고의 갑부가문인 Wallenberg 가문의 일원이기도 했다. Wallenberg 가문은 은행으로 시작해 현재도 스웨덴 GDP 의 40% 를 생산한다. 한때는 세계 3대 이동통신회사였던 Eriksson 과 자동차그룹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애초부터 가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도하에서 유태인 구명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온 가문의 기풍에서 발현된 자연스러운 사명감이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2012년 라울 발렌베리 탄생 100주년 기념 스웨덴 발행우표, 출처: www.kofiannanfoundation.org

 

 

스포츠계에서도 독일계 유태인이면서 홀로코스트의 직격탄을 맞은 여자 펜싱선수가 있었다. 그녀는 Helene Mayer 로 1930년대 당시 세계 최고의 여류검객이었고, 세계 선수권자 였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게 되면서 그녀는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그러나 36년 베를린 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성적을 중시하던 나치정부는 유태인인 그녀를 다시 불러들여 독일국적으로 뛰게 했다. 당시 펜싱종목중 foil 에만 여자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 무대에서 헝가리 선수에게 지고, 은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헝가리는 1차 세계대전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공화국에 속해 있었고, 오스트리아는 올림픽 이후, 1936년 독일과 합병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대독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시상대에 오른 Helene Mayer 가 국기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오른팔을 펴서 어깨위로 치켜드는 특유의 나치식 경례를 하는 장면에서 시선이 멈춘다. 정말로 존경하는 마음에서 ‘Heil’ 을 외쳤는지 의심이 든다. 마치 슬픈 표정아래 올리브나무 묘목으로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가린 고 손기정 옹의 사진이 오버랩 되는 듯 하다. 독일정부는 1972년 뮌헨에서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1968년 Helene Mayer 를 기리는 우표를 발행했다. 자국민이었지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박해했고, 그래서 본국을 떠나야만 했던 선수에 대한 사과의 표시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1968년 헬렌 마이어 기념 독일 발행 우표, 출처: http://en.wikipedia.org

 

 

많은 사람들이 박해에서 살아 남아, 훌륭한 족적을 남기면서 그 과정에서 인류애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을 생생하게 증언해주었고, 스포츠분야에서도 이러한 인물열전을 통해 스포츠가 정치에 의해 오염되었던 시기에서도 스포츠맨십을 잃지 않은 진정한 영웅들이 있다. 전쟁, 1936년의 독일, 1992년의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198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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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수도권 최초의 경전철인 용인경전철이 용인에 있는 모 테마파크와 연계한 관광레저 경전철로서 올 4월부터 가까스로 개통된다는 소식입니다. 관광레저 경전철로 탈바꿈하려는 시도의 배후에는 경전철 투자자인 (주)용인경전철에게 용인시가 물어주어야 하는 약 5천억원대의 배상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전철 개통과 관련한 용인시와 운영주체와의 분쟁은 국내법원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s of Commerce, 약칭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서 단 한번의 판정으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상거래와 관련된 분쟁에서 시간이 기회비용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보니, 상거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이 분쟁이 발생할 때, 미리 법원이 아닌 중재(arbitration)로 해결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상에 넣기도 합니다. 상거래 중재의 특징중의 하나는 단 한번의 판정으로 그친다는 것입니다. 진 쪽은 더 할말이 없는 것이죠.

 

 불리한 판정이 내려진 당사자가 ‘꼼짝없이’ 중재판정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물론 실제 집행에 있어 법원절차인 중재판정이의의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중재를 하기로 미리 합의를 한데다가 심지어는 중재인을 당사자들이 직접 선택하여 추천하였기 때문입니다. ‘말을 바꾸지 말라’ 라는 법언은 고상한 말로는 금반언(estoppel)이라하는데, 스스로 보기에 가장 공정할 것 같은 중재인마저 선임한 상황에서 중재판정에 대해 법적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약속했으면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중재가 1심이라는 특징은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판승부에 모든 것을 다 걸기 때문입니다.

 

 국내 스포츠중재를 위임받아 스포츠중재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상사중재원 진흥전략팀 김성룡 과장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중재의 경우 다툼이 생기는 액수가 2억원 미만일 때 중재의 시작단계에서 한번의 심리, 최종판정까지 7개월미만, 다툼의 액수가 2억원 이상의 경우, 7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의 삼심제도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중재의 단심 소요기간에 비해서는 당사자가 불복하는 한 재판이 최종확정되기까지는 중재보다 더 오래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적인 재판 외 분쟁해결제도(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ADR’ 이라고 한다.)에 있어 상소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판정부의 구성에 있어 중재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WTO 분쟁해결패널의 경우 상설 상소기구가 있어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스포츠중재에서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존재하고 CAS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스위스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AS의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절차로서의 상설상소기구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중재에 있어 대륙별 스포츠중재기관이 있고, 이에 대한 최종 상소기구로서 로잔의 CAS 를 거치게 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중재에서도 상소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자 합니다. 아시아대륙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인천아시안게임부터 CAS가 임시중재(ad hoc arbitration)판정부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작년 대만 태권도 양수쥔 선수 파동과 관련하여 보듯이, 스포츠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종목별국제연맹, 국내연맹, 메가이벤트조직위원회(통상, 'OCOG'의 약어로 칭함) 들 중에서 누구를 상대로 중재 혹은 이의신청에 회부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적인 포럼(forum)으로서의 중재의 매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포츠중재가 활성화되고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역내중재기구를 마치 스위스 로잔 CAS 중재로 나아가는 전단계로 볼 것이 아닌, CAS 운영에 있어 과도하게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스포츠와 지역특색을 감안해서, CAS의 대안이 되거나 매력적인, CAS와 대등한 단계에서의 분쟁해결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나간다면 아시아 지역에서의 스포츠중재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를 비롯한 스포츠 관련 당사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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