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영길(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코마네치는 열다섯의 나이로 올림픽에 출전해 사상 유래 없는 연기로 스포츠팬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펠레는 열일곱의 나이에 월드컵에 출전해 연이은 득점을 기록하고 팀의 우승에 기여를 했다.
가끔 세계 스포츠계에서는 10대 중반의 선수가 등장해 진화를 거쳐 자신의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곤 한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짧은 기간 탁월한 성취를 이루게 하고 성장을 지속하게 했을까?
지난 10여 년 동안 몇 대한민국 스포츠를 상징하는 루키들이 있었다. 김연아가 그랬고 박태환이 그랬고 이청용이 그랬다. 중학교 시절 이미 청소년 수준을 넘어선 대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성인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선수들이다. 이 선수 중 일부는 이제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고 일부는 자신의 종목에서 전설로 나기 위해 지금도 달리고 있다.

루키의 등장과 표류

루키들이 나오면 온 나라가 시끄럽다. 혹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라도 맞물려 있으면 대중매체에서 야단법석이다. 일부 선수는 때로 선수인지 연예인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고 선수 스스로도 정체성 혼란을 겪을 정도로 매체 노출이 잦았다. 스포츠 중계가 아닌 오락과 예능 프로그램에 말이다. 새로이 등장한 선수에게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그 선수들이 한국 스포츠계를 평정하고 더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신의 입지를 굳힐 것 같은 기세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사이 등장했던 루키들은 국내 수준의 경기력에 머물거나 심지어 국내 수준에서도 퇴출되는 수모를 당한 것이 현실이다. 그토록 아까운 재능이 왜 그렇게도 일찍 말라버린 것일까?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신동들은 10대를 넘기면서 거의 예외 없이 급작스러운 충격을 받는다. 이제 친구들 틈에서 무엇을 잘하는 멋진 녀석쯤이 아니라 그 분야의 진정한 구성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그야말로 진검승부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우스웠던 성대선수는 성인 무대에 들어서면서 파워가 강해지고, 기술도 세련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되어 그야말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대가 경기장에 있고 그 다른 상대와 경기를 해야 한다. 성인 무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저 경이로운 재능을 지닌 신동으로 여겨질 뿐이고, 주변 사람들도 아이의 능력을 철저히 따지기보다는 경탄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팀 동료들도 고등학교까지 우호적이다. 그냥 운동 잘하는 멋진 친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성인 무대는 다르다. 대중매체의 집중적 관심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팀 내에서 질시의 대상이 되어 고립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불순한 경쟁자로 낙인찍혀 외롭게 팀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하는 그야말로 즐겁던 놀이였던 축구는 고달픈 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일이 되어버린 운동을
견딜 수 없어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가 생기기도 한다.

루키의 혼란과 좌절

지금까지 나 아니면 안 되는 팀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해왔지만 안타깝게도 성인 무대에서는 자기 말고도 많은 선수가 그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되는 압박 상황이 전개된다. 그래서 심리적 압박을 경험하고 그 압박감이 때로는 선수를 견디기 힘들게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까지 보여줬던 기량을 사람들이 기대하고 어린 시절 보여주었던 기량에 대한 관심과 경탄은 아직 식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선수는 선수 자신의 처지와 사회적 관심, 그리고 경기장에서 자신의 경기력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한다. 어린시절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를 했던 경기력 대신 경기를 뛰어도 그저 그런 플레이를 하게 되는 날이 많아진다. 상대 역시 성인 팀에서 생존하고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신의 플레이가 자주 차단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없었던 어린선수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절박한 사건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린 선수는 성인 무대의 경험과 기술을 겸비한 경험과 역량을 쌓아 온 다른 프로의 선수들과 경쟁할 만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신동은 성숙함에 따라 지금까지의 자신은 그저 열성적으로 밀어붙이는 부모나 강압적인 선생님, 혹은 다른 누군가의 야망을 대신 실현해 주는 대리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런 주위 사람들의 야망은 그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하고, 이렇게 주도권을 되찾게 되면 지금까지 그들의 경력을 ‘관리’해 온 사람들과 여러모로 충돌을 빚게 된다.(임재서 역, 2004).

거장이 되려면

지난 10년을 돌아보자. 고등학생 때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던 선수 중에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 그렇게 주목받던 선수의 극히 일부가 성인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타나게 될 신동을 거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신동에서 성인 무대로 들어서는 단계에서 걸림돌이 적지 않다. 아마 가장 큰 적은 대중매체와 그에 따르는 대중적 관심일 것이다. 운동 외에 다른 일을 모르던 선수에게 대중적 관심과 관심에 이어지는 한눈팔이 자체가 선수에게 충분히 독이 된다.

그리고 성인 무대는 팀 단위로 움직이던 청소년과는 다르게 선수 개인 단위로 움직인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인간적 갈등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릴 적 재능만으로는 성인무대에서 생존할 수는 없다. 어린 선수의 재능은 탁월해서가 아니라 제법이기 때문에 관심을 보인다. 어린 시절의 재능이 성인으로 이어지려면 성인 무대의 기존 선수들과 경쟁할 만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운동 인생에 있어 지도자나 부모가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찾게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무질서의 극복 역시 선수의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신동의 무엇을 보아야 할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선수 중 체력이나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가 좋은 선수로 분류된다. 하지만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체력과 신체조건 만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는 어렵다. 사실 선수가 성장해 성인무대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이전에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재능보다 성인기에 발현될 잠재된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 선수를 보는 눈 역시 체력이나 체격, 부모 지원 등의 요인에 착시가 발생해(표) 스포츠재능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요인

경기력 기여도(%)

추정

스포츠

신동

성인

스포츠영재

결과

경향

심리요인

12.6

39.3

0.32배

스포츠신동의 심리요인을 0.32배 과소 추정

신체요인

46.6

5.1

9.13배

스포츠신동의 신체요인을 9.18배 과대 추정

운동환경

13.4

5.6

2.39배

스포츠신동의 운동환경을 2.39배 과대 추정

기술요인

13.4

17.6

0.77배

스포츠신동의 기술요인을 0.77배 과소 추정

수행전략

6.5

32.3

0.20배

스포츠신동의 수행전략을 0.22배 과소 추정

신체요인과 운동환경은 스포츠성인영재의 수월성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영재성의 착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스포츠성인영재의 핵심적인 수월성인 심리요인과
수행전략은 스포츠신동에게는 과소평가되고 있다

스포츠신동이 현재 보여주는 경기력은 미래에 보여줄 수 있는 경기력과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스포츠신동이 장기적으로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인 무대에서 중요한 요인을 강화하는 기회를 지원해야 한다. 성인무대에서 중시되는 요인을 간과하고 청소년 수준에서 통할 수 있는
가벼운 기술이나 전술을 익혀 재능 있는 선수를 기회비용으로 잃어버리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






참고 문헌
-임재서 역(2004). 열정과 기질. 북스넛
-윤영길(2010). 스포츠신동과 스포츠성인영재의 수월성을 통해 본 스포츠영재의 잠재성. 체육과학연구, 21(4),  1582~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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