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윤영길(한국체육대학교 교수)


경기를 보는 관중의 눈은 선수의 정교한 기술이나, 탁월한 경기 운영, 심리적 강인성이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연출되는 감동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능숙한 움직임과 감동을 일으키는 동작이나 경기운영 속에는 오랜 노력이 숨어있으며, 노력의 결과는 기술로 가시화되어 나타난다. 탁원한 선수의 현란한 기술과 탁월한 경기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창의성! 이들의 재능 속에 창의성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선수 각각이 보여주는 기술이나 전술, 경기운영의 근원에 창의성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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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이해

잠시 축구장으로 가보자. 선수가 경기 중 공을 받아 생각도 못했던 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해 위협적인 공격 상황을 만들어 낸다거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나가는 움직임, 프리킥을 땅볼로 차 점프하는 벽 아래로 통과하게 한다거나, 강력한 속도의 공을 구사하는 장면에서 관중은 환호한다. 선수의 기술과 플레이 운영을 예상하지 못했던 창의적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의성은 스포츠 종목을 막론하고 개인의 체력, 기술, 전술, 그리고 심리적 능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주는 촉매로 선수가 성장해 세계적으로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능력이다. 창의적인 플레이와 창의적 선수의 중요성은 스포츠에서 오랫동안 지적되고 논의되어오고 있는 문제인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문제이다.

창의성은 새롭고 적절하고 유용한 것을 생성해낼 수 있는 개인의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다. 창의성의 새로움과 관련해 새로운 것이라고 해도 과거의 생각 또는 산물을 조금 변형한 새로운 것으로부터, 발상자체가 혁명적인 전혀 새로운 것에 이르기까지 새로움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또한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개인의 창의인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개인의 창의인지에 따라 심리적(psychological) 창의성과 역사적(historical) 창의성으로 구분해 창의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스포츠에서의 창의성은 경기 시간 내내 경기장 내․외부의 환경을 탐색하고, 탐색한 환경에 개인의 능력을 투사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특성이다.

창의성의 성립 요소

개인의 행위와 행위의 성과가 창의적이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적절한 동시에 사용 가능해야 한다. 독창적이고 적절한 동시에 사용가능하다는 의미는 누군가에 의해 평가됨을 의미한다. 스피드로 공간을 확보하는 시스템이 대세인 상황에서 두뇌회전을 통한 공간 확보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 창의성은 상대적 가치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나 기본적으로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끌어내 줄 수 있는 자원은 존재한다.

창의성에 있어 창의적 산출물(Products), 사고과정(Process), 인물(Person), 평가과정(Persuasion)의 4P는 창의성 평가에 중요한 요소이다. 4P의 네 요소 중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4P의 관점에서 축구 선수의 창의성에 주목한다면 창의성의 강조점이 선수의 창의적 플레이 결과물에 있는지, 창의적 사고과정이 있는지, 창의적 선수 자체에 있는지, 선수의 창의력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창의적인 선수로 키우기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탐구하면서 주변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한다면,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창의성 자본’을 많이 축적하게 된다. 반면에 이러한 발견 행위가 외부 요인에 의해 억압당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만 떠밀리거나, 혹은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밖에 없고, 그 답은 특정 권위자들만 그 정답을 알고 있다는 고정 관념에 짓눌린 아이들은 자기만의 해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Gardner, 1983).


창의적인 선수로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허용과 경험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선수가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면서 스포츠가 닫힌 질서가 부여된 세계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무한한 경우의 수가 산출되는 열린 질서가 부여된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훈련이나 경기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게 되고 그 결과는 결국 창의성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허용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훈련이나 경기 상황에서 허용은 유연성으로 연결되고 이러한 유연성은 결국 사고의 확산과 관계된다. 훈련이나 경기에서 지도자의 의도대로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어리거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이 단계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선수가 지금 지도자가 의도하는 플레에의 성격과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선수는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선수에게 화를 내거나 선수를 체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창의성을 살려 주세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창의적 플레이“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선수가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창의적 플레이의 해답을 성인 스포츠에서 찾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선수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데, 운동이 즐거웠던 초등학생은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재미있는 운동이 아니라, 운동은 이겨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기는 운동을 위해 지도자는 기술적 지도보다는 승리에 관심을 두고 선수를 다루고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생각과 다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있으면 어린 선수들에게도 곧 바로 제한이 가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선수들은 지도자의 요구대로 경기를 운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선수 개개인 플레이의 창의성은 제약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하는 초등학교에서 이미 창의적인 시도를 하려는 성향은 사라진 채로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선수는 지도자에 의해 출전이 제한되어 창의적이기 때문에 지도자에게 배척당하는 선수는 그렇게 경기장에서 사라져가게 된다.

현실적 제약의 극복

어린 선수의 훈련에서 성적이라는 분명한 결과물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 스포츠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생각을 강요받은 선수는 결코 지도자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훈련시간이나 지도자의 강제 정도와 선수의 경기력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성적과 훈련시간, 지도자의 강제 정도는 선수의 성장에 미미하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면 결국 선수의 성장과 경기력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체육계의 가치 공유가 전제되어야 창의적인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바를 넘는 순간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딕 포스베리와 누구도 깨지 못할 것이라던 마의 1분벽을 플립턴으로 무너뜨린 아돌프 키에퍼를 기억한다. 누워 뛰려는 포스베리의 시도에 지도자는 반대하다 결국 시도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겹쳐진다. 감독이 못하게 하는 무엇인가를 계속하고 있다면 괘씸한 선수이거나 소위 싸가지가 없는 선수이거나...... 그래서 다음 시즌 경기장에서 안보일 가능성은 99.999999....%

참고문헌 : Gardner, H.(1983). Creating Minds. New York: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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