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전체메뉴
메뉴닫기

운동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글/ 이병진(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들녘에선 벼를 수확하는 농심이 부풀어 있다. 역시 새로운 만남은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가 보다.

급하게 서둔다고 열매가 쉬이 맺을까. 겨울이 칼날 몸부림을 다한 연후에 봄을 낳듯이, 여름도 그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다 소진한 연후에야 가을이 태어난다. 그것을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자연이 가르쳐주는 ‘기다림’의 의미

여름의 상징인 매미의 수명은 7일에 불과하다. 매미는 그 일주일을 살기 위해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땅 속에서 기다린다. 땅 속에서 기다리기는 대나무 죽순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무들보다 2백배나 빨리 자라는 대나무이지만, 죽순이 올라오기까지는 몇 년이 소요된다. 노화된 대나무가 말라죽기 전에 3~5년 동안 열심히 비축해 둔 죽순을 밀어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조급하다. TV를 보다가도 조금만 지루하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타자마자 너나없이 잽싸게 ‘닫힘’버튼을 누른다. 경쟁사회인지라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해야 하는 심정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어를 낚으려는 낚시꾼일수록 기다림이 친숙하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일수록 서둘러 신발 끈을 매지 않는다고 했다. 모름지기 물고기가 입질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진득함이 있어야 월척을 낚을 수 있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낚싯대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간 시간만 낭비하고 만다.


스포츠도 기다림의 미학이 적용된다

스포츠도 기다림의 미학이 적용된다. 올해 은퇴를 선언한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는 각종 기록을 다 갖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기록 중에는 1,278개의 볼넷 기록도 있다.

훌륭한 타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선구안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잘 참을 수 있어야 좋은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양준혁 선수는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고, 그 결과 통산 타율이 0.316에 이른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싱글타를 꿈꾼다. 골프 실력은 저절로 향상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연습을 하고 최적의 스윙자세를 몸으로 익혀야 한다. 연습장에서 100개의 공을 치면 최소한 8할 이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일정한 궤적을 그으며 날아가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필드에 나서면 OB나기 일쑤다. 그래서 골프는 스윙을 가다듬는 것 못지않게 마음을 가다듬는 수련도 함께 해야 한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 PGA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을 한 양용은 선수. 외신들은 최대 이변이라고 보도했지만 그는 19세에 골프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입문한 이래 18년간의 준비과정과 기다림이 있었다.


스포츠 7330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운동이 건강증진에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운동효과가 금세 나타나지는 않는다. 콧물․재채기는 감기약 먹으면 금방 멈추지만, 운동의 효과는 규칙적인 반복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운동목적과 방법,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걷기운동을 일정한 강도로 한다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6개월은 지속해야 신체변화가 시작된다. 운동의 효과는 그만큼 더디게 나타난다.
연구결과, 젊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운동을 실천해 온 사람이 노년기에 운동을 시작한 사람보다 훨씬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약도 건강할 때 먹어야 하고,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수 십 년을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6개월만 그만두면 몸 상태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한편, S라인이나 초콜릿 근육맨이 되려는 사람은 스포츠 7330과는 달리, 별도의 운동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에 조급하게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헬스클럽에서 복근 왕(王)자 새기려고 땀을 흘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울퉁불퉁 알통은 오랜 시간 땀을 흠뻑 흘린 연후에야 나타난다. 매사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가 보다.

ⓒ 스포츠둥지


댓글이 없습니다.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