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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월드컵을 아무나 후원할 수 없는 이유는?

                                                                                      글 / 박보현 (한국체육대학교 박사후과정) 


2010남아공월드컵은 첫 원정 16강 지출이라는 성과 말고도, SBS의 독점중계방송, 서울광장을 둘러싼 거리응원 논란 등, 개막전부터 축구 이외의 사회적 논쟁거리를 만들어냈다. SBS는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KBS와 MBC의 법정 소송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독점중계를 강행했고, 2002년 이후 상업성에 휘말린 붉은 악마는 우여곡절 끝에 서울광장을 사수했다.

올림픽과 월드컵때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상업성 논란은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올림픽과 월드컵의 상업적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올림픽과 월드컵은 어떻게 자신의 상업적 가치를 높였을까? 그 답으로 미디어의 역할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틀린 말이 아니다. 미디어가 동시간대에 올림픽과 월드컵을 전세계에 중계해 줌으로서 올림픽과 월드컵 후원기업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세계사장 곳곳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기업들로 하여금 올림픽과 월드컵의 공식후원사로 참가하게 만든 당근은 따로 있다. 그 당근이 바로 독점이다. 독점은 아무에게나 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으로, 선택된 기업만이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 시장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올림픽 불황이 독점을 잉태하다!

70년대 이후 올림픽은 점차 대형화되었고, 개최국은 대회 운영비의 증가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실제로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때에는 약 3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1980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에는 소요된 운영비의 회수가 불가능해 결국 조직위원회가 파산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회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스폰서십의 형태로 민간 자본을 도입하는 일이었다. 전자는 올림픽의 축소, 후자는 올림픽이 지켜온 아마추어정신의 파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지만, IOC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훗날 올림픽 상업화의 원년이라고 일컬어지는 LA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피터 유베로스가 위원장을 맡은 이 대회는 시민의 83%가 올림픽 개최를 반대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3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해 종래의 상식을 뒤엎은 그야말로 마술과 같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유베로스 매직(마술)’이라고 불린 올림픽 흑자는 고액의 방송권료, 공식스폰서와 공식 로고 및 올림픽 마크 등 스포츠의 기본상품과 파생상품의 체계적 판매가 낳은 결과이다. 이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TOP(the Olympic Partners)이라는 패키지 스폰서 시스템이다.

TOP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스폰서료를 지불하는 대신 올림픽 후원자로 선정되어 자사의 광고와 제품광고에 올림픽 로고와 휘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독점은 동일업종 중 하나의 기업에게만 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으로, 코카콜라가 공식 후원사인 이상 경쟁업체인 펩시나 일본의 기린음료는 올림픽과 관련된 로고나 휘장을 사용한 광고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독점 시스템은 월드컵에도 적용되고 있다. FIFA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94년 미국월드컵과 98년 프랑스월드컵을 거치면서 스폰서기업의 독점적 지위보장을 보다 강화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어가고 있다. 특히 경쟁기업들의 지능적인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으로 인한 분쟁과 공식후원기업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독점적 지위를 최대한 누려라!


IOC와 FIFA는 이러한 독점적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통해 넉넉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넉넉한 재정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한 국가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IOC와 IOC와 FIFA는 수익의 일부만을 대회유치 국가와 도시에 지원한다. 그리고 수입의 대부분을 자신들 조직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그 돈의 규모와 사용처는 철저한 비밀로, 조직 내부에서도 회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만 알고 있다.

일년에 수 천 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IOC와 FIFA로부터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한 기업들은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부여 받은 독점적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로 참가한 현대자동차의 거리응원은 이를 최대한 활용한 예라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붉은악마와 서울광장의 상징성으로 인해 거리응원에 대한 완전 독점은 하지 못했지만, ‘HYUNDAI FAN PARK’라는 이름으로 올림픽공원에서 거리응원을 자신들의 기획대로 주도하였다.

월드컵 거리응원 장소인 ‘HYUNDAI FAN PARK’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인원만이 놀이공원에 입장하듯이 줄을서서(좌), 자유이용권과 같은 입장권을 받아 손목에 차야 하고(중), 그리고 응원은 현대자동차 광고물로 둘러싸인 지정된 구역 안에서만 가능하다(우).


독점은 독점 기업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나,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시장에서 독점은 규제대상이다. 그러나 올림픽과 월드컵은 이러한 독점을 발판으로 그 생명과 권력을 유지해가고 있다. 독점의 대표적 피해는 선택권의 박탈이다. SBS의 독점중계는 경기중계뿐만 아니라 월드컵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같이 차단하였다. 또한 거리응원도 독점 기업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해져 다양한 응원의 선택권도 침해 받게 되었다.

IOC나 FIFA가 독점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러한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마케팅은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켜지고 있다. 어찌보면 지금이 초보적인 단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과도한 독점 마케팅이 노골화 되면 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몫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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