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영(동국대 법대 교수/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
 

1. 김연아와 오서의 결별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결별이 사실로 알려지면서 4년간 동고동락했던 명콤비 아름다운 사제지간의 인연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 같다. 두 사제지간은 결별 과정에서 '진실공방' 논란에 휩싸이면서 많은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주었으며, 급기야 김연아 선수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김연아 선수는 지난 2007년부터 오서 코치와 함께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1회 우승,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 등 각종 시니어대회를 석권하는 영광을 얻었다. 오서 코치도 김연아 선수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명예 시민증'을 획득하고 각종 CF에 출연하는 등 명성을 드높이고 돈과 명예를 얻기도 했다.
이번 결별의 정확한 원인은 잘 알 수 없지만, 들리는 바로는 김연아 선수가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금년 5월 브라이언 오서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재계약을 하고, 김연아 선수는 어머니와 함께 "올댓스포츠"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물론 이 회사가 김연아 선수와 좀 불편한 관계라고 해서 브라이언 오서에게까지 문제가 된다고 속단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떠도는 소문이나 한쪽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어느 편을 들고 비난을 퍼부어서는 안 된다.


브라이언 오서의 에이전트사인 IMG뉴욕은 “오서코치가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로부터 결별 통지를 받았다” 고 서운함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오서 코치는 “김연아와 같은 재능 있고 뛰어난 선수와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앞으로 그녀가 피켜스케이터로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는 격려를 잊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2. 아름다운 이별은 있을 수 없는가?


이번 김연아 선수와 오서 코치의 결별을 두고 사제지간의 윤리적 관계와 고용인과 피고용인이라는 법적인 계약관계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호 신뢰 속에서 찰떡궁합으로 세계정상에 올랐던 사제지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김연아 선수 측이 다소 섭섭하게 처신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만료됐고 계약 만료에 따른 결별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연아 선수가 계획대로 당분간 현역을 유지한다면 오서 코치와는 국제대회에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다. 프로로 전향하더라도 빙상계의 큰 무대 속에서 그와 함께 할 일들 또한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팬들은 ‘쿨한 이별’을 바라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돈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단순한 법적인 관계를 뛰어넘는 애정과 신뢰의 윤리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는 30여년전 독일에서 박사학위 지도교수를 정할 때의 일이 떠오른다. 독일에서는 지도교수를 독터화터 Doktorvater(dotor father)라고 부른다. 존경과 신뢰, 사랑으로 가득찬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가족이상으로 깊은 애정과 믿음이 필요하며, 여러가지 사정으로 지도교수를 바꿔야할 경우라도 인생을 통해 커다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결별의 경우, 무엇보다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김연아와 오서의 결별을 두고 이점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3. 스포츠계약의 특수성
 
이번 일을 계기로 스포츠계약의 특수성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스포츠계약을 둘러싼 IMG-IB스포츠와 올댓스포츠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1월 19일 김연아 선수(당시 17, 군포 수리고)를 태운 비행기가 그랑프리 5차 대회가 열리는 모스크바를 향할 때 국내에서는 환송 대신 소송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 전날 세계 최대의 스포츠마케팅 매니지먼트 회사인 인터내셔널 매니지먼트 그룹(IMG)의 자회사 인터내셔널 머천다이징(IM)이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를 상대로 2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기 때문이다.
 
당시 IM은 소장에서 "2006년 5월 김연아와 3년간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2007년 4월 IB스포츠가 이중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며 "IB스포츠가 김연아 선수에게 접근해 이중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IM은 "계약 만료일까지 김연아를 통해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예상 소득 가운데 일부로 10억 원을 우선 청구하고 무형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으로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결국 IM의 관리 소홀을 인정하여 패소판결을 하여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2010년 5월 일명 ‘김연아 주식회사’라고 불리우는 ‘올댓스포츠’가 설립되어 활동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김연아 선수의 에이전트회사인 ‘IB스포츠’가 다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김연아 선수와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지만, ‘올댓스포츠’를 창립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임원이 ‘IB스포츠’에서 김연아를 관리하던 임원이라는 점을 내세워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IB스포츠는 김연아 선수를 상대로 계약상 어떠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지만, 자기 회사의 임원이었던 현재의 올댓스포츠 임원을 상대로 상법 제69조의 ‘경업피지의무(競業避止義務)’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민형사상의 책임도 함께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여나 이러한 법적 분쟁에 휩싸여 세계적인 명예를 얻은 김연아 선수의 순수함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상업주의에 눈이 어두운 관련 주변인들이 상호 충분한 소통이 없는 가운데 스포츠계약이나 법의 바탕이 되는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무시하고 정의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행태를 벌이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꿈과 희망에 가득찬 순수한 젊은 스포츠선수들에게 결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사건들을 보면서 스포츠 페어플레이 정신과 윤리의식이 더욱 중요하며, 더 큰 가치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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