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전체메뉴
메뉴닫기

장애인체육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당사자주의(Consumerism)’

                                                                                   글 / 조재훈(나사렛대학교 장애인체육학과)

 
최근 들어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용어 중의 하나는 ‘당사자주의(consumerism)’라는 말이다. 장애인 당사자주의는 영문을 그대로 번역하면 ‘소비자주의’라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장애인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끔 표기한 것이 ‘당사자주의’이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당사자주의’가 부각되고 있는 배경은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과거 복지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한정시켜 장애인을 치료와 재활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따라서 서비스와 프로그램도 치료적 차원이였으며 재활과 보호를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접근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각되었는데, 이것이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다. ‘IL운동’이라고도 표현하는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 자신의 결정에 타인의 개입 또는 보호를 최소화하고 모든 과정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패러다임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이념이 바로 ‘장애인 당사자주의’ 이다.

복지 선진국들의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는 기존에 장애인을 시설이나 수용시설에서 보호하거나 치료적 차원에서 접근하던 재활패러다임에서 새로운 대체 패러다임을 찾으면서 시작되었다. 1972년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최초로 일어나기 시작한 이후 영국도 미국 자립생활운동에 영향을 받아 1974년에 더비 지역(Derbyshire)에서 자조집단 형식의 장애인 조직이 설립된 것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일본도 이미 1981년 국제장애인의 해에 ED Roberts가 일본의 방문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늦게 1990년대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하였으나, 최근에는 시대적 조류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이다.


                                                                                               사진출처: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러한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대한 세계적인 변화의 분위기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새로운 장애개념 정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대 이후 장애를 ‘손상(Impairment)’이나 ‘장애(Disability)’, ‘사회적 불리(Handicapped)’로 개념 정의하여 장애는 개인의 장애부위에서 시작하여 기능적,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결국 개인의 문제로 한정시켜오다가 2001년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에서 장애를 기능과 장애영역(신체기능 및 구조, 활동과 참여), 상황적 요소들로 구분하고(환경적 요소들, 개별적 요소들)로 정의하였다. 이는 장애가 더 이상 개인의 손상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역동적인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이고, 환경적 조건과 개입, 지원에 의해 그 결과를 달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개정으로 장애인들의 교육적 기틀을 마련하였고,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을 기틀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조항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어려움 가운데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장애인체육 분야에서도 이에 영향을 받아 최근 많은 변화가 전개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체육 업무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의 이전이다. 그동안 보건복지 차원에서의 체육활동은 단순히 치료적이고 재활, 레크리에이션 차원에서 다루어졌기 때문에 지도자 자격제도나 선수들의 포상제도, 경기단체 지원과 선수관리 등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5년 주무부처 이전과 동시에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었고, 16개 시도장애인체육회와 20여 종목의 경기단체가 만들어졌다. 참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구조적인 변화를 주도한 것이 체육교수나 지도자, 행정가 등 전문가들이 아니라 장애인체육 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즉, 장애인체육 분야에 당사자주의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무부처 이전의 과정에서만 보아도 장애인운동선수들이 운동지원의 개선을 요구하며 수 차례 거리에 나서게 되었고, 올림픽선수단이 대회를 보이콧하려고 시도하는 등의 사건들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의 생각은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에 참여하면서 겪은 많은 어려움과 한계가 극에 달해서 이러한 정책들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체육에서의 당사자주의는 기존의 체육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각 시도장애인체육회의 이사비율에 장애인이 20%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시도장애인체육회 인사 갈등, 정책추진에 대한 갈등들을 보면 장애인 당사자들의 기존 정책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엿볼 수 있다.

주무부처 이전이 이루어졌고 전국적으로 행정조직과 지원체계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책에 대한 불신은 존재하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들의 정책참여와 주요 행정조직에 참여시키라는 요구가 지나칠 정도로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없지 않다. 자격 및 자질의 문제와 특혜시비, 체육행정 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비장애인들이나 전문가 집단으로 하여금 당사자주의를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장애를 가진 당사자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장애인의 문제를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만으로 국한시켜서 비장애인을 제3자로 만드는 시각이다. 둘째, 당사자주의를 왜곡 적용해 이권 또는 기득권 확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부 이기주의적 시도 때문이다. 셋째, 전문가 집단이 장애인서비스를 치료나 재활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다. 넷째, 장애 당사자들의 과도한 피해의식과 역량부족이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유야 어떻든 장애인체육 서비스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의 실천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에 틀림없다. 장애인체육 서비스의 수혜자는 결국 장애인임을 고려할 때 그들의 요구와 눈높이는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기업에서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소비자가 외면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상품과 질 높은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생존전략이다.

소비자 중심주의는 판매자나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고, 상품의 신뢰성과 서비스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와 참여는 정책 실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체육 분야의 서비스 철학도 장애인을 주요 고객으로 인정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분야에서 교수나 지도자, 행정가 등의 전문가들은 당사자주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첫째, 전문가 집단은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시대적인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버림과 동시에 전문가로서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이는 당사자주의의 바른 이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당사자주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장애인은 체육서비스의 소비자이므로 이들의 욕구, 선택과 결정에 관심 가져야 하며 정책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프로그램과 정책에 있어서 당사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과거 지도자나 행정가 기관중심의 프로그램 및 정책구현은 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이러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그 효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욕구와 필요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전문가도 장애인체육 당사자임을 알아야하고 책임의식과 주인의식 가져야 한다. 장애인체육의 당사자가 장애인이라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는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포함하는 의미로 보아야할 것이다. 즉 장애인 체육에 있어서 당사자는 가족, 단체, 지도자, 행정가, 자원봉사자 등 장애인 체육참여자나 장애인의 체육활동 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주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어진 분야에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체육 지도자나 전문가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 철학이 있다. 그 철학이 어떤 것이더라도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애인체육의 ‘당사자주의’도 결국 장애인에게 체육활동을 어떻게 잘 서비스할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그 속에 시사점이 있다면 적용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당사자주의는 이미 시작되었다. 어떤 모습으로 적용하며 결실들을 맺어갈 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 스포츠둥지


댓글 하나 달렸습니다.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