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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의 스포츠맨십은 어디로 갔나?

글 / 권오륜 (부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열악한 점프스키계의 일화를 영화화한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얼마전 극장가에 개봉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물론 관객의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일부 과장되거나 영화 특유의 허구성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스키점프의 국가대표 5명(처음 시작할 때 5명이 현재도 5명이라는 점이 강조된)이
이루어낸 각종 국제대회의 성적이 자막으로 처리되어 소개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슬픔을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한편 로마의 승전보를 기대했던 박태환의 수영성적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는
실망감과 더불어 넋이 빠진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우리는 왜 이렇게 스포츠의 승패에 연연하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인가?

스포츠는 경기종료를 알리는 그 순간 승리와 패배의 명암이 분명히 가려진다.
승리의 감격과 환호성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패배의 슬픔과 좌절감 또한 경기장에 남는다.
이것이 스포츠가 갖는 최대 매력이다.

승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승리의 감격은 더욱 극적인 것이 되고
패배의 아픔은 모두의 상실감으로 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란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스포츠 그 자체는 가치중립이다.
승패에 따라 웃고 우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 결과가 본인가치의 충족여부에 따라
희비가 교차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진수 교수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 그 자체는 몰가치(free value)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인생의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혹은 다른 신체운동은 궁극적 가치나 수단적 가치의 요구를 채우기 위해 이용될 수 있는
단순한 하나의 매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한국고대스포츠연구, 1996:433).

즉 스포츠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고품격 문화의 일종
이라는 사실이다.
한·일전의 결과가 특히 민감한 것은 민족 간의 감정의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의 소산(똑같은 축구경기이지만 터키와의 경기를 관전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결국 우리가 스포츠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운동선수(스포츠맨)와의 감정이입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공감대의 정점일 것이다.
물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승리추구이다.

스포츠맨이 승리를 위하여 자신이 지닌 신체의 아레테(덕, 탁월성)를 최대한 발휘하며
최선을 다할 때 소위 말하는 스포츠맨십이 그곳에 현재(顯在)하는 것이다.
즉, 스포츠맨십은 신체의 아레테를 추구하는 스포츠장면을 매개로 하여 느끼는
자신과 타자의 감정의 흐름
인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스포츠에 내재하는 선이나 탁월성을 실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한 인간이 인격적으로 보다 완숙한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 인간 삶의 선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오현택, 스포츠인문학, 2008:147).

그리고 이러한 전체적 인간 삶의 공동선 추구는 스포츠장면과 공동체가 상호교감하면서
시민의식을 고양하는 것이며 그 핵심이 바로 스포츠맨십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스포츠는 하나의 볼거리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상품과 마케팅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에 지배를 받게 되었다.
운동선수는 스포츠마케팅 혹은 광고의 대상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운동선수는 보다 높이, 보다 빠르게, 보다 멀리를 위하여 필사적인 몸부림의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가운데 상업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폭력, 도핑, 경기조작 등 비윤리적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이학준, 스포츠인문학, 2008:173).

결국 이러한 스포츠현장의 비윤리적 상황의 중심에는 남이 아닌 우리가 있으며
우리들의 도덕적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이다.

이제 우리는 스포츠장면에서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을 평가하기 앞서
우리 자신과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스포츠맨십 어디로 갔나’ 라는 명제는 ‘스포츠맨십 어디로 보냈는가’ 라는
우리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의 주체적인 인식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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