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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장, 마지막 희망 : 중도포기 대학선수 살아남기



글 / 임수원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도서관에 가서 책 3권을 빌려서 읽었어요. 공부하려고 책을 빌린 것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일걸요
” Y대학교 농구부 센터 전00(사회체육과 2학년)은 “서양문화와 봉건제도”라는 주제로 A4용지 3장
짜리 보고서를 쓰느라 1주일을 끙끙됐다. 그는 “뭘 해야 할지 막막해 과목 조교한테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보내고, 전화도 여러 번 했다”면서 “운동부가 공부 때문에 질문을 하니까 조교가 신기해
하더라”고 말했다. (KBS 시사기획 쌈, 2007).

위의 진술내용은 학원엘리트 스포츠가 안고 있는 그릇된 현실을 집중 조명하여 ‘죄송합니다, 운동부 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의 일부 내용이다. 이것은 여태껏 우리 사회가 학생 선수를 단지 운동만 하는 학생으로 편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도포기 대학선수들이 학업과 관련하여 처해있는 실정을 우리사회의 주 문화와 하위문화의 관계
에서 의미 있게 설명해 볼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주 문화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도록 주문한다. 스포츠
하위문화에서도 운동선수들에게 주 문화와 방향은 같으나 그 방식에서 공부가 아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성공을 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보면 운동을 하여 크게 성공 하거나 프로 팀이나
실업 팀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의 경우 성공에 이르는 방식은 다르더라도 그나마 주 문화가 요구하는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중도탈락 선수들의 경우 오랜 선수생활로 인해 기초학력이
크게 부족하기에 주 문화가 요구하는 성공 방식을 갖추고 그것을 실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 중도탈락자들은 자신의 진로를 운동이 아닌 학업능력에 의해 결정하고 성취해야 하기에
많은 갈등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중도탈락자가 아니더라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계속 운동을 한 선수들의 경우에도 프로팀이나
실업팀으로 진출을 하지 못하면 운동으로 졸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선수들의 프로진출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졸업한 많은 선수들이 진로와
관련하여 비슷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특히 대학에서 운동을 하다가 군복무나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운동을 그만 두게 되는 중도탈락자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이 갈등을 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기초학력 부재이다.
운동선수로 대학을 진학한 이들은 기초학력 수준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대부분이 학점을
취득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대학 졸업장을 받지만 우리 사회의 주 문화에서 요구하는
성공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에 직업세계로의 진출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 여기서의
대학졸업장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무의미하다.

 
그러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초등학교 선수에서부터
중․고등학교, 나아가서는 대학선수에 이르기까지 ‘공부하는 선수상’을 정립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대학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든 중도에 탈락을 하든 최저학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의 주 문화가 요구하는 기초학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기초학력을 갖추고 있다면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이건 중도탈락한 선수이건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며 진로에 대한 갈등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초학력
수준만 갖추어져 있다면 프로에서 은퇴하는 선수들도 제2의 진로를 모색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중도탈락 하여 대학을 졸업하였든 아니면 대학선수로 졸업장을 취득한 경우든
학생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그 졸업장은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은퇴이후의 긴 삶을 보장해 줄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가시적인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기본적 소양을 갖춘 학력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최근 Y대학교 농구부의 ‘공부하는 운동선수 만들기’프로젝트는 한국 대학
스포츠 변혁의 선두주자로서 ‘대학이 바뀌면 중․고등학교가 따라올 것이고, 결국 한국 학원 엘리트
스포츠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뿐 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는 한국 학원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변화 모델이 될 것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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