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대호 (안산도시공사 홍보과장) 

얼마 전 농구선수 최진수(21)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진수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농구선수이다. 어렸을 때부터 ‘농구천재’로 주목을 받다가 중학교 졸업과 함께
농구 본고장인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 간 뒤에도 발군의 실력을 뽐낸 최진수는 농구 명문
메릴랜드대학교에 진학해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NBA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최진수
로부터 들려온 이번 소식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메릴랜드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진수가 3학점짜리 과목 하나를 이수하지 못해 올 해 상반기에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뜻밖의 일로 미국 생활을 포기한 최진수는 한국 프로
농구연맹에 드래프트 참가를 요청해 왔다. NBA 꿈이 허망하게 날아간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최진수의 농구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몇해전부터
일고 있는 한국의 ‘공부하는 운동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다. 2~3년 전 몇몇 대학교에서 엘리트
운동선수의 학습효과를 올리기 위해 낮에는 수업, 밤에 훈련, 경기는 주말에만 연다는 내용이다.

한 명문 사립대의 농구부가 시작한 이 같은 시도는 다른 대학, 다른 종목으로 번져 이제 어느
종목 가릴 것 없이 ‘공부하는 운동선수’ 작업에 나서고 있다. 마치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
떨어진 대학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대학농구연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훈련과 경기 금지 규정을 만들어 발표했고, 대한
축구협회는 중-고교 대회의 주말리그제를 도입했다. 이에 질세라 대한야구협회도 내년부터
대학야구 대회를 두 개로 통폐합하고 주말리그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좋은 발상이고, 바람직한 시도임에 분명하다. ‘운동기계’로 전락한 우리 젊은 선수들을 학문의
전당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그들도 배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너무도 이상과 동떨어져 있어 참담한 심정이 들 정도다.
얼마 전 서울 모 대학의 체육관련 학과 교수를 만났을 때 들은 얘기다. 이 교수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주말리그제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경기만 주말에 하면 뭐합니까. 오히려 훈련을 더 많이
합니다. 주말리그제를 도입한 이후 내 수업에 들어온 체육특기생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이 교수는 얼굴이 더욱 상기된 채 얘기를 계속했다.

“가장 문제는 일선 감독입니다. 감독은 그 해 성적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 선수들에게 평일에
훈련을 안 시키고 수업에 들여 보내겠습니까? 그렇다고 수업에 안 들어온 특기생에게 학사
경고를 줄 수 있겠습니까?”

이 교수는 이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선 대학의 확고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하고, 일선 감독의
의식개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제도
만들기에 급급한 각 체육단체들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진수의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두 가지로 갈라진다. 하나는 부러움, 하나는
남의 나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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