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영관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교수)


2005년 6월 3일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홈런타자로
명성이 드높았던 시카고 컵스의 새미소사 선수가 1회 타석에서 배트를 부러뜨렸던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러진 배트에서 코르크가
나왔기 때문에 새미소사는 부정배트 사용 이유로 즉각 퇴장 명령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새미소사가 사용하는 다른 방망이에서 더 이상 부정배트가 발견되지 않아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갔지만, 이 사건 이후 메이저리그 홈런타자로 대표되었던 새미소사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고,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금지약물 복용의 구설수에 휘말리며 선수말년을 쓸쓸히 보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부정배트의 진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정배트는 일반 나무배트의 끝에 2.5 cm 직경 구멍을 뚫어 15~25 cm 정도 파낸 후 그 공간에
나무보다 가벼운 물질(코르크, 스티로폼, 또는 탄성고무)을 삽입하고 끝을 나무로 마감질하여
만든다. 외양은 일반배트와 똑같기 때문에 구분을 할 수 없지만 850~900g 하는 일반배트보다
50g 이상 가벼워질 수 있다.

운동역학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점에서 선수들이 부정 배트의 유혹에 빠져든다.
첫째는 같은 생김새에 비해 가볍게 느껴져 스윙스피드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반발력을 크게 증가시켜서 같은 힘으로 스윙했을 때보다 더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배트 스윙스피드가 빨라진다는 느낌은 바로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 또는 관성질량의
성질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관성모멘트란 회전운동에 있어서 물체가 지닌 저항량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선형운동에 있어서 저항량은 바로 물체의 질량이다. 즉, 가벼운 질량의 물체는
저항량이 작아 동일하게 주어지는 외부 힘 조건에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무거운 물체는
저항량이 커 느리게 움직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회전운동에 있어서도 관성모멘트의 양이 작을 경우 같은 회전력(토그)이 주어질 때
더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고, 큰 경우는 더 느리게 회전하게 된다. 관성모멘트의 중요한 특징은
물체의 질량이외에 그 물체가 지닌 무게 중심의 상대 위치이다 (즉, 물체의 무게 중심과 회전 중심
사이의 거리). 같은 물체를 회전시키더라도 물체의 무게 중심과 회전 중심 사이의 거리가 짧으면
관성모멘트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나이어린 학생들은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빠른 공을 치기 위해 배트를 짧게 잡는다.
같은 무게의 배트라 할지라도 짧게 잡고 스윙을 하면 배트에서 느껴지는 회전저항(관성모멘트)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빠른 배트 스윙을 가져갈 수 있다 (관성모멘트의 양은 무게 중심과 회전중심
사이 거리의 제곱에 비례). 따라서, 부정 배트의 경우 단지 코르크로 대치되는 절대 질량 변화는
작지만, 배트의 무게 중심이 손목 부분에 더 가까이 가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회전저항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스윙스피드가 빨라진다. 아쉽게도 얼마나 배트 스윙스피드가 빨라지는
지 아직 학술지에 보고된 바가 없다.

 
역학적으로 반발력이 좋다는 것은 배트에 맞고 되튀어 날아가는 공의 속력이 타자에게 들어 올 때의
속력에 비해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정배트가 반발력이 좋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정배트가 반발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테니스 라켓의 예를 든다. 테니스 라켓 스트링이
아주 팽팽하게 당겨져 있을 때보다 약간 느슨하게 잡혀져 있을 때 스윙 후 날아가는 공의 속력이
더 빠르듯 부정배트 속의 코르크 때문에 생긴 연성 성질이 단단한 일반배트보다 반발력을 더
키운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은 코르크 때문에 진동모드가 달라지고, 오히려 달라진
진동모드는 공의 반발력을 더 떨어뜨린다고 한다.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부정배트의 속의 코르크
때문에 분명히 스윗스팟(sweet spot)의 위치가 바뀐다는 것이다. 스윗스팟은 아주 적은 힘으로서
공을 멀리 날릴 수 있는 배트 위의 이상적인 임팩트 포인트로서 배트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만약 부정배트를 사용하는 선수가 자신의 타격포인트와 코르크 때문에 바뀐 스윗스팟이 더 잘
일치된다면 분명히 일반배트를 사용할 때보다 비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따라서, 부정배트와
반발력의 관계는 개인마다 달리 가져가는 타격포인트도 인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역학적인 면에서 볼 때 부정배트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부단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타격포인트와 배트의 스윗스팟을 일치시켜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스윗스팟은
역학적으로 의미가 많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자세히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 스포츠 둥지

Comment +4

  • 부정배트를 사용해도 그에 맞는 감각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 배트에 대한 감각을 빨리 익힐수록 괴물로 변신하겠네요.

    사실 실력과 감각이 없으면 부정배트, 약물복용은 별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합니다.

    본즈의 경우에도 방망이를 그렇게 짧게 잡은 뒤
    짧고 빠른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낸 것을 보고
    전통적인 슬러거와는 다른 신개념 타자다라고 놀란 적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의 부정배트와 약물복용 한 부분들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해당된 그 문제만 없었으면 정말 훌륭한 선수로 기억될 타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뜻이죠.

  • 열혈여아 2010.02.09 09:53 신고

    부정배트는 일반배트보다 훨씬 비싸겠죠? 부정배트를 만들어주는 회사자체가 있군요. 수요가 있으니깐 저렇게 팔겠죠 ^^ 사회인야구에서는 홈런이 잘 안나온다는데, 아마추어들이 저런 방망이 구해서 재밌게 경기를 한다면 여러모로 쓸모 있겠네요.

    • 열혈여아님 반갑습니다.
      아마추어들이 부정배트를 사용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역시 궁금하네요
      앞으로도 스포츠둥지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