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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가 한국 사회를 좌·우로 갈랐다고 ???

      

                                                                          글 / 박보현 (한국체육대학교 박사후 과정)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메가이벤트가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슬로건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장을 마련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메가이벤트는 불행히도 국가대항전이라는
속성상 세계평화보다는 국민들로 하여금 자국 팀의 승리에 더욱 더 목마르게 만든다. 이러한
목마름은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해 국민통합의 대업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기간 동안 보여준 붉은악마의 카드섹션,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거리응원의 풍경은 우리 국민 스스로를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세계 각국으로부터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 붉은악마가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한국사회를 좌·
우로 갈라놓는 주범으로 지목받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사회의 주요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진보와 보수로 나뉜 좌․우 갈등이다. 좌파로 찍힌
진보진형, 우파임을 떳떳하게 자랑하는 보수진형. 이들의 갈등이 어떻게 2002년 한일월드컵과
연관될까? 붉은악마를 대놓고 좌․우 갈등의 주범으로 지목한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붉은악마가
주도했던 응원문화에 대한 지식인들의 해석과 덧붙임은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원인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차이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보수 긍정의 입장
이들은 주로 붉은악마가 사용한 응원도구들에서 애국적인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젊은 세대를 다시 국가와 민족이라는 담론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예컨대, ‘태극기’를 일상공간으로 해방시키고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혼신을 다해
외치는 군중들의 마음속에 애국심이나 민족을 향한 열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20대와 대한민국의 뜨거운 포옹’이라는 대표적 보수주의자인 조갑제씨의 표현이 이를 대변한다.

이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거부하는 입장은 ‘태극기’나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사용하는 것은
응원대상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대표성’을 드러내는 가장 상징적인 기호이기 때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붉은악마가 개별적으로 소속된 구단 서포터즈에서 구단의 응원가를 부르고 구단의
깃발을 흔드는 것과 별다른 의미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진보 긍정의 입장
붉은악마 현상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군중동원의 괴력을 볼 때, 스포츠에 대해
정치적 변혁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 역할을 부여하는 입장이다. 다음에 제시한
홍성태교수의 글이 이 입장을 대변한다.

‘붉은악마 현상은 통치와 이윤의 논리에 지배되는 우리의 도시 공간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으로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주요 도시의 주요 길거리가 모두 노는 곳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중략)... 국가와 자본과 자동차가 지배하던 도심이 시민의 자발적 열광의 장소로 바뀌었을 때,
이 사회는 더 이상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그 사회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진보 부정의 입장은
사회변혁이라는 것은 결국 고통을 수반하는 작업인데, 놀기 위해 뭉쳤던 월드컵 인파가 그러한
역량으로 쉽게 변화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진보 부정의 입장
흔히 좌파적인 월드컵 혐오라고 불리는 이러한 평가들은 월드컵 기간에 중요한 사회적 현안과
쟁점들이 월드컵 관련 보도로 일관한 언론들에 의해 묻혀버렸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가령
인권운동사랑방의 경우 ‘붉은악마를 부추기지 말라’는 논평을 통해 붉은 티셔츠의 물결이 우리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도, 노동자ㆍ노점상의 생존도, 집회ㆍ시위의 자유도 순식간에 삼켜버렸으며,
붉은악마 현상에는 넘실거리는 국가주의와 맹목적 애국심이 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진보 긍정의 입장은 세상을 병들고 잘못된 것으로만 보는 비관적 시각이
민중의 관점이냐고 물으면서,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서로 어울려 즐겁게 노는 민중의 삶으로서
붉은악마 현상을 볼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정치적 해석은 거부한다
‘붉은악마’ 지도부는 꾸준히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거부했다. 국가대표팀 서포터즈로서
‘붉은악마’의 출범에는 국내 프로축구 각 구단의 ‘서포터즈’들이 뿌리 역할을 했고, 이들의
연합체로서 붉은악마가 가능하게 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붉은악마’는 사실 ‘국가’라는 집단보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응원
아이템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보다 혁신되고 독특한 것이 많기는 하지만, 응원팀과 같은 색의
유니폼을 입는 것, 머플러를 사용하는 것 등의 기초적인 응원 문화는 유럽축구리그에서 가져왔다는
점에서 볼 때도 이들에 있어 국가대표팀을 응원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축구문화 만들기의 일환일 뿐,
그것이 최우선의 가치는 아니라고 말했다. 카드섹션 문구 가운데
‘CU@K리그’는 이러한 그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이처럼 붉은악마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국민들의 열광적 응원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특히 거리에서 함께 했던 이들은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그들의 바람처럼 축구를 축구로 보지 않는다. 왜 그럴까?




 

ⓒ 스포츠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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