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보현 (한국체육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이어 광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12월 19일은 서울광장 사용 조례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기 위한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 시한이었는데, 집계 결과, 유효청구인수인 8만 968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의 서울광장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02월드컵 거리응원을 훌륭히 소화해냈던 바로 그곳이다.





2009년 조성된 광화문광장도 소란스럽긴 마찬가지다. 12월 12~13일에 열렸던 ‘FIS 스노우보드
빅에어 월드컵’ 때문인데, 광화문의 역사성을 무시한 대회 유치, 현 서울시장의 재선 홍보용
행사라는 논란이 크게 일었다. 조성 당시부터 광장이라기보다는 ‘고립된 섬’이라고 비난을
받았던 광화문광장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거리응원의 중심이었다. 붉은악마들이 맘껏
뛰어놀던 그 광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광장은 경기장을 대신하며 출발했다. 모두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는 대신 광장에 모여 경기를 봤을 뿐인데, 어느 순간 경기장 이상의 스펙타클을 연출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응원의 모습들마저 경기장의 그것을 넘어섰다. 축구경기를 초월한
문화를 시민들이 직접 생산해내면서 광장은 경기장 대신이 아니라 경기장 그 이상의 그 무엇이
되었다. 모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제 나름의 의사를 표출하면서 하나가 되었고 그 집합행동의
경험은 참여와 자발성이라는 시민의식을 한껏 고양시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랬던 광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서다. 서울시는 월드컵
거리응원을 위한 서울광장 이용권을 놓고 공개입찰을 붙였다. SKT컨소시움(SKT, KBS, SBS,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KTF컨소시움(KTF, 붉은악마, 현대자동차), 문화방송 등
세 주체가 경쟁을 벌였고, SKT컨소시움이 그 주체로 선정됐다. 국가대표 경기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누군가가 주도해야 한다면 당연히 붉은악마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민들은 붉은악마의 컨소시움 참여에 일단 당황했고, 응원을 주관할 수 있는
권리가 사고 팔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 생각하며 두 번째 당황했다.
굳이 자본에 그 권리를
넘겨, 보기 드물게 피어나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의 기를 꺾는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은 당연하다. 비판은 광장이 갖고 있는 역사성 때문에 더욱 증폭됐다. 광화문에서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일대는 8.15광복을 경축하는 인파가 몰려들었던 곳일 뿐 아니라, 4·19의 독재타도
함성이, 6월 민주화항쟁의 메아리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광장은 권력이 행사되는 장이면서, 동시에 그 권력과 맞선 자들이 충돌하는
장이 되어왔다.
반전평화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의 트래펄가 광장,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담고 있는 프랑스의 콩코르드 광장, 반파시즘 공화주의를 표방하는 스페인의 까딸루냐 광장,
러시아대혁명의 역사가 펼쳐졌던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광장 등이 그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광화문에서 덕수궁 대한문까지의 공간 역시 좌우로 의정부와
육조 관청이 자리하던 권력의 핵심부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유생들이 상소 형식의 시위를 하고,
서민들이 민생 집회를 열던 공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대중을 향해, 그리고 대중으로부터 의사를
전달하고 전해 듣던 공간이 현대국가에 이르러서는 소통의 공간으로서 확립된 것이 오늘날의
광장인 셈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대표 광장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02년 6월,
그때와 같은 함성과 퍼포먼스를 보게 될 수 있을까? 2002년의 축제를 재현하는 가장 강력한
조건은 한국 대표팀의 선전이겠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우선 조건은 스포츠라는 축제를 시민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판을 잘 벌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수많은 볼거리와 전시이벤트는
시민들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가 그러했듯이 시민들을 수동적인 객체의
역할로 제한할 위험이 있다. 열려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그러한 문화적 환경을 갖추는 것이 오늘날 스포츠가 시민문화와 어우러질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 스포츠 둥지

 

Comment +3

  • 좋은정보네요 ㅎㅎ 잘보고 갑니다~!

  • 심지어는 피파 자체에서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오던군요. 모여서 기업 로고나 그런 '홍보'가 이루어 진다면 돈을 내라;;;;라는... 틈새가 조금은 더 좁아 졌습니다 ㅜㅡ

  • 음..'' 2010.03.17 09:54 신고

    붉악의 컨소시움 참여는 skt의 홍보의 장으로 변할것을 우려해서 참여 했던거저..KT쪽의 힘을 빌려서 예전처럼 서포팅 하려구요 물론 패배 했지만요 ;;
    응원을 주관할 권리를 팔려고한건 서울이었고 붉악은 그걸 지키려니 컨소시움에 참여할수 박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