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모든 동물은 게으르다. 심지어 원칙적으로는 게으름이 이롭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렵게
얻어서 먹은 것을 움직임으로 인해 소비해야하는 것을 피하자는 심산이다. 그러니 사자들이
하루 중 20시간 이상을 자는데 소비한다는 것이 이상할리 없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이
움직이는 가장 큰 목적은 먹이(감)를 얻기 위함이다. 일단 먹을 것을 구하여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 먹은 것이 소비되는 것을 최소화하는데 전력한다.

현대인들은 거꾸로 먹은 것을 소화시키고 그 섭취한 열량을 소비시키려 안간힘을 쓴다.
어찌 보면 하늘이 내려준 동물들의 고유적 권리를 거꾸로 진행시키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너무 먹었으니 이를 소비하기 위해 다시 운동하는 것이다. 동물들 중에 자신이 먹을 것이
너무 과하여 이를 소비하려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어떠한 동물들도
이러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






동물들의 에너지 절약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움직임을 줄여 에너지소비를 최소화시키고,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인간의 이동능력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이 걸을 때 ‘1’이라는 에너지가 소비된다면, 뛸 때는 ‘2’라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 같은 수치에 근거하자면 같은 사람이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달리기가 걷기에 비해 약 2배의
에너지를 소비시킨다는 것과 같다. 최소한 에너지 소비량의 측면에서 보자면 같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달리기는 피할 수단이다. 걷기가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동의 효과로 보자면 뛰는 것이 더 바람직하게 된다. 무엇이 목적인가를 굳이 비교하자면 사람은
같은 거리를 걸을 수도 또는 뛸 수도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이번에는 에너지비용을 보자.

에너지비용이란 일정한 기준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 하였는가 즉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였는가를 에너지량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보통의 경우 산소섭취량으로 측정되어진다.
자, 사람을 러닝머신 위에 올려놓고 다양한 속도로 러닝머신의 벨트를 돌려보자. 이런 것이다.
초속 1.7, 2, 2.5, 3 미터 등의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속도에서 한번은 걷게
하고 한번은 달리게 해 보자.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답은 이렇다. 사람들은 초속 약 2 미터 근처에서 걷기와 달리기의 효율성이 서로 교차하게 된다.
초속 2 미터 이전에서는 걷기의 비용이 달리기의 비용에 비해 더 낮게 나타난다. 반대로 초속
2 미터 이후에는 달리기의 비용이 걷기의 비용에 비해 더 낮게 나타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초속 2 미터보다 낮은 속도에서 달리게 되면 이때 에너지비용이 더 높게 나타남으로써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속 2 미터 이하의 속도로 움직일 요량이라면 걷는 것이
에너지를 덜 소비한다는 말이다. 거꾸로 이때 달리기를 실시한다면 사람은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속도가 초속 2 미터 이상이라면 상황은 반대로 나타난다.
이때는 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게 된다.


이번에는 실험실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에서 과연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자.

지구촌의 다양한 곳에서 측정된 수치를 보자면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다른 걷기 속도를 보인다.
느리게는 초속 1 미터 이하로 걷기도 하며 빠르게는 초속 1.6 미터로 걷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얻어진 가장 효율적인 보행의 속도가 초속 약 1.4 미터인 것으로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지구촌의
도시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의 속도는 에너지효율성 면에서 최적의 수준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이동의 속도가 에너지효율성의 측면에서 적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걷기와 달리기라는 이동의 수단을 운동으로 연관시키려는 노력들은 이러한 에너지비용과
효율성과 연관성을 가진다. 걷기의 운동효과를 보자거나 달리기의 운동효과를 보자면,
역설적으로 효율적인 이동속도를 벗어나야 된다. 다시 말해 운동량을 증대시키려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에서 멀어져야 한다. 같은 시간동안 움직이면서 더 많은
에너지소비량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팔과 다리를 크게 움직이면서 걷기도
하고, 심지어 팔과 발목에 일정한 무게를 착용하고 걷기도 하며, 초속 2 미터 이상의 속도에서도
걷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지금껏 피하고자 했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의식적 노력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효율성마저 배척하는 순간이다.

모두에 설명했듯이 사람의 움직임에 소요되는 에너지비용은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를 따라
최적화되어왔다. 사람이 가진 최적의 이동속도는 자연스럽게 이 시간동안 얻어진 것이다.
최근에 사용되는 걷기와 달리기에 관련된 많은 운동방법들은 이러한 최적화를 위배하는
방식으로 유도된다.

아쉬운 점은 위배 자체가 아니라 위배를 하지 않고도 에너지소비량의 증대를 유도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방법의 하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움직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더 많은 움직임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에너지소비량을 상향조정하는 방법이다.
위배하지 않고도 운동의 효과를 얻는 방식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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