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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이야? 그럼 투수해야지! (피부색으로 결정되는 스포츠에서의 포지션)

                                                                                           글 / 남상우 (충남대학교 박사)




야구(MLB)의 투수와 포수, 미식축구(NFL)의 쿼터백과 센터, 농구(NBA)의 포인트 가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대 구기종목과 관련해 언급된 몇몇 포지션은, 그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그렇기에 아무나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종목 내 포지션에도 위계가 존재한다는
일명, 포지션 중심성(centrality of positions)이론. 이처럼 종목 내 포지션이 지니는 특징으로 인해,
미국 스포츠는 피부색에 따른 차별현상을 경험해야만 했다. 물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인종에 따른 차별적 배치
혹시 TV로 미국프로야구를 주의 깊게 시청해 본 사람이라면, 희한한 경향이 있음을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투수나 포수에서 흑인이 절대적으로 ‘희귀하다’는 점을 말이다. 마찬가지로
미식축구에서의 쿼터백도 그렇고, 농구에서의 포인트가드에도 흑인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몇몇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데, 그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야구의 경우 투수와
포수를 포함한 내야수(중심성)와 외야수(비중심성)의 비율이 백인 대 흑인이 약 8.5 대 1.5로,
미식축구의 경우엔 쿼터백과 센터(중심성) 대 그 밖의 포지션(비중심성)이 9대 1로, 마지막으로
농구의 경우 포인트가드와 그 밖의 다른 종목 사이의 비율은 7.6대 2.4 정도라는 것이다(물론,
농구의 경우 포인트가드 이외의 다른 포지션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기에, 이러한 피부색에
따른 포지션 배치 논란에서 조금 벗어나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율의 차이는 과연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우연일까?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를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피부색이라는 인종적 시선을
중심으로 고착화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파악한다. 쉽게 말해,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피부색이 존재하고, 거기에 흑인은 포함될 수 없으며, 때문에 “똑똑한” 백인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부색에 따른 포지션 차별현상은 비단 선수들 내에서 뿐 아니라 보다 상위계층, 가령,
감독이나 구단주 등의 층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자면, 농구의 경우,
2007년 선수의 경우 백인이 21%에 흑인이 75%(나머지 비율은 아시아와 라틴계)를 차지했지만,
감독(60 대 40)과 구단주(9.8 대 0.2)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은 현저하게 역전된다고 한다(Lapchick,
2008의 조사결과를 참고해보라). 이는 둘 중 하나다. 흑인들이 정말로 무능하거나, 아니면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하거나.

백인은 덩크슛을 할 수 없다?
피부색에 따른 차별적 배치와 시선이 반드시 흑인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백인은 덩크슛을 할 수 없다(White Men Can't Jump)는 말에서 볼 수 있듯, 흑인에 비해 백인은
오히려 ‘운동능력’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 같은 조건을 놓고 운동능력만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백인들은 흑인에 비해 차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백인은 흑인에 비해 운동능력에서 열등하지만, 반대로 백인은 흑인에 비해 두뇌가 우수하다는
식으로 고정관념화되어 있다.

 

결국, 운동능력에 있어서는 흑인이 우위에, 반대로 두뇌역량과 관련해서는 백인이 우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자질에 반하여 다른 쪽 자질이 열등하게 되는 현상을
‘보상의 법칙(Law of Compensation)’이라고 하는데, 텍사스 대학의 존 호버만(J. Hoberman)
교수가 그의 저서(Darwin’s Athletes: How Sport Has Damaged Black America and Preserved
the Myth of Race, 1997)에서 주장한 개념이다.

물론, 이러한 열성과 우성에 관한 신념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신화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고, 결국 인식의 ‘경로의존성’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물론, 최근 들어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 정치계의 콜린 파월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연예계의 오프라 윈프리처럼 “똑똑한” 명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은
단지 ‘규칙을 입증하는 예외’일 뿐, 아직까지도 미국 사회 내에는, 보상의 법칙이 절대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종에 따른 차별적 배치는 지속된다!
다시 스포츠 종목으로 돌아와서 보자면,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러한 인종적 차별배치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프로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나 대학의 학생운동선수 수준에서부터 감독과 코치가
이미 백인으로 점철된 이상, 그들이 종목 내 주요 포지션으로 배치할 인종은 자신들과 동종인
‘백인’, 혹은 흑인보다 똑똑할 거라 판단되는 ‘백인’, 나아가 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백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인종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와 같은 차별적 배치는 세계화의 물결에 따라 우리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해봐야 한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프로스포츠로
유입시키는 현 상황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종목 내 포지션과 관련하여 ‘인종’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당장 프로농구에서의 센터는 이제 모조리 외국인, 그것도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Source) Lapchick, R(2008). “Scoring the hire”: A hiring report card for NCAA Division I women’s
basketball head coaching positions,
http://grfx.cstv.com/photos/schools/bca/genrel/auto_pdf/0406-report-card.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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