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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죽음의 조(?), 동북아 국제관계 그리고 한국

                                                                    글 / 유호근 (한국외대글로벌정치연구소 연구위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끝났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 등과 같은
조에 편성되어 세계적 강호들이 즐비한 조합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2회 우승의
경력과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는 한 번 일합을
겨뤄볼 수 있는 팀들과의 경쟁을 통해 16강 진출에 대한 전망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북한처럼 이른 바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본다. 한국이 브라질, 포르투갈
등과 같은 조에 들어갔다고 하면 한국축구의 입장에서는 고난의 월드컵 도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도 월드컵 본선 7회 연속진출국으로서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유럽 최고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박지성을 비롯하여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젊은 피의 기량 상승과 함께 베테랑과 신예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허정무 호’의 전력
이 배가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축구의 르네상스를 희망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브라질, 포르투갈 등과 함께하는 이른 바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다고 가상하면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16강 이상의 성과는 기대난망일 것이다. 세계축구계의 ‘슈퍼 파워’인
브라질과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Cristiano Ronaldo)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한 또 다른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단숨에 뛰어넘는 것은 한국축구의 장기적 과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 





월드컵 축구의 ‘죽음의 조’와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 오버랩 된다. 한국의 오늘을
그려본
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라인강의 기적’을 무색케 하고
‘한
강의 기적’을 통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룬 나라. 선진국들이 백여 년 이상의 긴 기간 동
전제정치, 혁명과 반혁명 등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성취한 민주주의를 불과 십 수 년
만에
착근시키면서 민주 국가로 발돋움한 나라.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해결사’
로 등장하고
있는 ‘G20’의 2010년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신흥국의 대표
주자. 이는 한국을
묘사하는 여러 가지 수식어들이다. 이 수사들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바깥
세계에서의 한국에
대한 평가이고 또 미디어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객관적인 사실(fact)에
기초하고 있다. 이제
외국에 가더라도 ‘아 유 재패니스’라는 물음에 ‘노, 아이 엠 코리안’하
면 거의 대부분 머리를
끄떡인다. 한국 브랜드 가치와 국가적 역량이 비약적으로 커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월드컵 조 편성과 관련된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지만 한국은 이미 동북아라는 조에 편성되어
있다. 바꿀 수도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이다. 어떤 나라들과 운명적으로 묶여 있는지
한반도 주변의 국제관계 양상을 살펴보자. 동북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는
탈냉전 이후 정치 군사적인 차원에서 소위 하이퍼 파워(hyper-power)로서 막강한 물리적
힘과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이 있다. 또한 과거 미국에 필적했던 소련 정도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최대의 채권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함께 새로운 쌍두마차의 전략구도를
형성해가려 하고 있는 중국을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장기적 경기 침체 속에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지만 세계 톱클래스의 경제적 위상을 견지하고 있는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소비에트
제국 붕괴 이후 한동안 국제사회에서 숨죽이고 있었지만 최근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러시아를 다른 조에 편성된 나라로 등한시 할 수도 없다.
한국과 ‘같은 조’에 있는 나라들의 면면이다. 모두 세계적 강대국들이다. 보통의 열강 정도가
아니다. 축구의 FIFA랭킹으로 비유하면 5등 이내 랭킹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국력을 보유한
국가들이다. 그야말로 한국은 ‘죽음의 조’에 편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독자적 국력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편승(bandwagoning)정책을 통한 국가적
생존의 모색에 익숙했기 때문에 우리 앞에 펼쳐진 국제지형의 그림을 한국의 존재는 망각한 채
그저 감상만 하였는지도 모른다. 월드컵으로 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최대의 목표였을 따름이고
본선에서의 성공적 성과는 지평선 너머의 무지개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외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서의 16강 이상의 진출을 목표로 구체적인 준비와 전략을 짠다. 고지대 적응을
비롯하여 유럽과 남미의 강팀들과의 평가전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을 중심으로 전체의 팀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신뢰와 통합의 리더십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였음은 ‘히딩크’를 통해 충분히 경험하고 입증됐다. 우리나라 전체도 마찬가지라고
하면 견강부회(牽强附會)일까. ‘동북아 죽음의 조’에서 생존과 번영을 모색하려면 ‘대한민국 호’
구성원들의 굳센 의지와 열정을 바탕으로 국민이 뽑은 감독과 코치진을 중심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믿음과 창조의 리더십 발휘가 더욱 중요함을 새삼 자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스포츠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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