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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골프장으로 이끄는 이유

그들을 골프장으로 이끄는 이유

 

글 / 김예은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 심리학)

 

   미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인 제시카 코다는 한국의 팬들을 보면서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에서도 보기 힘들다. 자신의 팬클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멋있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성현 선수는 인터뷰 중 “미국에서는 이 정도까지 갤러리가 많지 않아서, 많은 갤러리들이 있는 한국에서 경기하는 게 설렜다. 경기를 하며 정말 많은 분들께서 한 샷 한 샷에 환호해주셔서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전인지 선수도 “코스에서 실수가 나왔을 때 의기소침하려는 순간 팬분들이 응원을 해주셨고 그런 것들이 부정적으로 가지 않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팬들의 성원에 고마워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기간 동안 7만 5000명의 갤러리들이 찾아왔다/ 출처 : golf365)

   지난 10월 초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세계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2018 골프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총 8개국의 LPGA 여자골프선수가 참가했다. 대한민국 여자 골프 대표팀에는 10월 기준 박성현(세계 랭킹 1위), 유소연(랭킹 4위), 김인경(랭킹 10위), 전인지(랭킹 27위) 등 4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우승을 거두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연습라운드를 포함해 대회 기간 동안 7만 5000명의 갤러리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현재 세계 랭킹의 상위권에 상당수의 대한민국 여자 골프 선수들 속해 있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현재 여자 골프에 대한 인기가 뜨거운 상황이다.

 

   팬덤(fandom)이란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을 나누는 팬들로 구성된 특별한 문화를 의미하고, 이들은 관심 영역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현재에는 어떤 주제에 매료된 사람들의 집단에 적용되지만, 그 시작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팬덤 문화에서 스포츠 팬들은 정서적 동일시를 경험한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은 즐거움의 상태와 흥분을 경험하는데 여기서 자신이 처한 환경과의 일체감을 얻는다. 또한 팬덤 문화에서 단순히 경기를 수동적으로 보고 즐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수준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스포츠심리학자 김병준 교수는 “다른 종목들은 연고지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주로 스포츠 팬덤의 주류를 형성한다. 반면 여자골퍼 팬덤은 중장년 남성이 팬층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특정 연고지에 관련 없이 선수 개인을 대상으로 형성된 형태로, 새로운 팬덤 문화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또한 “팬들은 동일시 욕구(대리 만족), 소속에 대한 욕구, 관계성의 욕구 측면에서 선수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라며 “사회 문화적으로 여가 시간의 증대, 온라인 카페나 동호회 등 소모임의 확산도 팬덤 확장의 계기가 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선수를 열심히 응원 중인 팬들의 모습/ 출처 : golf365)

 

   골프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타 종목을 관람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와 현상들이 나타난다. 특히 야구나 축구 경기 관람과는 다르게 골프 경기에 오는 팬들을 보면 골프 복장을 거의 완벽하게 입고 경기를 보는 모습을 흔히 마주할 수 있다. 직접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선수와 같이 골프 복장을 차려입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다른 종목과 특이한 점이다. 경기대 스포츠산업경영전공 이광용 교수는 “골프 경기의 경우 다른 종목의 관중들과 달리 일종의 드레스코드가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골프경기의 갤러리는 종목에 대한 전문화 수준이나 선수에 대한 팬덤이 매우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며 “또한 골프경기에 접근하는데 타 종목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선수와 같이 이동을 하면서 관람하기 때문에 많은 활동이 필요로 한다”라며 골프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은 종목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활동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골프복을 착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골프 경기를 실제로 보고 있으면, 사실상 공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경기 내내 선수들이 이동하는 코스를 같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직접 보러 가게 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다른 종목과 달리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으며, 때로는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라고 골프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이유를 이야기하였다. 또한 “선수를 따라서 코스를 걷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골프 경기 관람뿐만 아니라 산책이나 트래킹과 같이 운동적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에서 특정 여자 골프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선수의 팬이 되는 시점은 기본적으로 선수의 스윙 모습, 장타력, 정교한 기술 등 일반인들이 연습을 해도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특히 남성 팬들은 우수한 여성적 비주얼을 갖춘 선수들을 선호하고, 여성 팬들의 경우 오히려 남성적 혹은 중성적 매력과 함께 장타력을 갖춘 선수를 선호하는 것 같다”라며 “이 밖에도 선수의 인성적인 측면에 따라 팬이 되거나 또는 안티팬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의 팬층은 중년층의 남성이 대다수이다. 단순히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들이 여자 골프 선수들을 응원하는 심리적인 요인에 대해 “특히 여자 프로 골프 리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유사한 점이 있다. 여자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의 후원 행태 또한 잘하는 선수와 외모가 출중한 선수에게 집중된다”라며 골프 산업적인 측면에서 골프 팬들의 현상을 설명한다. 이에 덧붙여 “중년 남성 팬들의 경우 잘하는 선수나 외모가 출중한 선수를 주로 응원하는데, 기량이 우수한 선수보다는 외모가 출중한 선수를 응원하는 경향이 훨씬 더 크다“라고 말한다.

 

   미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인 제시카 코다도 지난 대회에서 한국 팬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중 간혹 에티켓에 대한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선수들이 모두 홀아웃을 하기 전이나 샷을 하는 도중에 이동하는 것, 골프 우산을 쓰고 앞쪽에 있어 뒤쪽 팬들의 시야를 가리는 것, 경기 중 핸드폰을 포함한 소음을 내는 것이 있다. 골프 경기 관람 시, 서로 조금씩만 더 에티켓을 잘 지키고 배려한다면 경기를 하는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기분 좋은 시간과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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