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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의 자본화, 구단 정체성을 흔든다

축구계의 자본화, 구단 정체성을 흔든다

 

글/ 황인호(숭실대학교 경영학과)

 

   현재 EPL 최강팀으로 꼽히는 맨체스터시티는 2008년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 머물렀던 팀이다. 하지만 아부다비 왕자 만수르 (Sheikh Mansour Bin Zayed Al Nahyan)가 인수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막대한 투자로 특급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며, 최근 7시즌 동안 리그 우승 3회를 기록하는 강팀이 되었다. 프랑스 리그의 PSG역시 한동안 중위권에 머물렀으나, 2011년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카타르 투자청의 인수 후 최근 7시즌 우승 5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는 팀이 되었다. 두 팀의 사례는 ‘돈으로 실력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본의 영향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유럽 빅리그를 중심으로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중이다. 풍부한 자금으로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다국적 팀이 많아졌다. 맨체스터시티 1군 28명 중 7명만이 잉글랜드 선수일 정도이다. EPL과 프리메라리가 등 빅리그의 비싼 중계권료는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아틀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는 ‘영입’보다는 ‘육성’을 중요시한다/ 출처 : 위키백과)

   하지만 모든 팀이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무리한 영입보다는 유스시스템에 투자, 우수한 인재를 키워 내어 이적료로 수익을 낸 후, 그 돈을 선수 육성에 ‘재투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팀이 있다. 스페인 바스크지방의 두 팀 ‘아틀레틱빌바오(Athletic Club)’와 ‘레알 소시에다드(Real Sociedad)’이다. 빌바오는 비스카야주를 기반으로 150개 클럽과 연계하여 선수를 육성 중이다. 에레라, 라포르트, 케파 등 특급 선수를 배출해 냈다. 소시에다드는 기푸스코아주를 기반으로 90개 클럽과 연계하고 있다. 그뿐만아니라 바스크 전 지역과 인근 지역, 프랑스의 바스크 지역에 코디네이터를 두고 선수를 스카우트, 육성중이다. 그리즈만, 이니고 마르티네스, 이야라멘디, 오야르사발 등이 시스템의 산물이다. 배출해낸 선수들의 이적료로 얻은 수익은 경기장과 훈련시설 등에 재투자되며 또 다른 유망주들을 육성해 내는데 쓰인다.

   두 팀은 지역 선수 육성을 우선시하는 공통적인 목표가 있으나,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빌바오는 최근 들어 순혈 바스크 선수가 아니더라도 바스크 지방에서 뛰었던 선수도 뛸 수 있게 정책을 완화하였다. 하지만 바스크 지역 밖의 선수는 영입하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다만 세계적인 전술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지도자는 외국의 지도자를 선임한다. 반면 소시에다드는 빌바오와 마찬가지로 순혈주의를 고수하다가 1989년 아일랜드의 알드리지 영입을 시작으로 문호를 개방하였다. 하지만 이 개방정책 또한 무리한 영입보다는 높은 순위를 위해 꼭 필요한 선수만을 영입하는 것에 그친다.

   바스크 지방의 폐쇄적인 정책은 역사적인 바탕이 깔려있다. 스페인 내전의 결과로 바스크 지역은 자치권을 상실하고 스페인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 ETA(Euskadi ta Askatasuna, 자유조국 바스크)라는 무력단체가 조직될 정도로 바스크의 독립에 대한 의지는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강화된 정체성과 공동체의식은 축구팀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독일의 슈피겔, 영국의 BBC 등 유력 매체에서 맨체스터시티와 PSG의 ‘FFP (UEFA Financial Fair Play Regulations,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위반 스캔들’을 보도했다. 구단은 수익에 맞춰 팀을 운용해야 한다는 FFP 룰을 두 팀이 편법을 사용해 피해갔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겠지만 축구팀이 점점 투기수단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각 팀들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구단주의 재력이 팀의 순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펼치는 화려한 경기를 보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그 지역의 특성에서부터 시작되어 수십년간 쌓인 구단의 스토리 또한 흥미로운 요소이다. 축구의 자본화는 수십년간 쌓인 스토리를 없애고 있다. 자본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노력하는 바스크의 두 팀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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