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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프로복싱 방송의 대명사 'HBO'가 복싱을 내리놓은 이유

세계프로복싱 방송의 대명사 'HBO'가 복싱을 내리놓은 이유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미국 최대의 유료케이블 TV네트워크 방송사인 HBO(Home Box Office)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복싱 전문 방송만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스포츠 전문기자 출신인 필자 부터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인 빅매치 프로복싱 타이틀전을 독점적으로 중계했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조 프레이저를 KO로 무너뜨린 조지 포먼의 세계헤비급 경기, 1980년대와 1990년대 마빈 해글러, 슈가 레이 레너드, 오스카 델라 호야는 물론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등의 세계적인 빅매치는 HBO를 통해 전 세계 스포츠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복싱팬들은 대부분 역사적인 세계 프로복싱 경기를 HBO의 영상을 통해 지켜봤고, 복싱에 대한 추억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HBO는 복싱만 방송하지는 않는다. HBO는 극영화와 스포츠 프로그램을 주 컨텐츠로 방영하고 있는데, 프로복싱이 시청자수를 늘리고 성공적으로 미국 최대의 유료케이블 TV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것뿐이다. HBO는 '다매체, 다채널시대'를 맞는 요즘, 자체 방송을 이용하는 복싱팬들이 점차 줄어들게 됨에 따라 프로복싱 방송에서 손을 뗄 것을 최근 결정했다. 지난 45년간, 1천여회 이상 세계 프로복싱 주요 경기를 방영해 큰 수익을 올렸던 HBO가 마침내 프로복싱링에 타월을 던진 것이다. HBO는 오늘 10월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벌어지는 세계미들급타이틀전 다니엘 야콥스와 세르히 데레비안첸코간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프로복싱 중계방송을 마감하기로 했다.

 

   HBO 스포츠 피터 넬슨(37) 실무 부회장은 9월 28일 복싱 방송 스태프들과의 미팅에서 앞으로 프로복싱 중계를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넬슨은 "개인적으로 임의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 복싱 방송이 더 이상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요소라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번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HBO가 프로복싱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최근 다양한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프로복싱으로 새로운 투자자와 방송사가 들어오면서 시청자를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동안 HBO의 시청률 하락은 프로복싱 방송에 결정타를 날렸던 것이다. 프로복싱은 더 이상 HBO에게 수익을 올리는 대상이 아니었다.

 

   복싱방송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로 디지털플랫폼방송사 DAZN, ESPN, 폭스 스포츠가 뛰어들면서 HBO의 점유력은 크게 떨어졌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월 9.9달러를 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복싱경기를 즐길 수 있는 DAZN은 최근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8만명의 팬들이 몰린 가운데 앤서니 조슈아와 알렉산더 포벳킨의 세계헤비급 타이틀전을 처음으로 방송했으며, 지난 8월 ESPN은 세계적인 복싱 프로모터 톱 랭킹사와 7년간 계약을 체결, 총54회의 세계타이틀전을 ESPN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영키로 했다. 또 한때 HBO의 프로그램 공급자였던 쇼타임사는 올해만 22회의 프로복싱 경기를 자체적으로 내보냈으며, 폭스 스포츠는 세계 주요 챔피언들과 앞으로 4년간 중요 타이틀전을 독점 중계하기로 계약했다.

 

   HBO는 과거 세계 최고의 복싱 방송사였다. HBO는 지난 1986년 20세의 마이크 타이슨이 트레버 버빅을 KO로 물리치고 역사상 최연소 세계헤비급 챔피언이 됐을 때, 일본 도쿄에서 버스터 더글라스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을 때 등 충격적인 세계 빅타이틀전을 전 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속에 중계를 했다. 1990년 6월 경기 종료 2초를 남겨놓고 차베스의 TKO 승리로 석연치않게 끝나 큰 논란을 빚었던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와 멜드릭 테일러의 세계슈퍼라이트큽 경기와 헤글러-레너드, 헤글러-토마스 헌즈, 레너드-헌즈 등 세계 복싱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명승부가 HBO의 폐쇄회로 TV 화면을 타고 전 세계 방송사로 전해졌다.

 

   복싱 방송 시청자는 한때 HBO의 미국 국내 가입자 중 3분의 1인 1천5백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HBO 시청자 약 4000만 명 중 복싱 방송은 평균 820,000 명 , 전체 관객의 약 2%만이 시청할 뿐이라는게 넬슨 HBO 실무 부회장의 분석이다.

 

   올해 제나디 골로브킨과 반 마티로시얀의 미들급타이틀전은 13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으며, 9월 8일 HBO 메인 이벤트로 선보인 슈퍼플라이급 경기는 3만4천명의 시청자만이 지켜봐 HBO 역사상 가장 저조한 복싱 경기 중 하나였다.

 

   HBO 시청자들은 요즘 '왕좌의 게임'이나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의 결혼과 임신, 귀환 등을 내용으로 한 5부작 '세레나 되기' 등과 같은 리얼다큐멘타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 프로복싱사에 큰 족적을 남긴 HBO가 화려했던 복싱 방송의 막을 내린다는 얘기에 안타까워하는 열혈 복싱팬들이 많을 것 같다.

 

(HBO BOXING/ 출처 : Youtube)

 

   지난 수십년간 세계 프로복싱을 독점중계했던 HBO가 오는 10월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복싱 중계를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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