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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훈련도 반복적인 운동을 하듯,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학 전문가 윤영길 교수와의 인터뷰

“심리훈련도 반복적인 운동을 하듯,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학 전문가 윤영길 교수와의 인터뷰

 

글 / 김예은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 심리학)

 

(2018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준결승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자 후반 41분 자책골을 기록한 임선주 선수는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 출처 : 대한축구협회)

 

   지난 2018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준결승 대한민국과 일본전. 1대 1 상황에서 후반 41분쯤 임선주 선수의 자책골이 나왔다. 캐스터 배성재는 이 모습을 보고 “후반전 끝 마지막에 임선주 선수의 자책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미디어를 통해 경기를 보는 것도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긴장감이 도는데 실제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아무리 강한 멘탈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서 멘탈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반복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기르듯, 멘탈 훈련도 똑같이 이루어진다. 상황이 일어나고 나서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심리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경기 중 자연스럽게 응용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심리지원 작업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과도하게 들뜨지 않도록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심리지원 작업은 크게 심리 트레이닝, 개인 상담, 은퇴 후 멘토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에서 스포츠심리학을 가르치는 윤영길 교수를 만나 선수들의 심리지원 작업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보았다. 윤 교수는 수년간 여자축구 국가 대표팀에서 멘탈코치를 하고 있는데 자신의 역할은 “대화를 들어주는 사람이고, 편한 삼촌이다”라고 소개한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인 윤영길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 출처 : 김예은 기자)

 

- 경기 도중 한 선수의 실수가 일어나게 되면 다음 경기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로만 끝날 문제가 아닐 텐데, 이러한 경우 어떠한 심리지원 작업이 들어가나요?

경기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후 대응을 하는 것은 승부 관점에서 보면 이미 끝난 경기이고 다음 경기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사건이 일어난 후 대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사전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를 하다 실수를 하여 플레이가 잘못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사전 준비 작업들을 통해 미리 처리해야 한다.

사전 대응 방식은 크게 선수들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작업과 선수가 개인적으로 큰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에 관한 작업으로 나눠져 있다. 우리 모두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잠재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고, 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는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관중의 규모나, 응원 분위기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실제 경기 도중에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메달리스트들이 큰 대회 이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심리적인 변화를 느끼는 부분은 어떻게 다루시나요?

이에 대한 사이클을 먼저 설명하자면 크게 3가지 시기로 나뉜다. 먼저 대략 3개월 정도는 유명세를 타서 마치 구름에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시기, 그 이후 2년 정도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갈등이 생기는 시기, 다음 2년 동안에는 자리를 잡고 또다시 큰 대회를 치르는 시기가 있다. 올림픽 등 큰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이러한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경험을 할 것이라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해당 상황에서 어떤 적절한 대응을 해야 되는지 사전에 개입들이 이루어진다. 선수들을 그저 사회적으로 메달을 따는 도구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 여자 선수들과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남녀의 특성상의 차이가 존재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혹시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 남녀 특성상의 차이는 선수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본질은 같다. 경쟁이 있고 성과를 내는 그 과정에서 심리적인 경험은 유사하다. 오히려 종목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다소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후보 선수들을 살펴보면 여자 선수들 같은 경우 같은 경험에 대해서 표현을 좀 더 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남자 선수들은 표현을 상대적으로 덜 한다. 하지만 후보 선수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여자 선수든 남자 선수든 모두 유사하다. 경기를 잘하고 있는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 게임을 뛰는 선수와 후보 선수 등 상황과 맥락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심리지원 대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는 선수들을 지원할 때와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아무리 외부에서 자녀에게 심리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더라도 정작 부모들 간에 사이가 좋지 않고 불안정하다면, 자녀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즉, 팀 안의 지도자가 어떠한 상태인가에 따라 선수들이 많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지도자를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심리적으로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지도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도자들과 경기 상황과 관련 없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시 동안 타임아웃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타임아웃을 통해 지도자들이 잠시 경기 상황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코치나 감독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지원 스텝들 사이를 완충시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좀 더 교류하게 도와준다.

 

- 심리 지원 작업 중 ‘은퇴 후 멘토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은퇴 후 멘토링은 주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잘사는 것이 가장 중점인데, 이것도 일종의 선수들을 타임아웃 시키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선수들에게 본인이 지낼 수 있는 집을 살 수 있을 때 마련하라는 이야기한다. 선수 생활을 할 때에는 식사, 숙소 등이 다 제공되지만 은퇴 후에는 연봉이 줄 뿐만 아니라 만약 주거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힘들게 살기도 한다. 따라서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안정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미리 주거기반을 마련하여 은퇴 후 삶을 준비할 수 있게끔 관련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또한 운동 이외에 흥미가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여 운동선수 이외에 다른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해준다.

 

- 상담 시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 선수나 팀 상황에 따라서 상담이 한 번만 진행될 수도 있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팀 전체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면 대회 시즌 중이 아닌 시기 동안에는 선수들과 지속적인 이야기를 통해 상담이 이루어진다. 대회 시즌 동안에는 대회 단계마다 필요한 이야기들을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선수 개별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경기 당일이라면 경기 직전에 당일에 필요한 심리적인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경기 직후에는 선수가 잘했을 때와 그러지 못했을 때의 상황에 각각 대응하여 작업들이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시즌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여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다. 상담 요청은 대부분의 경우 선수가 개인적으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코치나 감독 등으로부터 선수 상담 요청 제안이 오는데, 이러한 제안이 선수의 변화에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된다면 그 이후 상담이 진행된다.

 

- 고등학교까지 선수생활을 하신 운동선수 출신이고, 현재에는 운동선수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부분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 대회 기간 중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었던 선수가 상담 이후 경기가 잘 풀려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나 북받치는 감정이 느껴진다. 가장 최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거의 초주검이 되어 있는 상태였던 선수가 다시 일어나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기 이후 선수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당시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꼈다.

 

- 상담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때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선수들을 관리해야 되는 상황에서 막상 본인이 힘들 때는 주로 어떻게 대처하나요?

▲ 초기에는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2003년도 SK구단 멘탈 코치 스텝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팀의 승패에 따라 판단이 될 때가 있었는데, 상황을 중립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의 성과보다는 개개인의 선수들이 과연 어떠한 마음일까, 이 팀이 어떠한 심리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큰 대회에서 오는 압박이 심해 심리적으로 지쳐있을 때 선수들이 휴식을 하는 동안 배낭을 메고 나가서 ‘나는 이 도시의 관광객이다’라는 생각으로 잠시 주변을 산책한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경기 상황과 분리를 시켜 타임아웃을 시킴으로써 일상에서 일과 나를 분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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