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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공부도 성취하는 즐거움이 중요하다”

운동도 공부도 성취하는 즐거움이 중요하다

최고의 축구행정가를 꿈꾸는 대한축구협회 한동근씨


글 김신범(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인생의 전부를 걸었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된다면. 부러진 날개로도 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아래서 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둔 후 맞닥트릴 차가운 현실에 쉽게 적응하기 힘들다. 선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남부럽지 않은 축구선수로 활약하다가 운동을 그만두게 됐지만, 좌절은 커녕 누구보다 정진해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성공적인 재사회화의 모델인 대한축구협회 한동근(30)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터뷰 사진>

 

- 운동선수로서 활약한 경력은?

초등학교 4학년에 축구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정식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정식 선수로 활동한 셈이다. 이후 풍생중학교에 진학해서 계속 축구를 했다. 중학교 1학년, 2학년 시절에는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갔다. 부모님께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든든하게 지원해 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선진축구를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중앙대학교부속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입학 직후 독일의 명문 구단인 베르더 브레멘 F.C.(Werder Bremen F.C.)에서 유학했고, 2학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중앙대학교에 진학하여 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4학년 2학기 때 졸업과 동시에 축구를 그만두게 됐다. 나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 모두 엘리트 축구선수 시스템 체제 아래 양성됐었다.

 

 

< 중앙대학교 축구선수로 활약하는 한동근씨의 모습 >

 

- 운동선수를 그만두게 된 이유와 그 당시의 심정은?

대학교 3학년 때 이미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계에 달했다고 스스로 느꼈다. 사실 난 타고난 노력쟁이다. 하지만 스피드 등 천부적인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면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부족한 부분들을 노력과 근성으로 당당히 이겨냈지만, 프로에 가기에는 어려웠다. 경기에 제외되는 순간들도 여럿 있었다. 그 때부터 매일같이 울었다. 축구만을 사랑했는데, 만약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마치 난 인생의 실패자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대학교 졸업 직전까지 했다. 결국 부상에 의해 쉬는 기간이 늘어나게 됐고, 재활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1년 정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매번 울었다. 그 정도로 마음과 자존심이 상했던 거다. 하지만 그만두겠다고 확실히 마음의 정리를 했을 때부터는 오히려 홀가분했다. 축구를 했던 내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다. 운동을 했던 내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유수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축복이었고, 앞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와 마음의 토양은 다진 셈이었기 때문이다.

 

-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시절, 막연히 가지고 있던 꿈은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군에서 종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나에게도 에이전트가 있었기 때문에 낯선 직업이 아니었다.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됐다. 축구를 그만 둠과 동시에 서점에 가서 스포츠마케팅이라는 책을 사서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김용만 교수님이 집필하신 두꺼운 전공 서적이었다. 여러 파트 중에 스포츠 에이전트파트는 잘 이해가 됐지만, 그 외에 매니지먼트’, ‘마케팅’, ‘홍보등에 대한 것들이 추가적으로 궁금해졌다. 그때 처음으로 학문에 갈증을 느꼈다. 운동을 그만둔 직후 1년 정도 배낭여행을 다녔다. 호주,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서 여행자로 살았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줬던 조언이 내 방향 설정의 촉매가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이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슷했다. 자신들은 다들 무언가 미쳐서 하나의 일에 집중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조언해 준 것은, 결국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이것은 되는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기도 했다. 생각을 거듭해본 결과, 내 문제는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긴 여행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왔다.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역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 정책에서 양성된 선수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바로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것보다는 스포츠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가벼운 교육을 먼저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다. 난 전적으로 동의했고, KBS에서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 교육과정을 6개월 정도 수강하게 됐다. 공부보다는 운동에 집중했던 나는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취하는 즐거움을 맛봤다는 것이었다. 아주 달콤했다.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얻은 작은 성취감들은 내게 큰 자존감을 만들어 줬다. 자연스레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모교인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석사과정에 지원했다. 감사하게 합격했고 난 내가 꿈꾸던 스포츠산업/경영학을 전공하게 됐다.

 

- 대학원 시절, 도움이 되거나 기억에 남는 활동들이 있다면?

맨 먼저, 지도교수님을 잘 만난 것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권형일 교수님이 내 은사다. 영어학원에 보내주고, 매주 영어논문을 읽고 남들 앞에서 발표하게 하시는 등, 계속해서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주려 노력하셨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자신감이 커졌다. 어느새 국제학회에서 영어로 발표도 하고, 최우수 발표자상(Best oral presenter)도 받게 됐다. 예전의 나였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해낸 것이다. 또 한 가지, 체육인재육성재단(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인재육성단)을 통해 미국 테네시대학교에서 6개월 동안 연수를 받는 감사한 혜택도 받게 됐다. 그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토론하며 각 나라의 스포츠 시스템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됐다. 운동부 제도에 대해 우리와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여기서 중요하게 느꼈던 건, 연구 뿐 아니라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고찰들이 나의 내실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테네시대학교 연수에 참여한 한동근씨(뒷줄 우측에서 두 번째) >

 

-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입사기를 말하자면?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난 미국 박사과정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도교수님과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수차례 나눴던 상태였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채용공고가 올라왔고, 교수님 역시 올림픽 조직하는 업무에 내가 어울릴 것이라 조언했다. 지원했으나 현장경험이 없어 낙방했다. 이후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이라는 조직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많이 배웠다.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알던 것들을 실제 행정화 하여 사업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경험을 살려 다시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지원했던 대한축구협회에서도 합격통지가 날아왔다. 나는 큰 미련 없이 축구협회를 선택했다. 축구선수였던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 시스템에서 양성된 선수, 그리고 해외에서 공부했던 선수출신 학생으로서 축구계에 기여할 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3학년 당시, U리그 경기를 할 때였다. 경기를 운영하러 왔던 대한축구협회 직원과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한창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나는 축구협회에 어떻게 입사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다. 그 분은 어린 축구선수였던 내게 아주 자세히 입사과정을 설명해 줬다. 국제적인 마인드와 영어는 필수고,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성실한 사람을 원한다는 답변을 했다. 노력했고, 그로부터 8년 후 나에게 대한축구협회에 입사하여 축구행정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축구협회에서 근무하는 사원으로서, 첫 번째는 축구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느꼈던 것들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면서 최선의 행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공부도 더 하고 있다. 스포츠 정책과 관련한 전공서적이나 국내외 논문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흐름을 알아야 탁상공론을 경계할 수 있다. 정책이 무엇인가, 축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난 누구보다 더 유능한 축구 행정가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 Asia Football Confederation)이나 피파(FIFA : The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와 같은 상위단체에서 파견근무도 해보고 싶다. 사실 난 내가 아는 것을 남들과 공유하며 지식의 팽창을 도모하는 일에도 흥미가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박사과정에도 진학하고 싶다.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도구는 여러 가지가 있다. 축구라는 도구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 운동을 그만 두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내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가장 중요하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결과제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내가 영어는 얼마만큼 할 줄 아는가, 지금 내가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으로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그려봐야 하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장거리 초행길 운전에 앞서 내비게이션에 목표지를 입력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스포츠 쪽으로 일을 하고 싶다면, 특정한 한 가지 분야에 지독하게 매달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스포츠 산업의 전체적은 틀을 보고, 유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축구면 축구, 농구면 농구, 야구면 야구,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은 그리 이상적인 접근법은 아니라고 본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내가 어느 부분에서 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날카롭게 고찰해 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막상 내가 해 보니,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미지의 것을 대할 때 두려운 태도로만 일관한다면 될 것도 안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를 잘 해서 무엇을 원하든 쟁취해야 한다.

 

 

< 2017 U-20 월드컵에서 활약한 한동근씨의 모습(2열 우측에서 두 번째) >

 

- 대한축구협회에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주위 동료들을 유심히 보면, 다들 자신감이 충천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대한민국 축구계 발전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기 확신이 많은 사람들이다. 진지한 태도를 바탕으로, 축구라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이끄는 미션에 얼마만큼 고민을 했는지는 몇 마디만 나누어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다 진득하게 축구 현안에 대해 고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외활동과 스펙의 단순 나열, 축구를 팬으로서 좋아하는 것. 이런 것들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인 셈이다. 투박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축구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만약 축구협회 입사를 원한다면, 이 부분을 유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최고의 축구 행정가가 되고 싶다.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 더불어 나와 같이 힘든 시기를 겪었을 많은 엘리트스포츠 중도 은퇴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를 위해서는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 모두 학계와 현장에서 스포츠 발전을 위해 힘쓰는 동료들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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