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살아 움직이는 교내스포츠리그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 말이 되면 선생님들은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년 동안 사용했던 교구와 진행되었던 체육프로그램을 점검하고 학생들이 운동의 즐거움에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도록 새 학년의 수업과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감히 체육중학교로 불리던 우리학교의 메인 이벤트도 역시나 교내스포츠리그를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일회성으로 치러지는 육상대회, 체육대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학교에 존재해왔지만 스포츠리그는 최근 몇 년 새 몇몇 학교를 시작으로 시범적으로 도전해오고 있다. 프로 리그를 본떠 만든 교내스포츠리그도 학급대표가 모여 조 추첨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16강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자조섞인 말로 시끄러웠던 월드컵 조 추첨 직후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바로 학교 체육관에서도 볼 수 있다. 단위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점심시간 놀잇거리쯤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진행 미숙이나 오심 때문에 학교 전체가 하루종일 주최 측에 대한 민원으로 들썩일 때도 있고 학교폭력이나 왕따 같은 학교사회의 현안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따라 해결되기도 하니 그야말로 거대 스포츠세계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올해 나는 함께 일하던 동료교사가 만들어놓고 간 페이스북 페이지를 교내스포츠리그 운영에 적극 활용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SNS활동이 리그 운영에 중요한 키가 되었다. 첫 번째로, 교내스포츠리그 운영에 필요한 공지를 학교 화이트보드 게시판이 아닌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정보의 파급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주로 경기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체육돌이 몇 명이나 반짝 관심을 갖던 경기 결과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두 번, 세 번 계속적으로 공유되고 업데이트되면서 경기에 나섰건 그렇지 않건 누구나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경기에 관심없을 것 같은 학생들도 경기 다음 날이 되면 다른 학년 경기결과까지도 알고 있는 정도였다. 여기에 탄력을 받아 골을 넣은 선수, 경기 MVP까지 실명으로 내용에 넣으니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내용의 퀄리티까지 상승하는 효과도 얻게 되어 정말 보람이 넘쳤다.

두 번째로, 날마다 경기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는데 그것이 공유와 좋아요를 타고 전달되어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교내스포츠리그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운동장, 체육관, 배구장 구석구석을 카메라를 들고 경기에 뛰는 아이들, 구경하는 아이들을 찍어 그 날의 경기결과와 함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해주면 학생들은 바로바로 몇 십개의 좋아요를 누르고, 사진을 퍼나르며 즐거워한다. 축구의 경기 규칙은 잘 몰라도 내 사진에 달리는 좋아요가 하나의 관계가 되고,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의 표시이자 스포츠를 통한 상호작용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교사에게는 잘했어라는 말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될 수 있는 긍정적 피드백의 수단이 하나 더 생겼고, 학생들은 서로 직접 말하지 않아도 나를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더 갖게 된 것이다.

 

 

아무리 배구 이거 정말 재미있으니 해보자라고 가르쳐도 아이들 스스로 써먹을 데가 없고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면 요즘은 억지로 그것을 배우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대신, 그걸 오늘 점심시간에 당장 써먹을 수 있고, 그것이 재미있고, 친구들과 소통의 매개로 삼을 수 있다면 알아서 빠져드는 것이 또한 요즘 학생들이다. 교내스포츠리그를 SNS를 활용하여 운영했던 것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고 빠르게 일상 속에 스포츠를 확산시켰고, 공유된 화면 안에서 누구나 주인공이 됨으로써 더욱더 스포츠리그에 열광적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운동하는 그 찰나의 즐거움이 포착되어 온라인에서 나누어지고, 그것이 다시 학교체육 활성화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아직 학교체육의 온라인페이지가 없다면, 교사들의 프리시즌인 지금 SNS 페이지를 개설해보는 것은 어떨까.

 

                                                                                            <세곡 스포츠리그 SNS>

 

 

 

 

 

                                                                                       세곡중학교 양선화 선생님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