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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올림픽 보도, 획일성보다는 다양한 인간가치를 담아야 한다.

글 / 김학수

 

 

  때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에 출전한 강초현은 한국선수단에 첫 은메달을 선사했다. 본선서 397점을 기록하며, 올림픽 타이기록을 갖고 1위로 결승에 오른 강초현은 결선 8번째발까지 1위로 달렸지만 9발째 사격에서 미국의 낸시 존슨에게 동점을 허용하고 마지막 한발에서 0.2점차로 밀려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그녀가 은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고개를 떨구고 안타까운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많은 국민들은 TV로 지켜봤다. 시상대에서는 환한 표정으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던 그녀는 경기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초롱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이후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게 되는 순간이었다.

 

 

 

 

  해방이후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부터 가장 최근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한국이 지난 68년동안 동·하계 올림픽 출전에서 획득한 금메달수는 총 115개로 집계됐다. 선수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얻어진 값진 결과물인 올림픽 금메달에는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따른 여러 스토리가 담겨있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해방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레슬링의 양정모는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2012 런던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의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금메달리스트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2000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이 많은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당시 언론들이 그녀를 크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경기장 안팎에서 다양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많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보다도 더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강초현 사례는 올림픽 보도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신문과 TV 방송으로 대표되는 빅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국 언론은 많은 올림픽을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언론은 운동 선수들의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이미지를 생산해냈다. 언론이 주체가 돼 국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언론은 어떻게 올림픽 대상에 대한 보도를 하며, 보도를 통해 어떤 담론을 생산하는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이론에 따르면 언론들은 각 시대와 사회의 필요에 따라 기사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을 내면화시킨다고 한다. 사람들의 사고영역을 특징짓는 담론은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언론들은 기사라는 장치를 통해 사람들에게 특정한 담론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은 그간 올림픽 참가국간의 경쟁을 유도하며 메달 집계에 주력하고, 올림픽 스타를 영웅화시키고,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부각하며 상업주의를 전파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언론 보도의 담론적 유형은 크게 민족주의, 국가주의, 세계주의, 개인주의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기이전까지는 올림픽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면서 민족과 국가의식을 고취하는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 언론들이 태극기, 우리 선수단, 조국등의 단어를 많이 보도한 게 이러한 반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4LA올림픽에서부터 본격적인 금메달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언론들의 보도 경향은 세계화, 글로벌화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세계 최강, 일등주의, 별중의 별, 진정한 올림픽 영웅등으로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인 수준과 대등한 한국스포츠의 위상을 부각시켰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맞은 2000년대 들어서는 올림픽 보도의 주체였던 언론의 상황에 많은 변화에 일어나면서 올림픽 보도 양상에도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국민들도 TV와 신문 등을 보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밝히면서 담론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언론들이 개인 선수들의 스토리를 발굴, 보도하며 국가 중심, 메달 중심, 목표 중심에서 선수 중심, 인간 중심으로 옮겨가는 모습은 이러한 변화의 일례이다.

 

  세계는 이제 하나의 사상, 하나의 시대정신이 지배하던 시대는 아니다. 올림픽에서 이기고, 지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적 행위를 하느냐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며 성 소수자, 장애인, 인종 차별 등 여러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한국 언론은 올림픽 보도에서 국가주의, 민족주의, 세계주의 등 거대 담론의 보편주의를 넘어서 숭고한 인간적 가치와 품격을 높이는 주체적인 생각과 사유를 깊게 하는 방향으로 시각을 옮겨가기를 바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만에 개최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보도가 많이 쏟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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