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삼성

 

 

  지난 862017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 한국대표 3명이 참가했다. 결과는 김효수(영동군청 2250859), 유승엽(강원도청 2시간290664), 신광식(강원도청 2시간295265)순서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명의 선수 모두 국내에서 2시간20분 내로 무난히 달리는 선수다. 이 외 손명준(삼성전자), 심종섭(한국전력), 노시완(코오롱)2시간13분 이내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마라톤 팬들은 이 정도 기록이 세계정상에 설 때도 있기 때문에 한국선수가 한 번쯤 다시 우승하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한국마라톤이 다시 세계정상에 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감독)의 올림픽 우승이 26년 전이고 이봉주(스포츠해설가)가 한국최고기록 2시간720초를 달성한 것도 17년 전이다. 그때와 지금의 아프리카 선수들 수준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했다. 당시만 해도 아프리카 선수들의 모습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와 우승 다툼을 벌인 경쟁자도 일본선수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대한민국 경제수준이 여유 있던 상황이 아니었고 운동선수로서 헝그리 정신이 강했다. 그만큼 선수들이 운동에 모든 걸 바쳐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을 강하게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 경제력이 더 좋아졌는데 왜 더 좋은 환경에서 예전만큼도 못 달리냐는 말을 한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에 있어 경제수준상승이 긍정적 영향만 가져온 건 아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좋았던 공기가 오염되었고 다채로운 하체 근육발달에 필요한 흙 땅은 아스팔트로 변하였다. 즉 스포츠 중에 가장 호흡을 많이 하는 종목인데 오염된 산소가 들어오며, 3만 번 가량의 충격을 받는 하체에 더 강한 부담이 오는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 단순히 여유가 있어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종목의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선수들이 과거만큼 달리기 쉽지만 않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정상권의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의 마인드 또한 변해 과거 보다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황영조 등 국내 마라톤 영웅들은 한국인으로 태어나 상상이상의 훈련을 소화해 기록을 낼 수 있었다. 케냐선수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근육의 질과 신체의 비율, 높은 고지에서 넓은 흙 땅을 뛰어다니며 실력을 키운다. 2~30년 전과 달리 마라톤을 잘해 대회우승하면 많은 상금을 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케냐의 경제수준을 보면 GDP 751억 달러(세계68)를 유지하고 있고 1인당 GDP 1,607달러(세계146). 간단히 말해 1인당 평균연봉이 한국 돈 182만원 정도다. 수도 나이로비에서의 생산이 중점적일 것이기 때문에 마라톤 선수대부분 더 어려운 환경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상금이 8만달러이다. 이 금액은 케냐 1인당 GDP와 비교하면 5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케냐에서 50년 동안 벌어야 할 돈을 한 번에 받는 것이다. 기록이 단축될수록 추가 타임보너스를 받게 된다. 2017서울국제마라톤을 2시간554초로 우승한 에이머스 키프루토(25·케냐)는 우승상금 8만 달러 + 타임보너스 5만 달러를 받았다. 대회우승 한번으로 13만 달러를 챙긴 것이다.

 

 

여유있는 여유 있는 2시간8분 - 조프리 킵코리르 키루이

(사진 = 2017런던세계육상마라톤)

 

 

 

쓰러진 2시간25분 - 김효수

(사진 = OSEN)

 

 

  케냐 선수들은 상금이라는 동기부여로 즐기면서 노력까지 한다. 한국 선수는 더 이상 케냐 선수들의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세계최고기록이 2시간2분대이며 대다수 대회 우승자들의 기록이 기본적으로 한국최고기록 수준이다. 현재의 한국선수들은 자신보다 5~10분 이상의 최고기록을 보유한 선수들과 달려야한다. 한국선수들이 세계대회에 나가 선두를 따라가면 상당한 오버페이스가 되어 자신들의 국내 기록도 내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시작부터 선두를 놔주고 본인의 페이스대로 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시 운이 좋아 케냐선수들이 2시간12~15분대 페이스로 레이스해도 30~35km 이후 남아 있는 체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한국마라톤이 다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혹여 희망을 걸어볼만한 대회는 올림픽 정도이다. 케냐에서 올림픽금메달리스트에 주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세계정상급 선수들은 오히려 출전을 안 하기 때문이다. 3년 앞으로 다가온 2020도쿄올림픽에서 세계정상에 근접한 모습이라도 보여주는 선수가 나타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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