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순찬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세계화’의 바람이 불면서 다문화 가정 등이 많아졌고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단일민족’이란 말은 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 속의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스포츠 계에선 아직 ‘단일민족’이 존재하는 듯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아이스하키, 루지 등 다양한 동계스포츠 종목에선 귀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많은 종목들이 아직 귀화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축구의 경우, 귀화 선수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귀화를 한 외국인 선수들이 그동안 있었음에도 귀화 선수를 국가대표로 뽑은 적은 아직 없다. 농구 또한 혼혈 선수들을 귀화시켜 국가대표로 활용한 적은 많지만 한국인의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외국 선수를 귀화시킨 사례는 전무하다. 얼마 전에도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외국인선수인 라틀리프가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귀화 의사를 밝혔지만 무산된 바 있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이다. 전력에 보탬이 된다면 외국 선수들의 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귀화 선수를 통해 전력을 적극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일본

 

일본 최초의 귀화 국가대표 축구선수 라모스 루이. 그는 일본인과 결혼하였다. 사진출처 = 야후재팬.

 

 

  이웃나라 일본은 오래전부터 귀화 선수를 활용했었다. 가장 유명한 선수는 일본의 1호 귀화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라모스 루이이다. 1977년 요미우리 축구클럽(현 도쿄 베르디)에 입단하며 일본 축구와 인연을 맺은 라모스는 1979년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쥐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89년 일본으로 귀화하며 일본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미국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였다.

 

  이후에도 일본 축구는 로페즈, 알렉스, 툴리오 등 브라질에서 귀화한 선수들과 재일교포 4세인 이충성, 네덜란드 혼혈인 마이크 하베나르 등을 국가대표로 뽑으며 귀화 선수를 적극 활용하였다. 이충성의 경우, 2011 아시안컵 결승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축구뿐만이 아니다. 남자농구, 여자농구 모두 귀화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빅맨이 없는 일본농구에 있어 체격이 좋은 귀화 선수는 단기간에 전력을 보강하는 데 있어 안성맞춤이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현재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귀화 선수를 보강하고 있는 것처럼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당시 8명의 귀화 선수를 보강한 바 있다.

 

 

카타르

 

카타르 핸드볼 대표팀은 다국적 군단이다. 사진출처 = 텔레그라프. 

 
  카타르는 귀화 선수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인구 자체가 250만 명밖에 안 되는 소국인데 그 몇 안 되는 인구의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고 순수 카타르인은 전체인구의 1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약 30만~40만 명밖에 안 되는 순수 카타르인만으로는 사실상 스포츠 팀을 꾸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귀화 정책이다.

 

  카타르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유치를 계기로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당시 국왕부터 앞장서 귀화 정책을 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카타르는 막대한 부를 앞세워 귀화 선수에게 고급 아파트와 높은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 순수 카타르인의 수가 워낙 적다보니 육상, 핸드볼, 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귀화 선수를 활용한다. 특히 핸드볼에서 귀화 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리우올림픽 예선에 참가한 카타르 핸드볼 대표팀의 선수 16명 중 무려 15명이 귀화 선수였다. 출신국가도 프랑스, 쿠바, 몬테네그로, 스페인 등 11개국이나 된다.

 

  카타르는 귀화 선수들을 앞세워 지난 2015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비유럽국가로는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였다. 육상 남자 100m 아시아 기록(9초 91)을 보유 중인 페미 오구노데 역시 나이지리아 출신의 귀화 선수이다. 2009년 카타르로 귀화한 그는 "승리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만큼 축구에서도 귀화 선수를 많이 활용한다. 아직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는 힘든 모습이나 최종예선까지는 꾸준히 진출하는 등 아시아 축구의 강호로 발전하고 있다.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언급해 화제가 되었던 공격수 소리아(우루과이 출신)가 대표적인 귀화 선수이다.

 

유럽
  많은 유럽 국가들도 귀화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들 중에도 귀화 선수가 많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프랑스 대표팀에는 지네딘 지단(알제리), 비에이라(세네갈), 마케렐레(콩고 공화국) 등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유난히 아프리카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는 개방적인 귀화 정책으로 많은 귀화 인재들을 배출했다. 현재 프랑스 대표팀의 에이스인 폴 포그바 또한 기니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활약한 데쿠와 페페, 스페인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디에고 코스타는 모두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다. 이 밖에도 독일의 클로제(폴란드 출신), 이탈리아의 티아고 모타(브라질 출신) 등 많은 귀화 선수들이 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탁구 국가대표 선수로 중국 출신의 선수들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강인 중국 탁구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중국 선수들을 데려와 자국의 국가대표 선수들로 발탁한다. 지난 2016리우 올림픽에서는 총 21개국이 중국출신 탁구 선수들을 귀화시켜 경기에 나섰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을 대비해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 귀화 선수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획득한 13개의 금메달 중 무려 7개를 귀화 선수가 획득하며 러시아의 종합 1위 달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안현수가 ‘빅토르 안’으로 귀화해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3관왕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내년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여러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 귀화 선수를 보강하고 있다. 아이스하키에서 최초로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하는 등 귀화 선수들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귀화 선수를 활용하는 목적은 단연 단기간에 전력을 상승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귀화 선수들을 잘 대우해주고 꾸준히 한국 국가대표로써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국 스포츠의 귀화 선수 활용에 있어 훌륭한 선례가 되어 한국 스포츠에 ‘세계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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