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학수

 

 

  오래 전 대학과 실업, 프로팀 지도자를 취재할 때 선수들이 지도자를 부르는 말이 서로 달랐다. 대학 지도자들은 ‘감독 선생님’, 실업및 프로지도자들은 ‘감독님’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똑같은 지도자 명칭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대학교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은 팀을 이끄는 감독과 함께 학생들의 인성을 가꾸는 교육자 등 두 가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독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듯하다. 대학 선수들에게 지도자는 감독님이면서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에게 실업팀이나 프로팀은 더 이상 학교라는 인식이 없었던 것 같았다. 선수들은 성적에 따라 개인 연봉 등 성과급이 달라지는 현실에 적응해가며, 팀 지도자를 학교 때와는 달리  ‘감독님’으로 불렀다. 선수들은 지도자가 성적 때문에 교체되는 모습들을 자주 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을 것이다. 실업 및 프로지도자들은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감독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듯하다.
 
  사실 지도자는 이상적으로 감독과 선생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데, 성공하는 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성적도 올리고, 뛰어난 덕성을 발휘해 선수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독님과 선생님은 어찌보면 지도자로서 공통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당시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감독의 권위까지 갖춘 대학 지도자가 실업 및 프로지도자들보다 더 좋다는 말이 나돌기까지 했다.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는 두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이들이 등장해 지도자의 귀감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지난 24일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미국 농구의 명지도자 존 쿤드라는 감독 선생님의 롤모델이 아니었나 싶다. 훌륭한 감독이면서 탁월한 선생이었던 것이다.

 

 

1952년 마이칸의 무등을 타고 첫 미국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했던 쿤드라 감독 모습.


  그는 ‘잊혀진 전설’이었다. 지난 1995년 농구의 최고 영예인 네이스미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그는 헌액자로서 최고령 멤버였었다. 역대 최고의 센터중 하나였던 조지 마이칸 등 대부분의 제자들이 세상을 먼저 떠났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쿤드라는 1996년 NBA 출범 50년을 기념해 선정한 역대 최고의 지도자 10명 가운데 포함됐다. 10명 가운데는 농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필 잭슨을 비롯해 돈 넬슨, 팻 라일리, 레니 윌킨슨, 레드 아우어바흐, 척 데일리, , 빌 피치, 레드 홀즈만 등이 선정됐다.


  쿤드라는 명문 LA 레이커스 전신인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에서 감독 데뷔해인 1948년과 1949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해, 미국 프로농구 지도자로는 유일한 기록을 갖고 있고 1952, 53, 54년 3년 연속 패권을 안아 3연패를 이룬 최초의 지도자가 되기도 했다.


  그는 24초 룰이 적용되기 전,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리드로를 밑에서 위로 던지는 언더핸드방식으로 넣을 때 미국농구를 좌지우지 했던 명조련사였다. 하지만 팀성적만 최고로 올렸던 것이 아니다. 대부분에 성적에 연연하던 일반적인 지도자와는 달리 선수들을 교육시키는데 많은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는 개인플레이를 하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들을 좋아했으며, 선수들을 잘 이해하는 지도자였다.

 


  1948년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에 입단했던 그의 대표적인 제자 마이칸(2005년 작고)은 "감독님은 경기 중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매우 온순했다. 우리가 소리 지르려고 하면 느슨해지기를 바랬다"며 "나와 경기중 이런 문제 때문에 부딪히곤 했는데, 감독님이 보낸 메시지는 우리 팀에 아무도 흥분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이칸이 개인상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다른 동료 스타플레이어들이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선수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가 개인의 역할의 중요성을 모든 팀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좋은 연봉을 받도록 하는 데 힘을 썼기 때문이다. 또 선수들의 개인적인 고민과 심리상태 등을 잘 파악해 자상하게 상담하며 감독이기 이전에 훌륭한 심리학자 역할도 했다.


  선수와 지도자간의 관계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핵가족화와 개인화 현상이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며 선수와 지도자 관계가 형식적이고 수직적인 형태가 된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사제간에는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훈훈한 끈끈한 관계를 보이는게 바람직하지만,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 이러한 모습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예전에 본 대학스포츠 문화는 '감독님'으로 쓰고, '감독 선생님'으로 부른다'는 말이 돌 정도로 선수와 감독간 관계는 비교적 원만했던 것 같다. 아직도 대학스포츠 문화는 이럼 분위기가 남아 있다. '감독님'과 '선생님'은 단어 자체에서 갖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승자 독식시대'의 현대스포츠이지만 감독님과 선생님 역할을 두루 잘 해내는 지도자는 마땅히 존경받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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