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승국

 

 

  《그네터엔 벌써 녀인들이 모여 그네를 뛰고 씨름터에선 황소타기 샅바씨름이 벌어졌고 활터에선 무예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멀리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농사철 바쁜 때이라 땀을 빼던 농군들도 오늘은 정자나무 그늘아래 탁배기(막걸리)술상을 놓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무성한 버들, 백 척이나 높은 가지에 그네를 매고 뛰려할제 금잔디우에 초록쓸치마를 훨훨 벗어놓고 갖신도 석석 벗어던져주고 다홍치마는 턱밑에까지 훨씬 추켜입고 보드라운 삼으로 꼬은 그네줄을 고운 손으로 넌짓 들어 두 손에 갈라 잡고 흰 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구른다... 그네터에서는 춘향의 몸이 하느러로 날아올라 버드나무우 가지 끝에 달린 쩔렁방울을 툭 찬다. 방울소리가 숲속에 은은히 사무친다...》 고전소설 ‘춘향전’의 한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그네타기, 씨름, 국궁 등의 전통놀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 고누놀이 같은 풍속화를 통해서도 전통놀이를 즐기는 선조들을 볼 수 있고, 3대 의적 중 한 명인 ‘임꺽정’은 씨름과 석전(石戰)을 즐겼다고 한다.

 

  놀이는 시대와 문화를 담고 있다. 특히 전통놀이는 그 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민족은 전통놀이를 통해 자신의 염원을 풀어내거나 역사의 상처를 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관심 부족과 인터넷 게임 등의 이유로 전통놀이는 사람들에게 점점 잊히고 있다. 전통놀이를 보존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전통놀이 행사를 추진하기도 하고 전통놀이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체육회에서는 잊혀가는 우리 문화를 되새기고 전통종목 참여활성화 및 저변 인구 확대에 기여하고, 유소년을 대상으로 전통스포츠의 체험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전통종목강습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 중에서 구로구 체육회를 직접 방문해 보았다.

 

 


전통놀이강습회 배치도(출처 : 구로구생활체육회)

 

 

  종목은 학교와 협의하여 20개의 종목 중 8개 이상을 선정 후 운영하고 있다. 종목은 고리던지기, 국궁, 굴렁쇠 굴리기, 널뛰기, 딱지치기, 떡메치기, 말뚝이 떡먹이기, 멧돌체험, 버나돌리기, 비석치기, 사방치기, 상모돌리기, 씨름, 외나무다리 건너기, 윷놀이, 제기차기, 줄다리기, 지게체험, 투호, 팽이치기로 구성되어 있다.


구로남 초등학교의 담임선생님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 전통놀이 강습회를 통해서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체험해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사실 예전보다 교과서에 이러한 전통놀이가 많이 소개되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직접 체험할 기회는 거의 없고 이러한 강습회를 통해서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보았던 놀이들을 체험해보게 되죠. 그 경험이 굉장히 아이들에게 소중한 거예요. 경험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이 강습회가 정식으로 종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체험하는 정도이지만 평소에 접하지 못한 전통종목을 체험하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전통놀이강습회의 김태훈 팀장(구로구 생활체육회)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 전통종목강습회를 하면서 힘들거나 보람찬 일이 있었나요?

  ▲ 서울시체육회의 사업지침을 토대로 자체회의 및 학교별 담당자 회의를 진행하여 별도의 어려움은 없었어요. 물론 학교 측에서도 대단히 협조를 잘 해주셨어요. 다만 힘든 점은 평일에 진행되는 강습회의 진행요원을 모집하는 과정이 힘들고, 행사당일의 진행보다 예산계획과 물품구매 등의 사전 준비가 힘들지만 준비한 운영종목을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며 학교 선생님들도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 따라서 배울 때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앞으로 전통종목강습회가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 제기차기, 투호, 버나돌리기, 말뚝이 떡먹이기 등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전통종목을 대상으로 학교별 전통종목올림픽을 개최하고 싶어요.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성과를 위해 생활체육지도자 본연의 업무인 현장지도 수업 시 현장에서 많이 지도하는 뉴스포츠보다 전통종목을 차츰 보급하며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학급에서 학년, 학년에서 전학년을 대상으로 전통 종목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어요.

 

 


 준비체조를 하고 있는 아이들(출처 : 구로구 생활체육회)

 


가상 전통놀이 강습기

생동감있는 전달을 위해서 소설 형식으로 글을 재구성해보았다.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깬다. 오늘은 ‘구로남 초등학교’에서 전통종목 강습회가 열린다. 나는 오늘 하루 강습회의 진행요원으로 전통놀이를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할 것이다. 서둘러 씻고 움직이기 편한 체육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드문드문 빈 지하철 자리에 앉아서 오늘 내가 맡게 될 ‘멧돌 돌리기’를 어떻게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어느새 남구로역에 도착하여 길을 따라 걷다보니 학교가 나온다.

  아직 초등학생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은 이 시간, 이미 나를 포함한 진행요원이 조회대에 모여 있다. 오늘 진행을 맡을 구로구 체육회 선생님이 진행요원 모두에게 오늘의 일정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전통종목을 재미있게 알려줘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돼. 그리고 이제부터 세 명씩 짝지어서 한 팀은 천막을 치고, 다른 팀은 아이들 간식을 각자 천막 밑에 배치하고, 나머지 팀은 전통놀이 용품을 창고에서 꺼내오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이후 세 명씩 짝지어 흩어져 아이들이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을만한 천막을 치고, 물과 바나나 등의 가벼운 간식을 각 종목별로 배치한다. 오늘 선보일 전통종목은 버나돌리기, 국궁, 상모돌리기, 지게체험, 제기차기, 비석치기, 널뛰기, 팽이치기, 고리던지기, 멧돌 돌리기이다. 각 종목의 진행요원은 자신이 맡은 종목의 소품들을 챙기고 각자 연습에 몰두한다.

 

 어느새 등교하는 아이들로 학교는 떠들썩해진다. 지나가는 아이는 나에게 “아저씨, 오늘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나는 “오늘 무지막지하게 재미난 걸 할거야!”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자신의 친구에게 뛰어가며 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아침 9시, 담임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9개의 학급이 조회대 앞에 줄을 맞추어 섰다.
 
 “기준!” “앞뒤좌우로 나란히!”

 준비체조 대형에 걸린 시간은 꽤나 빨랐다. 이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트레칭을 해준다.

 “자, 여기 미션북과 스티커를 나눠줄 거예요. 종목을 마칠 때마다 하나씩 채우는 재미가 있겠죠?”

 오늘 체험할 전통종목의 설명을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전달한다.

 

 9개의 학급은 각 종목으로 나누어져 천막 밑을 채운다. 아이들을 2열로 세운 뒤 인사를 한다. 바로 간단한 체험 종목의 소개를 마친 뒤 시범을 보인다. 아이들에게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게 질문 형식의 대화가 오고 간다.

 “멧돌은 어느 방향으로 돌리는 게 맞을까요?”
 “시계방향이요!”
 “반시계방향이요!”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맞추는 아이들에게는 작은 초코바로 보상을 해준다. 자그마한 상품이지만 이렇게 동기유발을 해주는 것은 수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9개의 학급은 미션북에 스티커를 채우기 위해 총 10개의 천막을 차례대로 들른다. 진행요원들은 9번의 같은 설명과 시범을 보이고 체험을 도와주는 셈이다.햇볕이 뜨거운 12시,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고, 아이들은 급식을 먹기 위해 반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들어갔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우리가 펼쳐놓은 천막을 접고 아이들이 곳곳에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고 각자가 쓴 전통놀이 용품을 깨끗하게 씻어 정리하는 일이 남았다.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에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한다. 아까 버나돌리기를 하던 학생이 말을 건다.

“스피너보다 버나돌리기가 훨씬 재밌어요!”
“버나돌리기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아이들이 전통놀이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퍽 예쁘게 보인다.
 물품을 모두 정리한 뒤에는 다시 조회대에 모여 총평을 하고 오늘의 행사를 마무리 짓는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학교에 오면서 이벤트가 있으면 아이들은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를 체험한다! 이런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옛 것을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의 몰랐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오늘 아이들이 전통종목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구나’하고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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