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승국

 

 

  주위엔 아무 소리도 없다.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적셔지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심장은 더할 수 없이 거칠게 뛰고, 다리를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뛴다. 저 멀리 흐릿하게 결승선이 보인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순간 주변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선수의 표정이 환희로 가득 찬다.

 

  마라톤은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운동이다. 완주의 순간을 위해 항상 신체를 단련시키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따라온다. 그저 출발선에서 시작해서 결승선을 향해 달릴 뿐이다. 그러나 그 단순한 뜀걸음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려내는 것이 마라톤의 매력이다.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Emil Zaropek)

출처 : 나무위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마라톤계에서는 유명한 명언이다. ‘인간기관차’라고 불렸던 체코의 전설적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Emil Zatopek)’이 한 말이다. 즉, 달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달리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서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본능인지 모른다. 인간은 걸음마를 할 때부터 걸음보다는 달리기를 먼저 한다. 쓰러지면서도 아이는 중심만 잡으면 또 뛰려한다. 인간의 모든 생활은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되며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달리기와 같은 과정을 통해 얻게 된다.

 

  다리우스의 페르시아 군을 밀티아데스의 아테네 군이 격파하여 승리했다는 소식을 안고 한 무명의 아테네 병사가 약 40KM의 마라톤 평야를 달려 승전보를 전하고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다는 마라톤 경기의 탄생설화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걸어서 이튿날 전했다고 하더라도 승전이 패전으로 바뀌지는 않았을 텐데 약 40KM의 길을 끊임없이 달렸다는 것은 그만큼 승전보를 고국의 시민들에게 일초라도 빨리 전하고 싶다는 흥분의 소산일수도 있지만 인간의지의 최대치를 구해본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인간의 모든 에너지를 연소하여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나타나는 인간의 거룩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마라톤은 인간이 하는 모든 경기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부를 것이다. <‘활화산의 축제‘, 동아일보, 1982329일 기사 중 일부>

 

  마라톤은 근대 올림픽 육상의 한 종목이며 42.195KM를 달리는 초장거리 달리기이다. 또한 1896년 제 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이었다. 그 당시 마라톤의 거리는 지금의 거리와 약간 달랐다. 42.195KM로 최초로 채택된 것은 제 4회 런던 올림픽 때부터이고, 1924년 파리 올림픽부터 이 거리가 공식화되어 사용되었다.

 

   마라톤 종목은 풀코스(42.195KM), 하프코스(21.0975KM), 단축코스(10KM, 5KM), 울트라(풀코스 이상), 더블(84.4KM), 시간제 코스 등으로 다양하다. 통상적으로 풀코스 이하의 구성들은 경기보다는 축제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10KM 이하의 코스를 많이 개최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위함과 그 만큼의 광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출발점과 반환점, 도착점을 기준으로 나눈다면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른 편도 코스, 출발점에서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왕복 코스, 출발점으로 다시 되돌아오기는 하지만 반환점이 없는 순환코스, 같은 코스를 여러 번 도는 주회 코스 등이 있다.

 


마라톤은 재미없는 스포츠?

 

  약 2시간의 시간동안 뛰는 모습만을 보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우리나라에서는 관람스포츠 중 마라톤은 꽤 인기를 끌었던 종목 중 하나였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매력에 빠져서 마라톤 중계를 보게 된 것일까.


  아마도 화면속의 힘든 표정의 선수를 보면서 자신과 동질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저 시간 동안 뛰게 되면 저런 표정이 나오는 구나’하면서 선수에 대한 경외감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라톤의 막바지, 마라톤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와 관중들도 본격적으로 경기에 집중하게 된다. 대략 승자가 판가름 났음에도 불구하고 막판 레이스에서 혹시라도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막판 스퍼트를 치고 나서는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이 때 만큼은 어느 다른 경기보다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완주 후에는 승자와 함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기에 마라톤의 막판레이스는 아름답다.

 

  마라톤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마라톤은 기록종목인 만큼 5KM마다 통과기록을 보면서 선수가 페이스 조절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30KM를 통과한 이 후의 선수들의 경쟁과 그 경쟁 사이에서의 선수들의 달리는 자세와 호흡을 보고 누가 우승할 지를 예상하는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은 어느 종목보다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비슷한 실력끼리 달린다면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그 날의 날씨, 선수의 컨디션의 좋고 나쁨이 수도 없이 반복되어서 예측할 수 없다. 훌륭한 선수란 그 기복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라톤 선수의 이력과 상황, 우리나라의 마라톤 역대 성적을 배경지식으로 알아두고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올림픽마라톤 한국출전선수성적일람표. 출처: 마라톤 온라인

 

 


한국마라톤의 암흑기
 
  이봉주 이후의 주목할 만한 마라토너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작년에 있었던 리우올림픽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마라톤의 부진을 쉽게 알 수 있다. 손명준(22, 삼성전자) 그리고 심종섭(25, 한국전력)은 개인 최고 기록이 각각 ‘2시간 12분 대’와 ‘2시간 13분 대’라고 한다. 물론 이봉주와 김이용 등 ‘2시간 7,8분 대’의 선수들에 비하면 부족한 성적이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들이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낸 성적은 각각 131위, 138위이다.


  두 선수 모두 컨디션 조절 실패와 몸 상태가 저조했다고 한다. 연맹 측은 AD카드를 확보하지 못해 심종섭 외 두 명만 브라질의 선수촌에 먼저 들여보냈다. 이들은 음식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다른 선수들에게 음식을 구해서 먹었다고 알려졌고 심 선수는 선수촌 음식으로 인해 설사 증세도 겪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경기 전날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여러 역경이 있었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다음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드는 생각이 있다. 일반 아마추어 선수들도 풀코스를 뛰게 되면 꽤 오래 전부터 식단이나 운동을 통해서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올림픽이란 국제무대를 준비하는 선수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라톤 역사는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기록은 점차 뒤로 가고 있는 중이다. 연맹의 관리 소홀, 선수들의 안일한 생각 등 모든 원인들이 합쳐져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마라톤은 잠시 멈춰 재정비를 하고 달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인터뷰에서 황영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는 “세계 마라톤에서 기대하고 있는 국가가 아프리카의 케냐, 에티오피아 이 두 나라를 꼽을 수 있다”고 하면서 “두 나라의 선수들이 여건이 좋아서 마라톤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력에만 몰두하는 정신력이 강해서”라고 말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들은 자신이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 몸소 실천해야 할 생활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케냐, 에티오피아 선수와 우리나라의 신체적 차이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선수들에게 하는 조언일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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