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올라가면 그라운드 난투극 늘어난다.

# 김학수 박사

 

 

 

 

 

 

우리 속담에 날씨와 관련된 것으로 ‘뜨거운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선선한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말이 있다. 전통적으로 시어머니가 며느리보다 딸을 더 아끼고 위한다는 것을 계절의 날씨에 비유했다. 가을볕보다 봄볕에 살갗이 더 잘 타고 거칠어지는 것을 알고 며느리보다 딸을 더 위하는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표현했던 것이다.  이 속담은 실제로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인간은 기온이 오를 때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움직이지 않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적지않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새로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생인 한국계 박지성씨는 460만회의 뉴욕 고등학교 수학능력시험에서 기온 스트레스가 학업성취도에 유의한 영향을 주었다고 최근 논문에서 밝혔다. 지금까지 기후에 관한 연구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태풍, 산성비, 기근과 농작물 피해 등 기상 이변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씨의 연구는 인간의 몸과 정신에 기온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밝혀줘 상당히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 스트레스는 단기적으로 시험성적을 떨어뜨리며, 장기적으로는 학업성취도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씨 90도(섭씨 32.2도)를 기록한 날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화씨 72도(섭씨 22.2도) 때 시험을 본 학생들보다 12%의 성적 부진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수학능력시험에서 더운 날 시험을 본 학생이 시원한 날 시험을 본 학생보다 훨씬 나쁜 날씨 운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다.

 

 

 

 

 

 

기온 스트레스는 학업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에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무더운 날 투수들은 상대의 공격에 예민해진 나머지 상대 타자 몸에 공을 던지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 통계학적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 2010년 듀크대, 텍사스 공대 연구대들은 57,293게임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전수 조사해 온도와 타자가 투수에게 볼을 맞는 가능성과의 상관성과 충돌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서 투수들이 타자 몸을 맞추는 빈볼시비는 경기 초반 상대 타자들에게 자주 안타를 내주고 온도가 높을 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연구결과는 높은 기온은 상대 타자가 빈볼에 맞아 감정을 폭발시켜 투수를 비롯한 상대 팀 선수들과 난투극을 유발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최악의 난투극 사건들도 기온 스트레스에 의해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지난 수십년간 빈볼에 의해 초래된 난투극이 무더운 여름에 대부분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그라운드 난투극으로 기억되는 게 국민타자 이승훈 충돌 사건이다. 2003년 8월9일 LG 서용빈 타석에서 몸쪽으로 오는 공을 붙이자 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되고 잠시후 삼성 이승엽과 LG 서승화 사이에서 욕설이 난무했다. 마침내 이승엽과 서승화는 한방씩 주고 받게 된다. 그후 동료들의 만류로 상황종료가 됐다.

 

기상 관측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냈던 올해에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빈볼 난투극이 벌어졌다. 지난 6월22일 SK 외야수 김강민과 LG투수 류제국이 빈볼시비 끝에 서로 주먹을 휘두르다가 퇴장당했다. LG가 7대4로 앞선 5회 LG류제국 투수가 던진 공이 SK 김강민의 옆구리에 맞은 뒤, 두 선수는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벌였고 두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경기가 5분 이상 중단됐다. 결국 김강민과 류제국은 시즌 1, 2호 퇴장 선수의 불명예를 당했다.

비단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기온 변화이겠지만 뉴욕의 고등학생 학업성적이든, 미국 메이저리그나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그라운드 빈볼 사건이든 궁극적으로 문제는 기온변화에 어설프게 대처하는 사람이 더 문제인 것이 아닐까 싶다. 기온 변화에 감성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학업성적저하도, 그라운드 난투극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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