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판박이인 리우올림픽, 불안한 올림픽을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김학수 교수






88서울올림픽 직전 세상은 올림픽 열기속으로 점차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서울을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캐치플레이즈는 평화와 인류애를 담은 올림픽 정신을 잘 구현했으며, 국민들은 올림픽을 서울에서 열게 된 것에 대한 민족적인 자부심과 긍지로 넘쳐났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서울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은 대회가 임박해오면서 오히려 불안한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단군이래 최고의 민족적 잔치를 개최하게돼 축제 분위기를 보여야 했으나 실제로는 팽팽한 긴장감과 초조로 ‘과연 이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을까’하며 노심초사하는 상황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돌발적인 일이 발생해 서울올림픽이 화를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최대 복병인 북한의 변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집단 불참 가능성 등 대외적인 요인에다 불안한 국내 정쟁에 따른 소요및 시위사태 발생 문제, 안전 문제 등 대내적인 요인 등까지 겹쳐 마치 칼날 끝에 선 기분이었다. 

스포츠 기자 4년차에 접어든 필자는 회사에서 야근할 때마다 AP 통신 등 세계적인 외신이 전하는 기사를 챙기는 게 주요한 일이었으며, 서울올림픽 분산 개최를 요구한 북한의 방해책동과 안전및 보안문제는 취재 항목에 빠지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미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서울올림픽 수개월전 “서울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보도를 했으며, 정상 개최가 어려운 이유들로 대내외적인 여러 요인들을 들었다. 당시만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국제적인 신임도와 신뢰성이 낮아 한국에 대한 기사는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서양인 관점에서는 야만인과 같은 개고기 식성 문화, 학생들의 소요 사태와 군부의 동요, 북한의 도발 위험등이 상존한 한국은 문명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았던 올림픽 개최와는 거리가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서울올림픽 안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주기 위해 군인과 경찰 등을 총동원, 테러위협과 안전 문제에 철저히 대비했고 경기장 시설과 대회운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강변에 88올림픽 도로를 신설했으며,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시원스럽게 뚫었다. 서울올림픽을 올림픽만 치르는 게 아니라 한국 자체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삼고자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십만명의 봉사자들과 운영 요원들로 ‘다이나믹 코리아’의 이미지를 참가국에 심어주려 노력했다.

이러한 준비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불안하게 준비했지만 서울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올림픽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걱정했던 문제들은 다만 기우에 그쳤고, 대회 준비에 쏟았던 노력은 빛을 발휘했던 것이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장(IOC) 등 국제스포츠 관계자들은 “서울올림픽은 세계 평화에 크게 이바지 했다. 훌륭한 대회 준비로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성공적인 대회였다”며 치켜세웠다. 한국의 치안을 믿지 못했던 러시아는 인천 앞바다에 선수단을 싣고 온 전용 선박을 정박시켰으나 나중에는 수준급 보안에 만족해 했었다.






개최국 한국은 서울올림픽에서 역대 4위라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을 뿐 만 아니라 국민들은 홀짝제 승용차 운행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전하는데 앞장섰다. 지하철, 도로,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많은 외국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서울 거리를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모습 들이 한국 언론에 자주 보도됐다. 필자는 88서울올림픽이후 90년 북경아시안게임, 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만난 여러 국가의 선수단 관계자와 각국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서울올림픽 최고”라는 말을 많이 듣고 기분이 우쭉해진 경험이 있었다. 서울올림픽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개최를 눈앞에 둔 리우올림픽은 30여년전 서울올림픽 형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사회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적 상황이 복잡하고 만만치 않은 초긴장 상태로 올림픽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각한 경제난과 정쟁 불안, 자카 바이러스에 테러 걱정까지 겹쳐 정상 개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2008년 금융위기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어 한때 올림픽 개최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리우올림픽에 소요되는 약 12조원의 예산은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진 브라질 정부를 더욱 곤경으로 밀려넣었다. 주요 경기장 시설도 예산부족으로 최종 단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통령 탄핵사태이후의 혼란한 정치 상황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체육부 장관조차 최근 3명이나 교체됐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기가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카 바이러스 공포는 올림픽 참가자들을 불안케 한다. 야외에서 경기가 벌어지는 골프에서는 세계 상위랭킹인 로리 맥길로이 등 주요 선수들이 불참을 선언, 혼선을 초래케 했다. 테러 위협에도 비상령이 내려졌다. 극도의 치안 불안을 보이는 리우는 지난 5년간 발생한 살인사건 희생자수가 무려 1천5백여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마약범과의 전쟁을 치르며 경찰, 군이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올림픽 기간중 8만오천여명의 군인과 경찰을 곳곳에 배치,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참가 각국 선수단과 각국 언론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미국농구팀은 모기를 피하기 위해 항구에 1만6천7백톤급 크루즈 선을 띄울 계획이고 영국 대표팀은 모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고층에 선수단 숙소를 배정하기로 했다. 호주 선수단은 마지막 단장이 덜 댄 숙소에 불만을 품고 선수촌을 퇴촌하기도 했다. 한국선수단도 자카 바이러스 등 여러 병에 대비해 예방주사를 맞고 모기장과 모기채를 갖고 떠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우올림픽은 설상가상으로 약물복용제재강화에 나선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각 국제연맹 등의 방침으로 도핑전력이 있는 러시아 선수 등이 참가하지 못하게 돼 경기 내용면에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 언론을 비롯한 각국 언론들은 내우외환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리우올림픽의 실상을 잇달아 보도해 가뜩이나 힘든 리우올림픽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브라질 당국자들은 세계언론이 리우올림픽의 상황을 과장하게 보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리우올림픽을 디딤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한다.


리우올림픽이 30여년전 동병상린의 서울올림픽처럼 남미 사상 최초로 열리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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