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영국의 축구 민족주의

김학수 교수





오늘날 세계 최고의 사회학자인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는 축구를 좋아하던 학생시절 석사논문을 축구에 대한 사회사에 관한 것으로 집필했다. 어릴 적부터 축구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던 그는 석사논문에서 중상층 스포츠인 럭비는 원래는 경쟁적이지 않았던 반면 하층계급 스포츠인 축구는 매우 경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르주아는 일에서 개인적이고 경쟁적이기 때문에 스포츠에서는 정반대를 원한 반면, 노동계급은 집단 작업환경에서 개인주의를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경쟁적인 축구를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집단주의 성향을 보인 노동자층이 축구에 열광적인 이유를 이론적으로 밝혔다.


서구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여가와 건강을 도모하기 위하여 다양한 스포츠를 고안해 현대스포츠의 본고장이 됐다. 3천년전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축구는 1863년 영국에서 현대화된 규칙을 제정,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게됐다. 비용도 들지 않고 볼과 평평한 운동장만 있으면 가능하고, 골키퍼를 빼고는 손을 쓰지 않고 볼을 골네트 뒤로만 보내지 않으면 되는 간단한 규칙으로 많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축구는 세계화에 성공했지만 불행히도 종주국 영국에서 홀리간을 중심으로 폭력과 외국인 혐오의 극단성과 폐쇄성을 자주 드러내며 세계화에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유로 2016에서 팬들사이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고 경기장으로 불폭탄이 난무하는 불상사가 연출된 것은 축구에서 형성된 상대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영국축구는 프리미어리그를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로 자리잡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홀리간들의 잦은 난동으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많이 남겼다. 훌리간들의 대부분은 하층계급인 노동자들과 청소년들로 민족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을 보이며 극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수일 전 세계 경제를 공항상태로 몰아넣은 영국의 유럽연합탈퇴(브렉시트·Brexit)는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다. 주목할 점은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영국의 브렉시트의 배경으로 축구가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의 하층계급들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대거 던졌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통해 표출된 반이민 정서와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와 불만, 실망, 세계화에 대한 거부감 등은 축구에서 나타나는 훌리간들의 감정과 일맥 상통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를 결정한 것은 영국축구에서 벌어진 그동안의 여러 상황들을 더듬어보면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다. 영국축구는 해외 식민지를 통해 각국으로 축구를 전파시켰으면서도 국내적으로는 지극히 폐쇄적인 환경을 유지했다. 종족주의, 인종주의, 계급주의 등이 축구팀, 축구선수, 축구관중 등에서 나타나며 세계화에 대한 신화를 깨뜨렸다. 






지난 2001년부터 8개월간 축구의 본고장 영국과 브라질, 그리고 내전으로 멍든 발칸반도의 국가 등 세계축구의 현장을 답사한 뒤 ‘축구는 어떻게 세상을 설명하는가:그럴듯하지 않은 세계화이론’(How Soccer Explains the World:an Unlikely Theory of Globalization, 하퍼콜린스 간, 2004)을 펴낸 바 있는 미국의 정치전문 칼럼니스트 프랭클린 포어는 영국에서 축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때론 사회 계층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신하며, 종교보다 더 독실한 믿음을 강요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삶의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 그는 영국의 홀리건 이야기의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1999년에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 경기 후에 발생한 사건기록은 역시 영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칼 맥그래오티라는 사람은 석궁에 가슴을 찔렸고, 토마스 맥파든이란 사람은 가슴, 배, 사타구니를 칼로 찔렸고 살해됐다. 이렇게 과격한 공격이 오가는 이유로 종교를 들었다. 레인저스의 응원단은 대부분 개신교 신도들이며, 셀틱은 가톨릭였다. 페니안의 피가 우리의 무릎을 적시네 라는 노래를 부르며 응원하는 레인저스의 응원단은 1920년대에 KKK단의 지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같은 도시에 적을 둔 라이벌간의 경기는 영국 축구 리그의 또 다른 볼거리지만, 셀틱과 레인저스는 종교라는 원인 때문에 단순한 적의 그 이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개신교와 가톨릭, 경제적 차이 등의 환경은 셀틱과 레인저스의 경기가 스포츠로 끝나지 않는다. 팀의 승리는 곧 종교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축구는 종족주의, 종교주의 등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키워왔으며 홀리간을 중심으로 자라는 이탈된 민족주의가 급기야는 국민적인 감성으로 자리를 잡아 이번 브렉시트를 통해 그 이면의 모습이 수면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파동을 통해 축구에 대한 세계화의 역풍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업다. 축구는 전 세계 어디서나 인류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 회원국은 현재 210개국으로 유엔(UN) 가입국(193)보다 많은 세계 최대의 단체로 이념, 종교, 인종을 초월해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축구가 단일화된 언어로 세계인들의 소통과 공통 이해의 기회를 만들며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지만 이에 관계없이 영국의 프리미어리그가 멋진 경기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계속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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