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동일


군사훈련용으로 개발된 스포츠, 축구이야기

 축구의 또 다른 이름 ‘전쟁’-  12번째 선수들의 축구전쟁③


축구 전쟁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축구 전쟁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들로 한정되지 않고, 경기를 관람하는 스탠드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경기장 밖에서도 벌어진다. 축구를 논할 때 서포터들의 집단응원은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이들의 승부는 경기 성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호기를 제공하기도 하고, 승패와 직결되기도 하며 극단으로 흐를 경우, 오히려 이긴 쪽에 더 불리한 조치가 따르기도 한다. 비록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심판들에게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승패를 좌우하는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은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지만 그라운드에서 뛸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을 그라운드에서 뛰지 않는 또 다른 선수라는 의미로 ‘12번째 선수’라 부른다. 

오늘날 국가대표팀을 포함해 클럽팀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지간한 아마추어 팀들도 응원단(서포터즈)을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통상 이들에게도 한둘의 라이벌은 있고, 이 둘의 한 판 승부는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경기와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축구의 기원을 언급하면서 이미 축구가 전쟁에서 유래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축구의 서포터 역시 전쟁의 산물이라는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세계적인 축구강국들의 서포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➍ 독일

독일의 서포터는 ‘그라운드 후퍼스(Ground Hoopers)’로 불린다. 경기가 없을 때 그들의 모습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차군단의 이미지 보다는 아기자기한 이미지와 매력이 돋보인다. 특히 경기 진행되는 기간 내내, 진이나 청색 재킷 위에 서포터로 참가한 대회의 상징이나 응원하는 팀의 엠블럼 배지 등을 매달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자도 마찬가지이고, 배지가 많으면 하의까지도 배지로 도배하며 머플러 등과 함께 장식해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을 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후퍼스들은 다른 나라 보다 훨씬 이전부터 독일 대표팀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운명을 함께 해 왔다. 핵심 멤버들은 전 세계 200개가 넘는 경기장을 다녔다고 하니 그 열정은 알아 줘야 한다. 그래서 유로대회나 챔피언스리그처럼 유럽에서 경기가 열리면 각종 응원 도구로 무장한 채, 한 손에는 유레일 패스를 들고서 유럽 전역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은 이미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이미지다. 그렇게 전 세계를 돌며 구한 배지들은 마치 세계를 정복하고 챙긴 전리품(souvenir)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그들의 외모는 대표팀의 경기가 없는 날에만 볼 수 있다.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은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흑·적·황색의 삼색기를 흔들며 특유의 강함과 절도에 넘친 힘 있는 응원을 보여준다. 특히 서포터 전체가 선수들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서포팅은 호명되는 선수들의 사기를 백배 충전하고, 동시에 상대 팀으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실 경기 전 선수를 소개하는 순서는 알렉산드로스나 나폴레옹 등 전쟁에 출정하는 전사들의 이름을 부르는 전쟁의 오랜 습관과도 유사하다.(스포츠와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지만 전쟁에선 이미 기원전의 출정 의식에서 행해졌다.) 


또하나 특징적인 것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내는 휘슬 소리는 동일 서포터만의 명품으로 유달리 커서 가끔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이런 조직적인 서포팅은 유소년 시절부터 ‘팬 프로젝트’라는 조직 속에서 건전하고 질서정연한 응원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는데 응원도 조기 교육을 하는 나라는 아마 유일할 것이다.(물론 응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독일의 서포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인 붉은악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독일 후퍼스들은 아래 마지막 사진처럼 2006년 독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독일의 그라운드 후퍼스(Ground Hoopers)와 배지들로 가득한 복장 그리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독일의 국장인 독수리가 그려진 대형 응원기와 옷 색깔로 국기를 표현한 모습



➎ 이탈리아

잉글랜드가 별도의 응원 도구 없이 육성과 구호 그리고 박수만으로 응원한다면, 이탈리아는 반대로 화려하고도 열정적인 서포팅을 자랑한다. 서포터들의 화려한 분장은 기본이고, 대형 현수막, 조명탄, 연막탄, 깃발 등 다양한 보조기구들을 동원해 좀 더 자극적이고, 시각적인 서포팅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포팅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탈리아 서포터는 ‘울트라(Ultra)’로 부르는데 여기엔 긴 스토리가 있다. 울트라는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AC 밀란’의 서포터를 중심으로 1968년에 조직되었다. 당시 AC밀란에는 ‘La Fossa dei Leoni'(이탈리아어로 ’세 마리 사자의 굴‘을 뜻함.)로 불리는 서포터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주로 좌파성향이 강한 젊은 노동자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서포터도 비슷한 색깔과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AC밀란에는 극좌파 반(反)체제적 성향의 시위대를 별도로 갖고 있었고, 이 조직의 이름인 ‘울트라’를 서포터의 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다. 결국 울트라의 서포팅은 시위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통일된 복장(대표팀의 푸른 유니폼)을 착용하고, 북소리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응원기를 흔든다. 그리고 경기 중간에 중요한 순간에는 확성기나 마이크를 든 리더의 지휘로 연막이나 조명탄을 터뜨리고, 레이저 쇼와 같은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극적인 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쉬운 경기에서 지거나 조기에 탈락하는 경우 선수들에게는 대단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의 서포터 울트라(Ultra)들의 화려한 복장과 서포팅.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홈팀 독일과의 경기에 이겨 즐거워하는 로마의 시민들



➏ 스페인

'정열의 축구 왕국' 스페인의 서포터는 '피나스(penas)'라고 부른다. 스페인의 서포터는 국민성을 반영하듯이 열정적인 서포팅으로 유명한데 단체로 입장권을 예매하고 이동수단과 숙소를 준비하며 경기에서 보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서포터로 유명하다. 


스페인에는 열광하는 서포터들이 즐겨 찾고, 모이는 집결지가 있는데 바로 ‘피나(pena)’로 불리는 바(bar)이다. 스페인 대부분의 도시에tj 쉽게 볼 수 있는 이 바는 펍(pub)과 유사한 보통의 주점인데 서포터들은 여기에 모여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새로운 퍼포먼스와 서포팅을 구상하기도 한다. 스페인 국민들에게 피나는 그냥 바가 아니라, 그야말로 ‘축구를 위한, 축구에 의한 축구인만의 바’인 셈이다. 따라서 스페인 서포터들에게 피나는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리하여 피나는 바의 이름에서 스페인 서포터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승격된 것이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나 엘 클라시코 등 주요 매치가 있는 날이면 전국의 피나에선 경기장을 찾지 못한 피나스들의 화려한 몸치장과 정열적인 응원 그리고 광적인 몸부림을 함께 볼 수 있다. 피나스들은 전통적으로 경기장에서 도화지와 머플러 등을 이용한 서포팅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스페인 서포터 피나스(Penas)의 응원 장면. 2012 유로 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인 국가대표의 카퍼레이드와 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서포터들



➐ 네덜란드

잘 아는 바와 같이 네덜란드 축구팀의 공식 유니폼이나 응원단은 오렌지색이다. 전쟁 같은 축구 경기에서 오렌지색은 왠지 약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여기에도 긴 역사와 이유가 숨어 있다. 

오렌지색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상징색이 된 것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네덜란드의 독립을 주도한 ‘오랑쥬-나소(Orange-Nassau)’ 지역의 영주였던 윌리엄(William I of Orange)은 오렌지색을 주로 사용하던 가문의 문장을 사용했고, 독립전쟁 후 1572년, 정식으로 국기에 오렌지색이 추가되면서 나라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즉, 네덜란드인들에게 오렌지색은 마치 우리의 태극 문양처럼 민족의 독립을 의미하고 왕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매 월드컵의 다크호스(준우승만 세 번 했다.)인 네덜란드 오렌지군단의 서포터는 ‘오렌지 후터스(Orange Hooters)’라고 부른다. 


눈에 쉽게 띄는 색이라 관중석에서 보면 숫자에 민감해 많으면 시각적인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위압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숫자가 적으면 존재감이 어필되지 못하는 불리함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전통의 색을 고수한다. 후터스는 튀는 색 말고도 독특한 서포팅으로 더 유명하다.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응원석에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트럼펫이나 튜바 등 관악기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를 편성해 함께 응원한다. 특히,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나 하프타임은 물론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밖에서까지 훌륭한 연주에 맞춰 힘찬 육성 응원을 선보인다. 그러나 간혹 축구 초보자들에게는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 체인점인 ‘후터스’와 이름이나 복장이 같아 혼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 서포터‘오렌지 후터스(Orange Hooters)’의 응원 장면. 다른 서포터와는 달리 응원단에 북, 트럼펫, 튜바 등으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가 편성돼 있어‘연주하는 서포터’로도 유명하다.



➑ 브라질

브라질은 최다 월드컵 우승국으로 세계 최강이지만 응원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국가대표 팀에 대한 열정은 세계 그 어떤 팀의 서포터들을 초월한다. 


브라질엔 4년 동안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대표팀과 함께 세계 각지로 응원을 다니는 ‘월드컵 순례자’들이 유난히 많다. 4년을 모았지만 부족한 예산 때문에 노숙도 불사하고, 아예 경기 입장권도 없이 무작정 날라 온 이들도 꽤나 많다. 한마디로 ‘축구에 죽고 사는 광팬’들이 브라질 서포터의 주축이니 그 자체로 세계 최강이다. 


또한 서포터의 화려한 외모 역시 세계 넘버원이다. 아래 사진에 보는 것처럼 화려한 색깔이 마치 카나리아 새를 닮았다 하여 ‘카나리아 군단’으로도 불린다. 브라질의 서포팅은 브리질의 축구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브라질의 서포팅을 보면, 유럽의 서포터들처럼 조직적이기 보다는 선수 개인의 기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축구를 보는 듯하다. 브라질의 구호는 그저 ‘브라질!’, ‘브라질!’을 외치는 것이 전부고, 특별한 응원가는 없으며 스탠드에서 춤(삼바)을 추는 데 주력한다. 음악이 나오면 춤추기 바쁘고, 음악이 없으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브라질 대표팀의 가장 든든한 서포터는 브라질 팀을 좋아하는 세계의 축구 팬들이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최강의 브라질 축구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자기 나라의 대표팀과 적수만 아니면 브라질의 탈락을 절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팬들 가운데는 축구를 좋아하는 마니아 뿐 아니라, 대회의 흥행을 성공시켜야 하는 피파와 개최국의 국민을 포함해 세계적인 도박사들도 있고, 글로벌 스폰서들도 있으며 정치가, 예술가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세계의 극성 팬들의 염원 때문에라도 브라질은 매 월드컵 대회에서 4강에는 꼭 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형 국기를 펼쳐 선수들을 응원하는 브라질의 서포터 카나리아 군단과 새(카나리아)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응원 분장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