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서영(용인 초당중학교 교사)


몇 년 전 중학교 1학년 체육 수업을 맡았을 때입니다. 밝고 활기찬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초등학교에서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무척 노력하는 친구였습니다. 수업 중간에 반 친구들이 춤을 보고 싶다고 하면 거리낌 없이 웨이브로 섹시 댄스를 추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고 2학년 때에는 교과를 담당 하지 않아 잠시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3학년 때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만난 여학생에게 무슨 일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여학생에게서 1학년 때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의기소침... 위축... 침묵... 눈치... 이런 단어들 외에 다른 말로 그 여학생의 모습을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체육 수업시간에 혼자 외롭게 있는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을 붙여도 초점 없는 눈으로 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1학년 때 그 학생의 발랄했던 모습을 이야기 하면 ‘대체 누구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빤히 올려다보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 여학생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어떤 상처를 입었길래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는지...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응원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그 애의 모습을 보고 교사로서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그 아이에게 빛나는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치유 프로그램 난타 배우기 

체육교사이자 생활인권부장으로서 신체활동을 통한 대안교실 치유 프로그램을 계획하였고 난타 배우기를 시작하면서 치유대상 1순위로 그 여학생을 떠올렸습니다. 춤추기를 좋아하며 밝게 웃는 모습이 예쁜 여학생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거절당할까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는데 뜻밖에 그 학생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수락했습니다. 교우관계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을 추천받아 담임과 생활인권부 교사가 함께 난타를 배웠습니다. 난타는 가락이 쉬워서 1개월 정도만 집중해서 배우면 공연도 가능하였습니다. 10월 중순에 있는 학교 축제에 난타 공연을 올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음악실에서 주1회 모여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가락과 춤 동작을 배우고, 웃고, 간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여학생은 난타 연습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위해 가락을 칠판에 그려놓고 다양한 춤동작을 가르치는 등 적극적으로 공연을 위한 연습을 했습니다. 축제를 앞두고는 매일 매일 모여서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무대에 설 때 두려워하지는 않을까? 공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그 여학생은 어느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습과 공연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활인권부로 저를 조심스럽게 찾아와 다른 반 여학생이 자신을 뒤에서 비웃는 것 같다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여학생의 심정에 동조를 표하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상대편 여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를 자기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사과편지를 쓰게 하여 그 여학생에게 전해 주도록 하였습니다. 사과편지를 받은 그 여학생은 편지 하나 만으로도 무척 밝은 표정으로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그토록 입을 열지 않던 2학년 때 겪었던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스스로 치유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잃었던 웃음도 차츰 되찾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보여주어 무척 안심이 되었습니다.


학교 축제 때 난타 공연 발표로 자신감 키우기

드디어 학교 축제날.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나도 굉장히 떨리고 실수를 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 여학생이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니 난타 가락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자신의 엄마가 난타 공연을 보러 오기로 했다며 자랑을 하였습니다. 무대에 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파이팅하며 무대에 서고 내려왔을 때 그 여학생의 웃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새 1학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너무나 빛난 모습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그 여학생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요즘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너무나 좋고 난타를 하고 오면 속이 후련하다고 한다면서 그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셨습니다. 교사이기 전 같은 어머니로서 가슴이 찡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그 여학생이 친구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이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빌어 주었습니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학생들이 모두 즐거운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제동행 난타 배우기 장면                                       사제동행 난타공연 




***사제동행 난타를 마치고(학생 소감문)***

 처음 난타를 배울 때 많이 어색하고 다리가 많이 떨렸었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하니까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고 부끄러워서 내 모습을 감추고 난타를 쳤지만, 계속 치다 보면 그 동안 학교에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과 우울증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나와 파트너였던 남자 체육 선생님은 가장 활달하고 신나는 분이셔서 많이 당황하고 놀랐지만, 그 선생님이 활달하게 난타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난타는 힘들어하는 사람을 신나게 만들고 자신감을 주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실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난타를 치면 친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친구들과 모둠활동을 할 때 내 모습을 감추고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난타를 하면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내 모습이 자신 있는 내 모습으로 변하는 걸 느꼈다. 음악실에서 연습을 할 때 밴드부랑 댄스부가 같이 음악실을 썼다. 그 애들 중에 2학년 때 나를 몹시 괴롭히는 애들도 있었다. 나는 음악실에 가기 싫었고 애들 앞에서 난타 연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꺼려졌다. 왜냐하면 다시 소문이 돌고 그 애들이 나를 또다시 놀릴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타 연습을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난타 연습을 오지 않으면 선생님들께서 많이 실망을 하실까봐 그냥 꾹 참고 음악실에 들어갔다. 내가 음악실에 들어갔는데 그 애들은 상관을 하지 않았다. 조금 어색했다. 선생님들께서 오시고 우리는 음악에 맞추어 난타 연습을 하는데 그 애들이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난타에 집중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난타하는 모습을 보고 그 아이들이 웃음을 짓고 박수를 치는 모습에 나는 놀랐다. 애들이 나를 비웃거나 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한다고 칭찬하고 박수를 열광적으로 쳐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좋았다. 

학교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아 축제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밀려 왔다. 그 수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무대에 나가 난타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 공연에 관한 고민을 갖게 되었다. 축제날 우리 차례가 올 때까지 다른 공연을 보면서 나는 한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나는 다리가 떨릴 뿐 아니라 온몸에 마비가 왔다. 무대에 오르려는데 모든 학생들이 ‘와’하며 함성을 질렀다. 내 얼굴이 몹시 얼어붙어서 제대로 웃을 수는 없지만 선생님들이랑 학생이랑 호흡을 맞추며 난타를 신나게 쳤다. 신나는 노래와 난타와 춤을 맞추며 신나게 공연을 하였고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치니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환호와 함께 박수를 받았다. 기뻤다.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난타 덕분에 내 얼어붙은 표정이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난타 공연 파트너였던 샘께도 감사드리지만 특히 김서영 선생님께 큰 감사를 드렸다. 김서영 선생님께서 말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나를 난타 동행에 같이 넣어주셨기 때문에 나는 정말 신나게 두드리면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선생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자신감 있게 웃으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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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이태구 2014.02.12 12:25 신고

    너무 멋진 활동을 하신 체육선배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체육교사들이 학생부일을 많이 하는데 모범이 되시는 선배님이시네요^^

  • 김서영 2014.02.12 14:55 신고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학교가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곳만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