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학수 (한체대 언론정보연구소장)

 

요즘 모임에 가면 말띠해라 그런지 참석자들이 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댄다. 새해 운수를 말과 연관시켜 스피드가 뛰어나고 추진력이 좋은 말처럼 사업도 죽죽 뻗어나갔으면 한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간과 친숙한 동물인 말이 인간의 손짓과 발짓을 잘 이해하듯이 인간관계도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말 이야기 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명마에 대한 것일 것이다. 동양의 전설적인 한혈마(汗血馬)와 말의 역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적토마(赤兎馬)는 명마중의 명마로 꼽힌다. 천리마가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자신의 온 에너지를 다 쏟아서 달리기 때문에 모세혈관이 열리면서 땀샘에 피가 섞이게 되어 땀이 흐를 때 핏빛을 띄게 되는데, 피땀을 흘린다는 의미로 천리마를 한혈마로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다. 중국 한나라 무제는 한혈마를 얻기 위해 7만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큰 대가를 지불하고 손에 넣었다는 속설도 알려졌다. 적토마는 삼국지에 나오는 명마로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조조가 관우에게 주었다는 적토마는 여포의 것이라고 흔히 말하기도 한다. 초나라 항우의 오추마는 주인의 죽음을 예견하고 오강에 스스로 뛰어들어 충성과 의리를 지켰다는 명마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에 흰 말이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달리는 영험한 명마의 모습이 그려져 일찍이 명마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양은 북유럽과 그리스 신화 등에 많은 명마가 등장해 신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신을 위한 제례의식의 하나로 전차경주를 열고 제후가 죽을 때 말로 하여금 상여를 끌게 하는 것도 말이 인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라는 의미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서양의 대표적인 명마로는 세계 최초의 정복자였던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의 애마 부케팔로스로 꼽힌다. 부케팔로스는 인도원정에서 알렉산더 대왕의 목숨을 구했다고 전해졌다. 알렉산더 대왕은 부케팔로스를 길들일 때, “그림자야...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한 일화가 있다. 그림자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며, 매우 광폭하여 전장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로써 알렉산더 대왕은 이 말을 타고 전장에서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명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스포츠로 잘 구현된 것이 경마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7세기에 열린 그리스 올림픽에서 4필의 말이 끄는 전차경주와 기수가 안장을 얹지 않은 채 말등에 올라타고 달리는 경주가 벌어진 것이 경마의 시초로 알려졌다. 영화 ‘벤허’에서는 전차경주에 열광하던 로마인들의 모습이 잘 묘사됐다. 승마술이 발달한 중국 페르시아 아라비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조직화된 경마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과 같은 근대적 형태의 경마는 12세기 영국에서 출범했다. 1174년 영국 런던의 스미스 필드에서 금요일마다 열린 경마에서 직업기수들이 구매자들에게 말의 속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주를 벌였으며 사자왕 리처드 시대에는 기사들이 기수로 참가하여 3마일을 가장 빠른 속력으로 달린 기사에게 40파운드의 상금을 주었는데 이것이 아마 최초의 경마상금이라고 한다. 지금의 경마의 출발점으로 인정되고 있는 영국의 더비는 1780년 5월4일 처음 열렸는데 개최자인 더비 백작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마는 숱한 스포츠 용어들을 낳았다. 커리어(Career)’라는 단어는 원래 프랑스에서 유래한 말(言)로서 말의 가장 빠른 걸음, 즉, 말의 질주를 의미하는 동시에 경주로를 뜻했다. ‘give and take(타협, 협조)’ 역시 경마용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서민들이 경주마의 경매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숙어라고 한다. 경주, 토너먼트 등에서 ‘출발점(처음)부터 결승선(끝)까지’를 의미하는 ‘wire to wire'가 유래되었고, 'point-to-point'는 경마의 ‘크로스컨트리’를 뜻하는 단어로 통한다. ‘wire-to-wire'은 골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다는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라이벌전 등을 가리키는 ‘더비’라는 용어도 경마에서 처음 나왔으며 각종 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흔한 용어가 된 ‘트리플크라운(triple crown)'의 유래 역시 경마에서 처음 사용됐다.

 

올 8월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The Jockey(기수)’라는 제목의 멀티미디어형 내러티브기사를 보도해 큰 인기를 끌었다. ‘The Jockey’는 북미 최고의 경마선수로 꼽히는 러셀 베이즈의 삶을 다루었다. 러셀 베이즈는 지난 1월 25일 전 세계 경마 선수 중 최초로 5만 회 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경마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The Jockey’는 그의 삶을 밀도 있게 다뤄내는 동시에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경마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승률 24%의 경이적인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한 베이즈에 대한 배팅은 세계 최고의 투자 귀재 워렌 버핏에게 배팅하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는 얘기이다.

이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경마에서 겜블러들이 말하는 진부한 어록 하나가 있다. “같은 말을 타고 같은 코스를 달릴 수 있지만 결과는 항상 다른게 경마이다”.  사람들은 삶의 경주로에서 성공하기 위해 질주하지만 제각기 결과는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경마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14년 갑오년 청말띠 해를 맞아 말처럼 힘차고 활력 있게 뻗어나가는 한국 스포츠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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