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동일


군사훈련용으로 개발된 스포츠, 축구이야기

- 축구의 발전은 더비에서 비롯되었다 (1)


1. 세계의 라이벌전

제목에서 더비와 라이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사실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원을 찾아 봤는데 원래의 의미는 약간 차이가 있다. 더비(derby)는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의미하는데 잉글랜드 더비셔(Derbyshire) 주의 도시 더비(Derby)에서 유래해 특별히 축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다. 



더비란 본래의 의미대로 ‘같은 지역의 연고팀들 사이의 경기’만을 지칭하는 것이 옳겠으나, 점차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같은 지역은 아니더라도 '치열한 라이벌(rival) 관계'를 뜻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그리하여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의 매치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두고 오랜 숙적인 한국과 일본의 한일전도 넓게 보면 더비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한 나라 안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팀들 사이의 관계를 특별히 ‘내셔널 더비(National Derby)’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라이벌(Rival)은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경쟁자”를 의미한다. 라이벌의 어원은 라틴어로 강을 의미하는 ‘rivus’에서 파생된 ‘rivalis’가 "강에서 서로 마주보고 낚시하는 경쟁“관계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아래 삽화나 사진에 보는 것처럼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확장되어 활용되고 있다. 더비든 라이벌이든, 생태학에서는 ‘천적(天敵)’ 또는 우리말에는 ‘맞수(맞手)’라는 아주 감칠 맛 나는 표현과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최근 피파(FIFA)가 선정한 세계적인 더비는 모두 7개가 있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국인 스페인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팀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 간의 ①엘 클라시코(El Clásico), 축구의 종주국 잉글랜드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 붉은 져지를 입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FC의 ②레즈더비(Reds Derby)와 리버풀 FC와 에버턴 FC의 ③머지사이드더비(Merseyside Derby), 스코틀랜드에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④올드펌더비(Derby)가 볼만하다. 이탈리아에는 세리에 A에서 밀라노를 연고지로 하는 맞수로 AC밀란과 인터밀란이 벌이는 ⑤밀란더비(Milan Derby)가 가장 유명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프리메라 디비시온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지로 하는 보카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플레이트(River Plate)의 경기를 ⑥‘수페르 클라시코 (El Super Clasico)’라고 부른다. 또한 피파는 세계의 더비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K-리그 클래식의 더비도 소개하고 있는데 FC 서울(전신 안양 LG 치타스)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라이벌전인 ⑦‘슈퍼매치(Super Match)’가 그것이다. 물론 이상 소개한 것 말고도 더비는 많다. 강 건너편에서 물고기를 낚는 경쟁에 있어 서로는 상대에게 적이지만 존재의 이유이자 스승이며 동반자이다. 고 최동원 선수와 선동렬 선수는 승부에선 적이었지만 서로 넘어서고자 했던 목표 그 자체로 긍정적인 자극과 무한도전의 이유가 되어 주었다. 그리하여 선수 시절 내내 건전한 승부와 무한경쟁의 맞수가 되었으며 만년 2인자였던 일본은 우리나라를 따라 잡기 위해 절치부심한 끝에 오늘날 그 염원을 달성했고, 중국은 아직 멀리 뒤쳐져 있지만 언제 그 벽을 넘어올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구소련의 생물학자 가우스(Gause)는 짚신벌레와 같은 원생동물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상당히 유의미한 결론을 얻었다. 이것이 1934년에 발표된 가우스의 법칙(Gause’s Rule)이다. 한 시험관에는 같은 종의 원생동물을, 다른 시험관에는 서로 다른 종의 원생동물을 각각 두 마리씩 넣고 제한된 먹이만을 주고 변화를 관찰했다. 첫 번째 같은 종의 개체는 시험관의 제한된 공간과 먹이를 두고 다투다 모두 죽고 말았다. 반면 서로 다른 개체들은 시험관에서 제한된 공간과 음식을 적당하게 나누어 먹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은 생명체의 ‘경쟁의 배타적 원리’를 설명한 것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관계를 다루는 영역에 유익한 통찰을 준다. 왠지 라이벌, 경쟁자, 맞수, 천적이 없다면 ‘톰이 없는 제리’처럼 힘이 빠질 것 같다. 싱싱한 회감을 얻기 위해 물고기들이 들어 있는 수족관에 상어는 수족관 전체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시켜 이전의 분위기를 일소하고, 새로운 활력을 준다. 사실 스포츠에서 더비나 라이벌의 개념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전쟁에서는 ‘적(敵)’을 맞수로 인식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에게는 페르시아의 다리우스가 있었기에 그를 넘어서기 위해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늘 두려운 적이면서 존재의 이유였던 다리우스가 부하들의 손에 허무하게 죽자 위대한 왕은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수 없었는지 모른다. 영국의 웰링턴은 나폴레옹과의 경쟁에 모든 것을 바친 후, 전쟁터를 떠나 그저 쓸쓸한 나날을 보냈으며 프러시아의 노장(老將) 블루헤르는 네 번의 종군(從軍)으로 칠순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부상당한 노구를 이끌고 말 등에 올랐고, 그것을 이룬 후에는 조국 프러시아로 돌아가지 않고,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마도 숙적(宿敵) 나폴레옹이 없는 세상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심한 좌절과 회한을 주지만 고난과 역경 그리고 맞수는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이자 생존과 번영의 터전이 된다. 라이벌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쪽의 미래가 더 밝다. 

여기서 소개한 나라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축구를 시작한 이래, 더비를 통해 축구를 발전시켰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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