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한 학기 영어체육수업을 마무리하며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1학년, 주당 3시간의 모든 체육시간을 영어로 진행을 했습니다.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시작하면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제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이 영어체육수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개방형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단순히 수업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쓰도록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한 여학생, 정확히는 한 반에서 동시통역사(Interpreter) 역할을 맡은 학생의 응답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학생은 공부는 상위권이고 중학교 때까지 체육수업을 싫어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유형의 여학생들을 체육시간에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 학생은 그런 학생이였습니다. 

 

 

동시통역사 역할을 맡은 여학생이 경험했던 영어체육수업

제가 운영한 영어체육수업시간에는 다양한 역할들을 학생들에게 부여하여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시간에 참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학생은 해당 학급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하는 학생이였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동시통역사 역할을 부탁했고, 하루 생각을 해보고, 체육시간에 동시통역사 역할을 자원하여 한 학기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한 학기 동안 경험한 동시통역사 역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진술했습니다.

 

한 한기 동안 체육시간에 통역사 역할을 하면서 어떤 면에서 나 자신이 많이 바뀐 것을 느꼈다. 일단 중학교때의 체육시간과 비교해 보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적극적으로 체육시간에 참여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는 소극적인 편에 속했을 수 있지만, 나 자신이 달라진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중학교 때는 체육이 정말 싫었다. 체육시간이 되면 갑자기 아플 것 같고, 핑계를 대서라도 수업을 빠지고 싶은 생각? 물론 그런 적은 당연히 없었지만...체육을 그 정도로 싫어했다. 싫어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몸을 쓰는 활동에 전혀 소질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C를 맞았고, B만 나와도 만족했던 나였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협동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즐기면서 노는 듯이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 부분에서 체육수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었다. 그러면서 통역사 역할을 병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수업에 대한 참여도도 확연히 높아졌다. 점차 수업시간을 즐기게 되었고, 체육에 대한 반감도 사라졌다.

또 나는 평소 내성적인 아이는 아니지만, 발표를 하는 등의 사람들 앞에 서서 있는 것을 두려워했다. 앞에만 서면 창피해서 얼굴로 빨개지고 말도 잘 못했었다. 그렇지만 통역사를 하면서 그 점 역시 개선된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창피해서 많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내게 집중되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웠지만 점차 나아졌고, 즐기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느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자기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영어체육수업

이 학생의 고백을 보면서 그 전까지 체육에 잘 참여하지 않았던 여학생 한 명이 이제 체육수업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은 운동 기능이 우수하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전형이였을지 모른다. 특히 체육을 싫어하는...

 

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학교 교육의 위기는 자주 듣던 문구이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그리고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이유로 제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다. 난 학교 교육이 위기라고 한다고 하면, 그것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관심이 없다. 주변에 영어, 수학, 과학 교사들이 이 점에서 가장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할까? 그래서 수업을 재밌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재밌게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다양한 의미를 포괄하는 말이라서 참 어려운 의미이다. 이 학생의 경우만 보더라도, 적극적으로 체육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고백이 체육 교사인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남녀합반인 교실에서 체육교사는 참여를 잘 하지 않으려는 여학생들 때문에 고민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체육수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수업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난 여러 가지 고민에 따른 대책을 세워나갔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역할을 학생들에게 맡기자는 거였다. 특히 동시통역사는 공부를 잘 하면서 체육 기능이 좀 떨어지는 학생으로 의도적으로 지목하여 시킬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보면 이 학생은 내 수업의 계획대로 성공한 사례일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만 있다면 교사의 수업 지도는 참으로 쉬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민은 이것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먼저일까?, 아님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는 교사가 먼저일까? 나의 경우를 보면, 내가 먼저 시도하고, 학생들은 그에 반응하여 적극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가끔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학생들이 정말 정말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많이 듣는다. 물론 나도 그런 학생들 때문에 참으로 힘들다. 이미 예전부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공부를 늘상 억지로 해왔기에 수업에 대한 동기나 열의는 의미 사라진지 오랜 우리나라의 학생들을 쉽게 교사들은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열의 있게 참여하는 학생들은 교사의 노력으로 조금씩 늘어간다는 것이다. 영어체육수업을 시도하고 있는 나는 이러한 사실을 위의 학생과 같은 학생들을 통해 정확히 배우고 있다.


난 아직 학생들의 영어체육수업 소감문을 다 읽지 못했다.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평소 축구하는 것을 체육시간에 진짜 체육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남학생들의 소감문도 얼능 보고 싶다. 이번 소감문이 2학기 수업을 준비하는 나에게 좋은 피드백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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