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송형석(계명대학교 교수)

 

        박근혜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약속한 이후 사회 곳곳에서 행복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실 행복은 오래전부터 여러 학자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 행복에 대한 초기의 관심은 주로 철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행복은 점점 더 경제학의 관심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행복에 대한 경제적 접근법의 대표적 척도는 국내총생산이다. 국내총생산은 최근까지 행복의 또 다른 표현인 삶의 질 또는 생활수준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항상 국민의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학자 이스털린에 따르면 수십 년간 미국내총생산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미국민의 평균적 행복감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지난 50년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지만 국민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2013 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36개국 가운데 26위로 기록되어 있다. 2012년 12월 미국 갤럽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도 설문조사에서도 148개국 중 97위에 머물렀다. 이로부터 우리는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고 결론 내려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 이외에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만할까?


잠시 1인당 GDP가 2000달러도 안되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으로 눈을 돌려보자. 부탄의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이미 1972년 국가발전은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국내총생산 대신에 국민행복지수를 국가발전의 지표로 설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부탄정부는 2008년 11월부터 국민행복지수를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하기에 이른다. 부탄의 국민행복지수 산출 지표에는 건강, 시간 활용 방법, 생활수준, 공동체, 심리적 행복, 문화, 교육, 환경, 올바른 정치 등 모두 아홉 가지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의뢰하여 실시한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서는 사교성, 변화 수용력, 긍정적 인생 관리, 삶의 통제력, 삶의 기본적 욕구 충족도, 주변 친화, 목표달성 노력 등 모두 일곱 가지 요인을 행복지수의 지표로 활용하였다. 한편 미국의 갤럽은 50년 동안 150개국에서 매년 1000명을 대상(총인원 500만 명 이상)으로 행복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사하였으며, 직업적 웰빙, 사회적 웰빙, 경제적 웰빙, 육체적 웰빙, 커뮤니티 웰빙 다섯 가지 요인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고 결론을 내렸다. 부탄이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행복 지표들은 모두 이 다섯 가지 요인들로 수렴될 수 있다. 따라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 다섯 가지라고 결론 내려도 좋을 것이다.

 

 


체육활동 참여는 행복지수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2012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체육활동 참여는 행복지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점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비해 체육활동 참여자의 경우 7점대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체육활동 참여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행복지수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부터 우리는 체육활동 참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확신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체육활동 참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체육활동이 신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놀이적 소통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체육은 무엇보다도 스포츠적 놀이로 이루어져 있다. 놀이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진지성의 세계, 부자유의 왕국, 필연의 원리가 지배하는 노동의 세계와는 다른 시간과 공간을 생성해준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놀이의 특성을 자유성, 무목적성, 독자적 세계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놀이에서 부담 없이 가볍게 만나 함께 즐기며, 쉽게 친교 할 수 있다. 특히 체육은 신체활동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소통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 신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소통은 상호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쉽게 허물어주고, 거리를 좁혀준다. 그도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인식을 일깨워주며 상호 이해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집단 구성원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단합대회도 대부분 함께 음식을 먹는 회식이거나 함께 몸을 맞대고 땀을 흘리는 체육활동 같이 신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소통 형식을 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몸에 의한 또는 몸을 통한 소통은 말이나 글에 의한 소통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감정의 전달과 유대감 형성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체육활동은 사회적 웰빙을 위한 이상적 조건을 제공해준다.


체육활동 참여는 육체적 웰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줄곧 신체운동에 크게 의존하면서 살아왔다. 먹이를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하여, 또는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하여 부지런히 신체를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게끔 조건이 갖추어진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결과 일상에서 신체운동의 양은 현저하게 줄고 있다. 이렇게 삶의 방식이 변했다고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은 신체를 많이 움직여야만 하는 생물학적 구조자체는 변화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은 신체의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활발하게 운동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신체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만큼도 움직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운동부족은 이미 많은 의학적 연구에 의해 소위 현대병 또는 성인병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신체운동이 필요하다. 체육의 핵심인 스포츠는 무엇보다도 신체운동을 핵으로 하는 인간의 활동양식이다. 스포츠를 규칙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근육이 굵어지고, 탄력성이 커지며, 수축과 확장의 범위가 커지고 지구력이 강하게 된다. 반복적인 신체훈련을 통해 근육이 굵어지면 에너지원이 되는 물질인 글리코겐, 크레아틴인산, 크레아틴, 아데노신 등이 증가되며, 미오글로빈을 증가시켜 지구력을 증대시킨다. 또한 허파의 크기를 증대시켜 폐활량이 커지며 결과적으로 산소섭취량이 증가되어 에너지 발생이 더욱 활발하게 된다. 또한 대뇌피질의 지각력, 통합능력을 증대시키며 근지각, 자세지각, 운동지각을 개선하여 신경기능을 향상시켜 동작이 민첩하고 정확해진다. 스포츠는 이상에서 열거한 생리적 효과 외에도 영양의 소화, 흡수 능력을 향상시켜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해준다. 이렇듯 체육활동은 육체적 웰빙을 위한 이상적 조건을 제공해 준다.


이외에도 체육활동 참여는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직장생활에 충실하게 함으로써 직업적 웰빙에도 적지 않게 기여한다. 또한 조기축구회나 배드민턴동호회 같이 지역별로 활성화되어 있는 동호회 중심 체육활동은 주민들 상호간의 소통을 촉진시켜주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주며, 지역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강화시켜줌으로써 커뮤니티 웰빙에도 적지 않게 기여한다. 이렇게 체육활동 참여는 참여자의 행복지수를 여러 차원에서 높여준다. 그래서 체육활동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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