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동일 (국방부)

 

           마라톤은 혼자서 하는 경기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안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을 이뤄 34년째 달리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들 부자의 이름을 따서 ‘호이트 팀(Team Hoyt)'이라고 부른다. 둘이 달리지만 다리는 넷이 아니라 둘 뿐이다.


  아들 딕은 탯줄이 목에 감겨 뇌에 산소 공급이 막히면서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의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된다. 의사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아버지 릭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습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기 시작한 수년이 지나서야 13살의 나이로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대학 연구팀의 기증으로 받은 특수 컴퓨터(Tuffs University의 엔지니어들의 도움으로 생각을 화면에 글로 나타낼 수 있는 컴퓨터 장치)를 통해 아들과 처음 의사소통이 가능해 졌다. 컴퓨터를 배운 아들이 처음 쓴 글은 운동경기를 보자는 것이었고, 처음 경기장을 찾았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달리고 싶어요.” 그동안 한 번도 함께 뛰어 본 적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달리기는 이날부터 시작되었다.

 

아들이 15살이 되던 해(1977년)에 이들은 8km 자선 달리기 대회에 나가 꼴찌에서 두 번째로 완주하였다. 경기 후 아들은 “처음으로 제 몸에서 장애가 사라진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당시 공군 중령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의 그 느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직장도 포기한 채, 아들이 탄 휠체어를 밀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1981년 처음으로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출전했지만 10km에서 포기했고, 이듬해에 다시 도전하여 완주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마라톤에서 완주한 기록은 모두 68회나 되었고, 특히 보스톤마라톤은 24회 연속 완주의 대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 팀의 최고 기록은 2시간 40분 47초였다. 개인적으로 마라톤에 참가했거나 완주한 기록은 없지만 20km와 30km를 완주한 경험에 비춰볼 때 정상인이 혼자 달렸을 때의 기록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이해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마라톤 선수들조차 호이트팀처럼 그렇게 많은 완주 기록을 가진 사람은 없다. 정상인이 그 기록을 달성하려면 2∼3년 정도의 전문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정말 믿기 어렵다. 그러나 호이트팀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호이트 부자가 마라톤에 출전하여 역주하는 모습.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당시 어린 딕 호이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아들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어 했지만 수영도 할 줄 몰랐고, 자전거는 어떻게 타는 지도 잊었을 정도였던 아버지는 난감했다. 아버지를 걱정했던 주변 사람들이 “아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아버지는 이내 세계 철인들 앞에 그 모습을 나타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철인 3종 경기는 수영 – 사이클 – 마라톤 순으로 진행되며 거리만 따져도 226.295km를 이동해야 하는 경기다. 출발신호가 울리자 모두가 물살을 헤치며 나갈 때 아버지는 아들을 보트에 태워 자신의 몸과 밧줄로 연결한 후, 뒤늦게 배운 수영으로 3.9km의 바다를 헤치며 전진한다. 기진맥진 뒤늦게 도착한 지점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손에 든 아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자전거를 개조해 마련한 시트에 고정시키고는 자신도 복장을 챙겨 입고 마운트에 올라 180.2km의 거리를 밟아 나아간다. 이제 자전거에서 아들을 내려 휠체어에 옮기고는 운동화를 신고 50kg의 아들을 밀면서 마지막 42.195km의 거리를 사력을 다해 달린다. 어둠이 깔린 한 참 뒤에야 이들 부자가 결승점을 통과했다. 경기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린 지 무려 16시간 14분이 지나서 도착한 결승점에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날 결승점에 있었던 모두는 1위로 골인한 선수 보다 더 큰 박수와 갈채를 보냈으며 지켜 본 두 눈에선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한 없이 흘러 내렸다.(유튜브에 실린 동영상을 보고 필자가 느낀 감정을 토대로 작성하였음.) 단축 경기를 포함하여 2011년까지 총 238회의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했으며 최고 기록은 13시간 43분 37초였다. 이들은 인류의 역사를 통털어 진정한 아이언맨(철인, iron man)으로 더 이상의 설명도 필요치 않다. 2011년까지 이들이 참가한 크고 작은 경기에 참가한 횟수는 무려 1,000회가 넘는다.

 

 

호이트 부자의 철인3종경기에 출전해 역주하는 모습

 

  여기에 1992년에는 총 6,010km의 거리를 사이클로 달려 미국 전역을 횡단하기도 했다. 이 경이적인 기록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는 “혼자 달리면 세계 최고 기록을 낼 것”이라며 마라톤 전향을 정식으로 제안할 정도했지만 아버지는 “난 아들 없이는 절대 달리지 않는다.”며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다. 한편 보스톤 대학을 졸업한 아들 릭은 아버지에게 받기만 했다며 “단 한 번만이라도 휠체어에 아버지를 태우고 내가 밀어드렸으면 한다.”는 소원을 키우고 있다. 2013년 현재, 아버지 릭 호이트(Rick Hoyt)는 72세, 아들 딕 호이트(Dick Hoyt)는 51세의 할아버지 팀이 되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들 릭의 나이라면 할아버지 취급을 받아도 무난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보스톤 마라톤을 비롯해 장애인대회 등 매년 참석하는 일정은 예정대로 치른다고 한다. 과연 두 할아버지들의 도전은 어디가 끝일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한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이 이야기는 책은 물론이고, 유튜브나 오프라 윈프리 쇼 등 여러 매체에서 다루면서 세계로 전파되었고, 눈물바다를 만들었던 유명한 실화가 되었다. 피스토리우스의 말처럼 패배자는 경주에서 가장 늦게 들어오는 주자가 아니라 앉아서 구경만 하고 뛰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992년 사이클로 미국을 횡단하는 모습(좌)  2012년 호이트 부자의 모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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