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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스포츠관찰

 

 

 

글/송형석(계명대학교 교수)

 

 

             2011년 7월 한 법학도는 스포츠둥지에 투고한 글 「도핑과 lex sportiva(스포츠법률) 흑과 백」에서 “자정능력이 없는 스포츠의 불공정함은 외부의 메스가 필요하다”고 썼다. 이 법학도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포츠가 필연의 영역(공적 영역)이 아니라 자유의 영역(사적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스포츠세계에서는 사적 자치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적 자치란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은 경기장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이며, 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는 것이 소위 스포츠법률(lex sportiva)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학도가 보기에 경기장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스포츠법률만으로는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해결할 수 없다. 도핑 같은 불공정한 행위들이 스포츠의 일상이 된 이유도 스포츠법률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그는 스포츠법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스포츠의 사적 자치에 반대한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을 조금 더 부연하자면 스포츠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일반법, 즉 민법이나 형법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반법의 도입을 요청하는 법학도의 주장을 접하고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과연 그가 주장하고 있듯이 경기장 밖의 논리를 경기장 안으로 도입한다면 과연 그와 같은 조처를 통해 경기장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즉 법이 간섭할 경우에 스포츠에 만연해있는 도핑 같은 일탈행위는 근절될 수 있을까? 둘째, 법이 스포츠에 간섭할 경우에 부수적으로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첫 번째 의문과 관련하여 저자는 법의 간섭으로도 스포츠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의문과 관련하여 저자는 오히려 법의 간섭을 통해 스포츠의 긍정적 이미지가 더욱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하겠다.


먼저 첫 번째 관점부터 살펴보자. 법의 간섭을 통해 스포츠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일상적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사회 내에서 법적 처벌의 수위가 아무리 높아져도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법은 결코 불법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오히려 법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불법의 증가를 동반한다. 법은 불법과의 차이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은 사회생활에서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과대평가한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행위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범죄발생율과 사회적 불평등 정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경험적 연구결과들은 범죄의 원인이 개별 행위자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에도 있다는 점을 암시해주고 있다. 스포츠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도핑 같은 일탈행위는 법적 제재 조치만으로 방지될 수 없다. 그와 같은 일탈행위의 원인은 행위자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범죄 유발을 암묵적으로 조장하는 경쟁스포츠와 그 주변체계들에게 더 큰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도핑 같은 일탈행위의 원인과 책임을 오직 행위자 개인에게만 귀속시킨다.

 

 

다음으로 법적 간섭을 통한 스포츠 자체 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자칫 스포츠의 긍정적 이미지를 더욱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법의 코드에 입각하여 스포츠를 관찰할 경우 불법적 스포츠의 지칭은 필연적이다. 합법의 증가는 불법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동반하며, 스포츠가 합법과 연결될 가능성과 함께 불법과 연결될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이것은 경쟁스포츠가 법적 커뮤니케이션의 사슬에 등장할 경우에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현대 경쟁스포츠는 공정, 건강, 스포츠맨십 같은 가치들과 결합되면서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미지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핑이나 승부조작 같은 일탈행위로 인하여 경쟁스포츠는 기만, 죽음, 범죄 같은 가치들과 결합되었으며, 그 결과 애초에 갖고 있던 긍정적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에 더하여 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법적 관찰이 일상화될 경우 스포츠의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사회의 기능체계로서 법은 오직 합법과 불법이라는 주도적 코드에 기초하여 스포츠를 관찰하며, 이 과정에서 스포츠와 불법적 이미지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법에 의해 불법적 스포츠가 커뮤니케이션되고, 이로부터 각종 기능체계들의 반향이 뒤따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법에 의해 지칭된 불법적 스포츠는 대중매체에 의해 스캔들로 부각될 것이며, 다양한 종류의 기고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필연적인 결과는 “불법적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이다. 법적 간섭 보다 우선되어야할 것은 스포츠에서 일탈행위를 조장하는 스포츠 내적 및 외적 기대구조들의 완화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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