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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경쟁하라! 그러나 공정하게 경쟁하라!

 

 

글/송형석(계명대학교 교수)

 

            흔히들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스포츠에 그 스포츠가 수행되고 있는 사회의 가치들이 반영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스포츠가 교육활동과 접목되어 활용될 수 있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가정이 큰 몫을 하였다. 한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들이 생겨나고, 이 가치들은 그 사회에서 수행되고 있는 스포츠에 반영된다. 그리고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회구성원들은 스포츠 사회화과정을 통해 이러한 가치들을 습득함으로써, 이 가치들은 다시 그것이 발원한 사회로 돌아간다. 이렇게 사회의 가치와 스포츠의 가치는 서로 순환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이다’라는 테제에 함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회로부터 스포츠로 유입되고, 스포츠로부터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가치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권장해도 될 만큼 좋은 가치일까? 먼저 첫 번째 물음부터 살펴보자.

 

스포츠에 내재된 대표적인 가치로 언급되는 것들은 대개 경쟁, 팀워크, 자신감, 자기규율, 건강 같은 가치들이다. 그러나 스포츠참여를 통해 습득되는 가장 확실한 가치는 경쟁뿐이다. 팀워크나 자신감, 자기규율, 건강 같은 가치들은 습득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참가 경험을 통해 오히려 이기적으로 된 이도 있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이도 있다. 또한 더욱 폭력적이 되거나 건강을 상실한 이도 드물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이 가치들은 스포츠의 구성적 요소라기보다는 우연적 요소일 뿐이다. 반면에 오직 승리에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스포츠의 특징을 고려할 때 경쟁이라는 가치는 스포츠의 구성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는 승패를 가리기 위해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도저히 식별 불가능한 근소한 기량 차이까지도 밝혀내는 장비까지 개발하였다. 이렇게 스포츠에서 승리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며, 이로부터 스포츠에 참가하는 자는 누구나 예외 없이 경쟁심이 강화된다.

 

 

이제 두 번째 물음에 대해 알아보자. 경쟁은 좋은 가치일까? 스포츠비판가들은 스포츠에 구성적인 가치인 경쟁을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경쟁은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경쟁은 누군가를 패배시키고자하는 열망이며, 심한 경우 타인을 해치고자하는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되어있지 않은 청소년기에 이러한 가치를 내면화하는 일은 피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에 근거하여 학교교육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스포츠를 금지해야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미국 학교체육에서 시작된 소위 뉴-스포츠운동이라는 것이 이와 같은 경쟁 가치의 비판에서 출발하였다. 정말로 스포츠의 경쟁이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스포츠의 경쟁은 토마스 홉스가 『리바이던』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묘사했던 무자비한 경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스포츠상황을 꼼꼼히 살펴보면 경쟁과 함께 또 다른 가치가 경쟁스포츠에 붙박여 있으며, 이 가치는 경쟁이 특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지휘하고 통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 드류 하이랜더는 『스포츠의 철학』에서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길거리 농구장에 여러 아이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있다. 다른 팀과 경기를 해서 이긴 팀은 계속해서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진 팀은 물러나야 한다. 인종차별주의자인 한 아이는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중 다섯 명을 추려 팀을 꾸려야한다. 그런데 백인 아이만으로 한 팀을 꾸릴 경우 계속해서 경기장을 차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흑인 중에 기량이 뛰어난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당신은 실력이 다소 부족한 백인 아이들만으로 팀을 꾸릴 것인가 아니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기량이 뛰어난 흑인 아이들도 함께 섞어서 팀을 꾸릴 것인가?

 

위 물음에 대한 답변은 명백하다. 백인 아이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기량이 뛰어난 흑인 아이도 함께 섞어서 팀을 꾸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경기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예는 스포츠가 경쟁심을 부추기는 활동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정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가치가 깔려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스포츠의 경쟁을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인에게 적극 권장할만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철학자 존 롤즈도 사회 정의의 원리로서 ‘공정한 경기의 이념’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는 스포츠를 하면서 경쟁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갖게 된 경쟁심은 공정성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쟁심이라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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