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헉! 헉’ 대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뽀드득! 뽀드득’ 하며 코트에 밀려서 나는 운동화 소리를 뚫고 ‘삐~익’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린다. 심판은 파울선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파울사인을 한다. 중요경기가 벌어지면 심판은 더욱 자주 휘슬을 불어제낀다. 승부에 예민해진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어지면 파울은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여기에다 응원단의 음악소리와 고함소리, 경기장의 잡음 등에 파묻히면 심판이 힘껏 분 휘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쯤되면 ‘농구장인지, 공연장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농구경기장에 가면 한번쯤 경험해 봤을 상황이다.


어수선한 가운데 휘슬 하나를 갖고 경기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하는 심판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군대 시절 장교로 복무하면서 병사들과 구보를 할 때,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구보대열을 이끈 개인적 경험이 있었던만큼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다. 병사들은 그냥 뛰기만하면 되지만, 인솔 장교는 호루라기를 불며 병사들의 상태까지 살펴야 해 그만큼 더 힘이 달리게된다.


농구심판의 경우도 구보뛰며 사병들을 이끄는 장교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체력적으로 나이가 어린 선수들 못지않게 많이 뛰어야 하고 순간 순간 휘슬을 불어 판정을 내려야한다. 비지땀을 쏟아가며 휘슬, 파울선언, 경기 속개 등을 해야하는게 심판들의 모습들이다. 휘슬은 선수들에게는 권위의 상징이지만 심판들에게는 고행과 번민의 상징이다.

 

 


심판들에게 필수항목인 휘슬이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휘슬을 부는 심판들의 청력이 정상인들에 비해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고교농구심판 나단 윌리엄스와 그레고리 플래미 서부 미시간대 청각학과 조교수가 공동연구해 지난 1월 직업과 환경건강 저널에서 발표한  ‘스포츠 심판의 청각 상태 : 청력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휘슬’ 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조사한 심판들의 절반이 심판을 본 후 귀에서 울음현상이 있거나, 이명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귀울음증세는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나, 계속 소음에 노출될 경우 고질적인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귀울음 증세는 청력 상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증세가 심각해질 때까지 감지돼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스포츠 심판은 초기 청력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는 심판들사이에서 스스로 보고된 청각이상증세에 주목하면서 나이가 많은 심판들은 청력 상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젊은 심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청력 상실을 우려했다. 플래미 교수는 “스포츠 이벤트는 휘슬을 비롯해 많은 소음에 노출돼 있다. 관중 고함, 요란한 음악소리, 장내 방송 등 많은 소음등이 사람들의 청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귀는 결코 휴식을 취할 틈이 없다. 소음 피해는 다만 축적될 뿐이다. 심판의 경우 날카로운 휘슬소리는 권장 소음수치를 넘어서 청력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관중들도 비록 심판들에비해 적지만 소음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는 강한 볼타격이 이루어지는 배구가 아마도 가장 큰 소음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소음의 크기가 청력이상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소음의 지속적인 영향도 결코 만만치 않은 피해를 준다고 경고했다.


보통 휘슬은 104에서 116데시벨 정도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경기 진행을 위해 이 정도의 소리가 필요치 않으며 신기술을 활용하면 심판들이 귀를 째는 ‘삐~익’하는 휘슬소리를 내며 심판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기세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심판위원장은 휘슬소음피해와 관련한 미국측 연구결과에 대해 “국내서는 휘슬 소음이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것을 결코 생각해 본적이 없다. 보통 1쿼터에 20여 차례, 1경기에 80여 차례 휘슬을 불지만 심판들이 이것 때문에 청력이 나빠졌다는 말을 주위에서 들어보지 못했다”며 “하지만 많은 경기를 계속적으로 보다보면 휘슬 부는 것이 어느 정도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파트 층간의 소음이 살인까지 부르는 이웃간의 큰 싸움으로 번지는 우리 나라에서 아직 경기장 휘슬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별반 신경을 쓰고 있지 않지만 앞으론 미국과 같이 건강상의 문제로 다루게 될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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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 유현 2015.02.28 09:55 신고

    층간소음에는 두꺼운 슬리퍼가 제격이면서,얇은 슬리퍼로는 층간소음에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