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스포츠경향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301040600026&sec_id=510201&pt=nv

 

 

         새해 벽두 한 스포츠 신문에 실린 사진이 눈에 확 띄었다. 잠실구장에서 손에 든 태극기를 바라보며 오는 3월 월드베이스클래식(WBC)에서 활약을 다짐하는 두산 투수 노경은의 모습이다. 간단해 보이는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중요한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태극기에 경의를 표하는 이 사진은 국가에 대해 충성하며 선수로서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해 WBC에서 야구 한국의 면모를 과시해 보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신문이 WBC에 출전하는 대표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노경은에게 자의적인 모습으로 태극기 세리모니를 연출한 것은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었던 수년전의 명장면을 연상시키기 위함이다. 2006년 3월15일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WBC 8강 한· 일전에서 한국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이 1점차 리드를 지켜 숙적 일본을 2-1로 누르고 4강진출을 확정했다. 이때 서재응(KIA)은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은 뒤 환호했다. 이 장면은 한국야구가 세계 중심에 섰다는 의미로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재응의 태극기 세리머니는 WBC 4강 단골 세리모니가 됐다. 3년 뒤 2회 대회에서도 봉중근(LG)이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일본을 누르고 4강 진출을 확정짓자 똑같은 세리머니로 결승진출을 자축했다.


야구팬들을 열광케 했던 태극기 세리모니의 재현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기위해 이 신문은 상징적 이미지 연출을 시도했다. 이미지 연출을 한 것은 스포츠 저널리스트들이었다. 사진 및 취재기자들은 혹독한 한파가 몰아친 지난 연말 잠실구장에서 아직 눈이 남아 꽁꽁 얼어붙은 마운드에 노경은을 불러서 태극기를 잡게했다. 특히 이 신문의 사진기자는 2013년 야구계의 최대 화두가 될 WBC 대회에서 한국의 영광 재현을 기대하며 노경은에게 태극기 세리모니를 하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진을 보면서 25년전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새해 이맘 때가 떠올랐다. 일간스포츠 체육기자였던 필자는 서울올림픽 금메달 유망주였던 탁구의 현정화, 양궁의 김수녕 2명과 함께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강화도 마니산 정상 참성단으로 갔다. 1면 톱 사진을 찍기위해서였다. 마니산은 우리 민족의 신화적 인물 단군 왕검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으로 알려진 영적인 산으로 전국체육대회 성화를 매년 참성단에서 채화하고 개천절에 제전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금메달 기대주가 이러한 마니산의 정기를 받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고지를 밟아야 한다는 절절한 국민적 소원을 담기위해 참성단 사진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울퉁불퉁한 비탈길과 계단을 비지땀을 쏟으며 올라간 뒤 대형태극기를 들고 참성단 위에서 우뚝 선 현정화, 김수녕의 상징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이 사진은 새해 일간스포츠 1면을 크게 장식했다. 현정화, 김수녕은 사진의 상징적 효과가 주효했던지, 서울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극기 세리모니가 어떤 진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자의성과 당위성의 차원에서 행해지는 하나의 담론적 행위인 경우가 많다. 다소 과장된 행동을 하면서도 태극기 세리모니는 정당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경은, 현정화 등의 경우 모두 작위적으로 연출된 사진들이었지만 독자들에게 크게 무리한 느낌을 주지 않으리라는 판단하에 이루어졌다. 국가를 위해 충성을 하고 애국을 한다는데 같은 한국사람이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공식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일부 종북 좌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하지만 애국심에 호소하는데 태극기를 활용하는 행동은 사실 여러 각도에서 분석, 해석, 비판을 받아야 한다. 태극기 세리모니가 도를 넘어설 경우 맹목적, 배타적 애국주의를 지칭하는 쇼비니즘, 국수주의로 변질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한국이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박종우가 한 관중이 들고 있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한국어 문장과 태극기가 그려진 피켓을 건네받고 세리모니를 하게되면서 큰 물의를 빚었다. 박종우의 세리모니는 독도는 한국의 영토로 일본이 어떠한 논의와 주장을 펼쳐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축구라는 스포츠의 한일 경기를 통해 밝히려고 했던 것이다.  IOC는 올림픽 이념에 위배되는 정치적 문구를 사용했다며 그의 시상식 불참을 권고하였고 대한체육회는 이에 수긍하고 박종우에게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지시했었다. 박종우의 예는 태극기 세리모니를 첨예한 외교적 이슈와 결부시켜 행했던 것으로 이것이 가져온 파장은 단순한 세리모니보다 훨씬 컸다.


태극기 세리모니 사진의 조작적 이미지와 진정한 이미지는 그 이미지가 어떤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느냐에 따라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태극기 세리모니가 지시하는 이미지는 일단 결정적인 의미를 유보하고 현상 뒤에 숨은 이미지의 의미작용을 잘 파악하는데 주력해야한다.

 

 

 

 

ⓒ 스포츠둥지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