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한 학교의 체육수업 시간표는 체육교사들이 2월에 협의에 의해서 결정된다. 필자가 2009년부터 근무하고 있는 원종고등학교 체육수업 시간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아래의 원고를 읽기 전에 원종고등학교 체육수업 시간표에는 체육교사들의 어떠한 수업 원칙과 철학이 담겨 있는 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표 1> 원종고등학교 2012학년도 2학기 체육수업 시간표

 

지금부터 필자는 원종고등학교 체육수업 시간표에 담겨있는 체육교사들의 체육수업 운영 원칙과 철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표 1>과 같이 체육수업시간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만족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고 체육수업의 질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첫째, 하나의 체육시설에서는 반드시 한 학급만을 위한 체육수업을 실시한다.

  원종고등학교에서 체육수업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이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이외에 운동장, 체육관, 탁구장, 체력단련실이 있다. 원종고 체육교사들은 체육수업 시간표를 만들 때 반드시 한 장소에는 한 학급만을 위한 체육수업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즉, 체육관에는 반드시 한 학급만 들어가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운동장에도 가급적 한 학급을 배정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두 학급이 초과해서 함께 운동장을 사용하는 경우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1학기에는 가끔 두 학급이 운동장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 일이 드물게 있었지만, 2학기에 들어서는 한 학급만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는 원칙이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다.


  체육교사들은 각 학년의 체육수업 종목을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체육시설의 활용을 고려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체육 수업시간에 음악줄넘기를 할 때에도 체육관에는 오직 한 반의 학생들만 들어와서 체육수업에 참여한다. 한 반만이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영상을 통한 수업, 체육관내의 방송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원종고 체육교사들은 탁구장, 체력단련실, 운동장 역시 한 학급의 학생들을 위한 체육수업이 진행되도록 수업을 계획한다.

 

 

<그림 1> 체육관에서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1학년 음악줄넘기를 하는 장면

 

 

둘째, 경력, 직책,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체육교사가 18시간의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내가 원종고등학교에 오기 전까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체육부장은 다른 체육교사들의 평균 수업시수 보다 2-4시간 적은 체육수업을 했다. 체육교사들 중에서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이 체육부장을 맡았고 그 선생님께 대한 예우로 체육부장은 14시간에서 16시간의 체육수업을 했고 다른 체육교사들은 18-20시간 정도의 체육수업을 했다. 그래서 젊은 체육교사들은 담임업무, 학생부  징계 및 사건 처리 담당,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방과후학교 수업 지도, 토요스포츠프로그램 운영 등의 일을 하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시달리고 있다. 원종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관행적인 체육교사들의 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 즉, 4명의 체육교사들이 나이, 연령, 성별, 경력에 관계없이 모두가 18시간으로 똑같은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선배 체육교사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이유는 이렇다. 우리들은 체육부장의 업무, 운동부 감독의 업무, 담임교사의 업무 중 어떤 업무도 다른 업무보다 힘들거나 중요하다고 할 수 없고 모두가 가치가 있는 업무라고 본다. 그렇기에 체육교사들이 이러한 업무로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에 체육수업시수를 특별하게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는 합의를 도출했던 것이다.

 

 

<그림 2> 한 학급이 운동장 전체를 활용하도록 진행된 2학년 플라잉 디스크 수업

 

 

셋째, 동일시간에 동일학년을 함께 배치하지 않는다!

  원종고등학교 체육수업에는 동일시간에 동일학년을 함께 배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동일시간에 동일학년이 함께 배치된다면 운동기구 함께 나누어서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공간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그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교무부 수업계 담당교사에게 동일시간에 동일학년의 체육수업을 함께 배치하지 않도록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표 1>의 체육수업 시간표를 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의 체육수업시간에 어느 한 시간의 체육수업도 같은 학년이 같은 시간에 배치된 경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원칙을 원종고 체육교사들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지켜오고 있다. 그러한 결과 학생들은 원종고에서 농구, 게이트볼, 탁구, 플라잉 디스크, 프래그 풋볼, 배드민턴, 축구 등의 수업을 할 때 체육 용구의 부족함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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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연초에 체육수업시수와 담당할 학년을 나는 학교에서 11번을 결정했다. 그 중 8번은 관행대로 선배 체육교사들에 의해서 상명하복식으로 수업시수와 담당학년이 결정되었다. 늘 선배들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과정에 후배 체육교사는 이견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교사 개인의 특성, 수업 이외의 담당업무는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관행을 깨고 수업시수와 담당학년을 결정하게 된 것이 3년전부터의 일이다. 지금 나는 체육부장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다고 후배 교사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도 않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후배들 나이때 그랬기에 보상을 받고자 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윤진원 2012.12.15 16:13 신고

    관행을 깨고 새로운 체육 교육의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서광석 2013.01.18 12:00 신고

    모두가 느끼고는 있지만 말하지 않는 불편한사실들..한번더 생각하게 되는군요~ 2013년 실천! 이 필요한 순간이군요^^

  • 체육교사의 문화는 다른 교사들의 문화와는 사뭇 다른 점들이 많습니다. 끈끈하고 의리가 있고 인간적이라는 장점도 많습니다. 반면에,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것은 학교현장에 있는 체육교사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 올해도 원종고는 이 글에서 주장하는 원칙대로 시간표를 확정했습니다. 저는 체육관에서 고1을 대상으로 배구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기 초 이지만, 안정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느낍니다.

  • 체육교사를 다음에서 검색했더니 이 글이 '가장 많이 본 글'로 선정되어 있어서 놀라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저의 글이 이렇게 된 것은 스포츠둥지의 위력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