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백종석

 

           싱가포르의 덥고 습한 날씨를 맞이한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이곳 축구의 수준, 문화, 환경 등은 내가 그 전에 보고 듣고 경험하며 기준을 삼은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보다 여러모로 낮은 평가를 받는 곳이지만 외국 프로축구팀의 코치로 일하게 된 것에 대해 처음에는 무척이나 설레었고 나름대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도 느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한 감정들이다. 다만 한 시즌을 마치고 나니 그러한 감정들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실천적 노력들이 이곳의 축구문화와 한국의 그것 사이의 간극을 보다 명확히 해주었을 뿐, 좁혀주는 데는 큰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랬는지, 내가 가진 역량의 부족함은 차치하고 싱가포르 축구의 환경적, 문화적 요인들을 위주로 그 이유를 얘기해보고, 한 시즌 동안 지내면서 느낀 싱가포르 축구에 대한 개인적인 소고를 풀어보고자 한다.

 


리그시합 날 워밍업 ⓒ백종석

 

 

먼저 싱가포르 프로축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싱가포르 프로축구 1부 리그는 한국의 K리그나 일본의 J리그처럼 ‘S리그’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현재 총 13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외국계 팀이 세 팀이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의 싱가포르 위성팀인 ‘알비렉스 니가타 싱가포르’를 필두로 올해부터 참여한 브루나이 최고 명문 ‘브루나이 DPMM’ 그리고 말레이시아 U-23 대표팀 격인 ‘하리마 무다’가 그들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프랑스 선수들로 구성된 ‘에토르’라는 팀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슈퍼레즈’라는 팀이 리그에 참여한 것에서 보듯 다른 나라 문화권의 팀이 리그에 참여하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말레이시아 ‘하리마 무다’가 S리그에 참여하는 동시에 S리그 올스타급 선수들 위주의 단일팀이 말레이시아 리그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맞교환 형식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용병은 아시아쿼터제 없이 4명 보유 및 동시 출장을 보장하고 있어 외국인 용병들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고 국가대표팀의 경우 동유럽이나 중국 등에서 귀화한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등 싱가포르라는 국가가 다문화에 기인한 것처럼 축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점들이 싱가포르 축구의 한계를 구분 짓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인종의 다양성은 곧 여러 가지 종교(무슬림, 흰두교, 카톨릭, 개신교 등)가 공존한다는 뜻이며 특히 무슬림의 라마단 기간에는 낮에 음식을 먹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경기 시작 시간을 평소 저녁 7시 45분에서 8시 반으로 늦추기도 한다. 영어가 공용어이긴 하지만 ‘싱글리시’라는 독특한 악센트와 고유의 표현들이 존재하고 말레이어와 중국어도 쓰기 때문에 서로 모국어 수준의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미묘하게 모자란 요인들이다.

 

팀 당 선수 연봉 총액의 상한선을 두는 샐러리 캡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눈여겨볼만한데 외국인 용병 선수들에게 돈을 많이 주면 상대적으로 로컬 선수들의 연봉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모든 선수들이 적은 금액의 동일한 승리수당을 받기 때문에 프로선수로서 경기에 몰입하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경기장이 구단소유가 아닌 점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내가 일한 홈 유나이티드 축구단의 경우 한 달 내에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는 숫자가 20일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프로팀으로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언급하기 민감하지만 사회주의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한 제도들이라고 생각한다.

 

 

ⓒ백종석

 

 

개인적인 관점에서 리그 수준을 평가하자면 S리그 선두권 팀들은 내셔널리그 중위권, 나머지 팀들은 내셔널리그 하위권 혹은 그보다 조금 아래라고 본다. 기대했던 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리그 수준과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들의 훈련 태도였다. 보통 선수들은 최대치에 가까운 운동량을 부여 받았을 때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자세가 일반적인데 소수의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힘들거나 어려운 운동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시즌 초 조금 어려운 수준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훈련진행이 느려져 프로그램을 바꾸기도 했지만 여유를 갖고 자세히 설명해주면 곧잘 따라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모습에서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본인들의 한계치에 도달해야 하는 훈련을 시킬 때 지도자 입장에서 아쉬운 태도로 다가왔다. 운동선수로서 성공하려면 어렵고 힘든 운동에 적응하고 이겨내려는 습관을 갖춰야 하는데 유소년 시기에 비교적 단순하거나 쉬운 훈련만 한 것 같았다. 덥고 습한 날씨 탓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변화와 변혁을 통한 체질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 사회와 연관된 소셜 프로그램들은 생각보다 해보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구단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클럽 산하 유소년 팀들도 한국에 비해 수준이나 환경은 떨어지지만 구색은 갖춰져 있다. 가끔 S리그 선수들을 돌아가며 행사에 초대하거나 선수단 전체가 소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요청이 있는데 귀찮을 수는 있겠지만 팬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구단을 더 알리고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 숫자는 아쉬운 수준이다. 홈 관중은 올 해 가장 많은 관중이 왔을 때가 3500명이었는데 평균은 1000명이 안 되어 보였고 500명 이하로 올 때도 더러 있었다.

 

 

ⓒ백종석

 


분명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히 “수준이 낮다”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만, 나는 그 전에 “문화의 차이가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하고 싶다. 날씨와 신체적 상태는 물론이고 나라의 역사, 교육 및 정치상황에 기인한 국민성도 싱가포르 축구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세계적인 스포츠다.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제일 낮은 급의 지도자 라이선스를 줄 때 하는 얘기가 축구에 대한 자유와 평등이다. 나이, 인종, 국적, 성별, 종교, 장애에 상관없이 축구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프로리그와 유소년 축구가 운영되는 모습에서 이곳 사람들 역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축구를 즐기고 있음을 느낀다. 기술적인 발전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일선 지도자의 표면적인 역할이지만 지속시켜온 문화의 차이를 느끼고 할 수 있을 거란 구체적 자신감이 들 때쯤 한 시즌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다른 문화권과 환경에서 다른 수준의 축구를 현장에서 경험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쌓인 자산들이 다음 단계에서 소중히 쓰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올 한해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싱가포르 축구와 한국이 다른 점이 있는 만큼, 한국과 다른 축구 선진국들과의 차이 역시 있을 것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좁히는데 올해의 경험이 좋은 약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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