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지난 11월 4일 오전. 뉴욕의 심장 센트럴파크에는 수천명의 마라톤 애호가들이 울긋불긋한 조깅복 차림으로 모여들었다. 청명한 가을 날씨속에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였다. 일부는 이날 경기를 ‘음지의 레이스(shadow race)' 또는 ‘지하의 마라톤(underground  marathon)'이라고 불렀다. 많은 이들은 이 대회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몰랐다. 공식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인 뉴욕 마라톤대회가 대회 직전 전격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라토너들은 아쉬움속에 ’그들만의 마라톤‘을 뛰었다. 뉴욕 마라톤 대회의 시설들은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센트럴파크 서쪽에 설치된 파란색과 오렌지색의 골인라인에는 간이 화장실과 오렌지색 매대, 기자석 등이 있었다. 비록 대회는 취소됐지만 조직위 사람들은 경찰에게 마라톤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으며, 경찰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센트럴파크 공원 주위를 뛴 마라토너들은 진짜 대회에 참가한 기분으로  손뼉을 치고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었다. ‘아버지를 사랑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가슴에 단 어린이, 미리 제작된 뉴욕마라톤 참가 셔츠를 입고 걷는 여성들도 있었다. 골인지점 앞에서 많은 참가자들은 팔을 번쩍 들어 완주의 기쁨을 나타냈으며 카메라폰과 비디오폰으로 연신 찍기에 바빴다. 비록 정식 대회는 아니었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모두들 흥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이었다.

 

뉴욕 마라톤대회 취소 전후의 과정은 스포츠 PR의 위기관리 사례를 잘 보여준 것으로 연구를 해볼만하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스포츠 PR의 위기관리법이다. 뉴욕 마라톤대회는 갑작스런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해 대회 개최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했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면서 ‘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을 빚게됐다. 샌디는 뉴욕 주위의 도시를 일순간에 황폐화시켰으며 도시 교통체계를 마비시켰다. 뉴욕시 사망자만 40명이 넘고 수십만 가구가 정전상태에서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뉴욕시와 대회조직위는 샌디 엄습직후 고통을 겪은 이재민들에게 통합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 정상적으로 대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었다. 마이클 블롬버그 뉴욕 시장은 샌디 피해직후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시의 능력을 통합의 상징으로 보여주자고 밝혔다. 1970년이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뉴욕 마라톤대회는 2001년 9‧ 11 테러 때도 열렸을 정도였으니 대회 개최 의지의 열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뉴욕 마라톤 대회의 경우 4만7천여명의 참가선수, 8천여명의 자원봉사자, 1천명의 대회 관계자와 2백만명의 TV 시청자들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호재였다. 대회 참가자들이 자선기금을 마련해 경제적으로 곤경에 빠진 이재민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게 대회 개최 찬성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대회 개최 반대의 주장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뉴욕 시민들과 마라톤 구간에서 피해를 당해 깊은 시름에 빠진 사람들을 맞닥트려야 하는 많은 대회 참가자들은 대회 개최를 반대했다. 반대자들은 파괴된 도시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투입되어야 할 경찰력과 소방인력이 대회 개최에 동원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끈했다.


블롬버그 시장 등 뉴욕시관계자와 마라톤 조직위 관계자들은 여론이 악화되자 대회 이틀전인 2일 대회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 뉴욕 타임스 등은 많은 참가자들이 대회 취소의 충격속에 이를 일찍 결정하지 않은 뉴욕시를 성토하고 있다며 시리즈 기사를 내보냈다. 뉴욕 마라톤 취소로 충격에 빠진 것은 이미 뉴욕에 도착한 4만명의 참가자들이었다. 거액의 돈을 들여 미 전역과 세계 각국에서 날아 온 참가자들은 크게 낙담하는 표정들이었다. 뉴욕시와 대회 조직위측은 시와 대회의 이미지를 관리하는데에만 신경을 씀으로해서 실책을 하게 됐다. 여론의 향방을 사전에 미리 충분히 읽지 못했고, 대회 주최측의 입장에서만 판단했던 것이다. 좀 더 종합적으로, 거시적으로 대회 개최 문제를 검토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뉴욕 마라톤 대회 취소 과정을 지켜보면서 2001년  9‧ 11 테러 여파로 취소됐던 LPGA CJ 나인브릿지 골프대회가 떠올랐다. 당시 체육부장으로 근무하던 스포츠 투데이가 LPGA로부터 5년간 운영권을 따내 한국 제주도에서 첫 대회를 준비중이던 때 9‧ 11 사태가 터졌다. 이때 미 LPGA는 선수들의 안전을 이유로 대회 취소를 일방 통보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던 대회 주최측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느닷없이 일어난 일에 당황했다. 부랴 부랴 신문에 대회 취소 사실을 보도하고 관련 스폰서측에 정중히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처럼 정해진 대회가 자연 재해 및 큰 사건 등으로 큰 위기를 맞는 경우가 스포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럴 때 적극적인 PR 활동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여론을 막아야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홍보활동으로 조속한 사태해결에 신경을 써 관련된 이들로부터 신뢰성 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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